혁신은 있었다. 그런데..
갤럭시 Z 플립 3 첫인상과 UX에 대한 인상을 남긴다.
박스 샷.
얇고 기다란 형태의 박스이다. 크게 가운데 위치한 "Z" 로고가 눈에 띈다. 중간을 나눠서 재질과 색상을 다르게 한 것은 제품의 특징을 잘 설명한다.
문제는 이 부분이다. Galaxy Z Flip3 5G. 제품명이 너무 길다. 소비자가 절대 기억할 수 없는 이름이다. 아마 이 전화기는 이름 대신 "삼성에서 나온 작고 접히는 폰"으로 기억될 것이다. 게다가 Flip "3"이라고 버전 명을 붙였는데 갤럭시 S시리즈도 버전 명을 포기하고 출시 연도로 작명법이 변경되었기에 일관성이 떨어진다. 5G는 애초에 브랜드가 될 수 없는데 억지로 넣은 티가 너무 난다. 좋은 것을 다 넣으려다 보니 우스꽝 스러운 작명이 되어 버렸다. 삼성은 일류 브랜드이지만, 애플에 비해 늘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런 디테일이다. 이런 작명은 사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이런 류의 작명법은 미국 내에서 농담으로 많이 거론된다. 야! 너! Samsung Galaxy Z Flip3 5G 샀다며!!! 하면서 말이다.
박스를 오픈하니 기다란 형태가 눈에 띈다. 처음부터 접혀있었다면 첫인상이 더 좋았을 테지만, 제품이 팔릴 때까지 박스 안에서 오랫동안 접혀있어야 한다면, 아마 내구성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미쳤을지도 모른다.
꺼내서 뒷면부터 살펴본다. 카메라 디자인이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딱 봐도 좋은 디자인의 제품임이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접어본다. 마치 멀쩡히 잘 있는 전화기를 구부러 망가트리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것은 기분일 뿐, 적당한 저항감으로 잘 접힌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뒷면이 특히 더 예쁘다. 접었다 폈다. 여러 번 해봤다. 예전 피쳐폰처럼 한 손으로 여닿을 수는 없지만, 열리고 닫히는 느낌이 너무 좋다. 금속으로 된 재질, 그것을 열고 닿는 느낌 모두 고급 제품을 만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박스를 열고 한참 동안 전화기를 켜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스를 열자마자 전원부터 켰던 다른 전화기와는 달랐다.
전화기를 켜고 BTS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보는 내내 감탄이 나왔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카메라처럼 이미 Flip을 위해 디자인된 애플리케이션은 자연스럽게 분리된 UI가 적용된다
UI 보다 제품 자체에 계속 관심 갔다. 접히는 속살? 역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디자인되어있다.
접었다 폈다. 정말 잘 디자인된 제품이다.
UI를 살펴본다. 전화기를 새로 사는 사람보다,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세상이다. 기존 폰에서 데이터를 이동화는 화면이 자연스럽다.
갤럭시에서 갤럭시로 이동한다면, 기본 탑재되어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데이터가 이동한다.
아 물론 삼성 어카운트를 물어본다.
삼성 어카운트를 입력하지 않고 Skip을 눌렀더니, 이렇게 좋은 기능이 있는데, Skip 할 거야?라고 물어본다. 전면에 광고하지 않고 한번 더 단계를 두고 기능을 광고하는 것은 좋은 접근이다.
새로운 형태의 전화기인 만큼 전화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좋은 접근이고 중요한 내용이지만, 글이 너무 많아서 사용자들이 너무 쉽게 이 화면을 빠져나갈 것 같다.
라고 생각하고 넘기니, Tips라는 항목으로 심플한 그래픽과 함께 전화기 사용법을 단계 별로 알려준다.
적절한 애니메이션까지 추가되어 훨씬 잘 읽힌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실제 전화기를 사용하기까지 전체 단계가 오래 걸리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오랜 시간 끝에 드디어 홈스크린으로 진입. 갤럭시 사용자라면 익숙한 구성이나 전화기 특성상 길어진 화면이 눈에 띈다.
앱 구성, UI 디자인도 지난 몇 년간의 갤럭시와 동일하다.
알람 창에서 빠른 실행 메뉴들도 여전히 다양해서 좋다.
외부 화면 용 설정창이 다양하다.
늘 그렇듯 삼성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들도 한가득인데, OS를 컨트롤하는 입장인 만큼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내제화를 하는 것이 어떨까도 생각해본다. 대부분 단 한 번의 세팅을 위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기 때문인데, 사용자들은 매일 이것들을 봐야 한다.
전반적인 UI 인상은 기존의 갤럭시 사용자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매년 새로울 필요가 없기에 이는 단점은 아니나, 구글, 안드로이드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인 Material Design이 최근 크게 업데이트했음을 감안하면, 오래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글이 21년 I/O를 통해 발표한 Material U의 이미지들. 사용자 혹은 애플리케이션 단에서의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함을 자랑한 광고였는데, 그와 더불어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 그래픽 요소들이 많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혁신은 없었다.
스티브 잡스의 사후 매년 발표하는 아이폰 발표 다음날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으로 빠지지 않는 문구이다. 아이폰은 화면을 굴린 적도 접히는 폰을 만든 적도 없다. 그래서 한국 언론은 혁신은 없었다.라고 그를 표현했다.
혁신은 있었다.
갤럭시 폴더는, 플립은 혁신의 끝판왕인 제품이다. 화면이 접히는 것 자체도 혁신적이지만, 굉장한 완성도 까지, 그 어떤 회사도 만들 수 없는 유니크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 그러고 보니 삼성은 아름다운 컬러를 표현하는 OLED, 좌우를 굴린 Edge 화면, 궁극적으로 접히는 모델까지 모두 최초로 제품화하며, 한국 언론이 말하는 그 혁신을 매년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혁신이 없는 동안 애플은 아이폰을 판매한 후에도 그 이상의 매출과 가치를 이미 판매한 아이폰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다. 무엇이 이를 다르게 했을까. 이렇게 멋진 제품을 앞에 두고 애플이 자꾸 떠오르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