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테슬라를 시승했던 것은 지난 2014년도였다. 실리콘밸리를 위주로 한 판매가 이뤄졌고, 길에서 모델 S가 지나가면 모두가 멈춰 서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뒤돌아볼 때다. 시승 후 기존과는 괘를 완전히 달리 한 제품이다 라고 평가를 했었다. 그때 테슬라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모델 3의 출시를 기다려 예약했다 취소하기를 몇 차례, 드디어 차를 인도받았다.
처음 예상 인도 날짜는 주문 후 2달 뒤였다. 어차피 회사 출근은 한참 뒤로 미뤄졌기에 미리 받아서 커피나 사러 다녀야겠다?라고 생각했으나 인도 예상 날짜는 점점 늦어졌고 언제든 오기나 해라라고 자포자기하고 있는데... 생일날! 다짜고짜 오늘 배송될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차값을 내지도 않은 상태였다. 원래 알려준 절차에 따르면, 주문 - 차대 넘버 배정 (공장에서 만들기 시작) - 결제 - 차량 인도 과정이었으나, 모든 과정이 생략된 체 바로 차량 인도로 넘어간 것이었다. 연락받은 것은 문자 한 통뿐이었으니, 뭔가 오류가 있었겠지 하고 오후 업무를 하고 있는데....
오후에 진짜로 차가 배달되었다! 이런 황당한 생일 선물이 있을 줄이야. 차를 배달 온 사람 역시 벨조차 누르지 않고 그냥 가버려 한동안 배달된 차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키라도 주고 갈 것이지.. 다행히 얼마 후 테슬라 앱을 통해 활성화 안내가 왔고 그날 오후에 드디어 차문을 열어 볼 수 있었다.
우선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가졌다. 모양은 기존의 자동차와 비슷하지만, 제품이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전통의 자동차 회사가 내연 기관을 걷어내고 배터리와 모터를 집어넣거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들고 있지만, 그것이 핵심이 아니다. 테슬라에게 자동차는 껍데기일 뿐이고, 제품의 방향성은 일반적인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제품을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기본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차문을 열 수 있고, 주행도 시작할 수 있다. 키 카드를 제공하지만, 첫날 이후 사용해본 적 없다. 한번 휴대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의 프로필을 설정하면, 그것이 끝이다. 차에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시동의 과정 없이 차를 주행할 수 있고, 주행 후에는 차문을 닫고 나가면 알아서 차 문이 잠긴다. 물론 기존 차들도 어느 정도는 구현된 기능들이다. 다만 그 과정의 경험성이 다르다. 연결을 기다린다거나, 세팅을 들여다볼 필요 없이 모든 과정이 부드럽다. 마치 같은 영화를 한편 보더라도 느리고 복잡한 케이블 티비 셋탑박스를 통해 보는 것과 애플 티비를 사용해서 보는 과정의 차이와 같다. 결과적으로 같은 영화를 본다는 사실은 동일하지만, 그 과정을 밟아가는 사용성이 다르다. 테슬라의 그것은 우리가 혁신적인 제품을 사용할 때 무언가 편하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잘 기획된 사용자 동선의 느낌이다.
주행감
- 강력한 모터를 바탕으로 한 직진 가속력은 기존 화석 연료의 그것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액셀을 밟고, 기어 변속이 이뤄진 후 엔진이 폭발하는 과정을 통해 속도가 올라가는 엔진이 달린 기존 차량의 운행법과 달리 모터가 바로 도로에 힘을 전달하기 때문에 웬만한 슈퍼카들을 압도할 수 있다.
- 어느 날 신호에 걸린 슈퍼카와 나란히 서서 출발하는데, 충분히 모델 3가 더 빠를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그 슈퍼카가 모델 3보다 빠르려면 저단기어로 큰 소리를 내며 엄청난 기름을 써야 할 것이다. 테슬라는 스르륵- 어떤 차보다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
- 모델 3은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 두툼한 핸들과 낮은 시트 포지션은 그것을 말해준다. 언급한 대로 직진 가속력이 엄청난 만큼, 도로의 돌 하나도 느껴지고, 풍절음같이 의도된 허접함? 이 충분히 수긍된다. 하지만 스포츠 세단이 가져야 할 기본기 중 하나인 코너링 반응은 소형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 격인 BMW 3 시리즈보다 못하다. 도로를 잡아두는 느낌이 덜하고, 평범하다. 하지만 이 역시 비교할 수없을 만큼 빠른 직진성으로 눌러버린다.
디자인
테슬라의 엔트리 모델을 담당하고 있고, 2016년에 출시된 모델이지만, 여전히 신선하고 잘된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라인의 흐름이 조화롭고, 군더더기 없다. 고급차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던 글라스 루프를 차량 지붕 전체에 적용한 것 역시 여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UX
- 가운데 달린 모니터를 통해 모든 기능을 작동해야 하는데, 우려와는 달리 불편하지 않다. 어차피 주행 시 사용하는 기능들은 한정적이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은 이미 첫 번째 화면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 UX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프로덕트의 방향성과 같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기능을 자랑하는 방향성이 아닌, 간결히 디자인된 아이콘과 레이아웃을 통해 사용자 동선을 최적화하는데 집중한 방향성이다.
- 화면을 2/3으로 나눠, 좌측은 차량 설정 관련 메뉴들이, 우측은 오디오나 지도가 표시된다.
각종 세팅은 배울 필요 없이 직관적이다. 탭, 드래그, 토글스위치 같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자주 사용하는 디자인 패턴을 많이 가져온 것이 특징이다.
앞, 좌우 카메라가 있는데,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고, 360도 뷰가 아닌 것도 아쉽다.
노래방의 영문 표시인 Karaoke와 Car를 합쳐, 카라오께(Caraoke)라고 불리는 노래방 기능도 있다. 운전 중에 노래 부르는 사람이 많은? 것에 착안한 기능이다.
좌석에 앉으면 방귀 소리가 나는 기능도 있다. 안전벨트 경고를 위해 어차피 착좌 센서는 있을 테니 그를 응용한 장난스러운 기능.
큰 화면을 이용해 주차 중 넷플릭스나 유튜브, 트위치 등을 볼 수 있음은 물론
핸들을 이용해 게임도 할 수 있다.
테슬라를 위한 고속 충전 시설인 슈퍼차저를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로 설정하니, 가는 중 고속 충전을 위해 배터리를 최적화 중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팬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낫는데, 아마도 배터리 주위 온도를 적절히 높이거나 낮추지 않았을까 한다.
충전 중에는 시각적으로 충전 상태를 표시해 준다.
디자인을 위해 희생된 도어 핸들은 실드를 쳐줄 수 없을 만큼 불편하다.
오죽하면 애프터마켓용으로 이런 제품까지 나왔을까.
백미러가 작아서 보여야 할 정보가 잘 안 보인다. 대신 가운데 모니터를 통해 각종 센서로 좌우 도로 상황을 알려준다. 자연스럽게 오토 파일럿에 의존한 주행을 하게 된다.
오토파일럿을 켜면 이렇게 차선이 파란색으로 표시되면서 설정된 속도를 따라 자율 주행한다. 위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손이 핸들에 있는지를 감시? 하기 때문에 핸들에서 손을 떼면 안 된다.
앞뒤 센서의 컬러가 제품 도장 컬러와 다르다. 테슬라의 white는 펄이 들어간 컬러인데, 센서는 그냥 white 컬러이다. 이런 마무리는 아쉽다.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때가 생각난다. 배터리를 바꿀 수 없어서 불편했고, 스치기만 해도 스크래치가 날 정도로 외관은 약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든 애플에 열광했고 결국 시장을 평정했다. 소비자들이 주목한 것 다름이 아니라 사용자 친화적인 UX 였다. 테슬라의 마감 문제, 조립 불량 문제는 테슬라를 따라다니는 뉴스 타이틀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지금도 주문하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테슬라를 한번 구매한 사용자는 다음 차로도 테슬라를 고려하는 비율이 타 회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테슬라를 운전할 때마다 그 신선한 경험성이 자연스럽게 제품 충성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제 전통의 회사들이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는 기술력도 그리고 그동안 쌓아놓은 자율 주행 관련 데이터도 그 어떤 회사도 단시간에 따라올 수 없는 회사가 되었다. 테슬라는 아직도 괴짜가 만든 하나의 제품일까? 나는 테슬라를 운전할 때마다 처음 아이폰을 사용하며 느꼈던 그 신선한 충격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