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회사들의 디자인을 자문하면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족함, 그리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찾을 수 있었다. 단순히 언어적인 문제부터 문화의 차이를 이해 못 해서 생긴 문제 그리고 디자인 그 자체의 문제들까지 문제들은 다양했다.
훌륭한 한국의 제품 그리고 서비스가 미국에서 통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내 주변에서 만나는 한국음식 패키지 디자인 사례를 통해서 개선이 필요한 점을 공유해 보고 간접적으로 답을 공유해 볼까 한다.
한국산 배 주스 패키지
아마도 갈아 만든 '배'를 거꾸로 'Idh'로 읽은 사연에서 착안된 패키지 디자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아는 내용은 아닌 만큼, 기본이 충실한 디자인 방향성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양배는 한국의 배와 맛과 쓰임세가 달라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배로 만든 주스가 익숙지 않다. 따라서 패키지 디자인부터 (한국산) 배 주스가 왜 다르고, 맛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일러스트가 독창적이고 디자인 자체는 잘된편이지만, 애초에 방향성에 대한 기획이 아쉽다.
신라면 패키지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타사 제품
신라면은 이제 인스턴트 라면 제품의 대명사가 되어 미국에서도 잘 나가는 제품이지만, 디자인은 아직도 제3세계에서 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San-Serif와 Serif 폰트가 혼용되어 있고, 강한 디자인 요소들이 좁은 공간에 배치되어 있어 정신없는 느낌이다. 조리예 역시 확대되어 있고, 야채 고명들의 합성도 자연스럽지 않아서 조리를 다 한 후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맛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디자인 적으로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좌측의 비건 누들 제품은 패키지 디자인만 보면 훨씬 정리가 잘된 모습이다. 무슨 제품인지 잘 보이고, 완성되어 있는 조리예 역시 충분히 예상가능 하다.
그와 대비되는 삼양라면의 패키지
삼양라면의 패키지는 디자인적으로 나름 정리가 잘되어있는 느낌이다. 강한 색깔과 원형으로 마무리한 조리예가 나름의 조화 있게 배치되어 있다. 문제는 좌상단의 "Non-Soggy Noodles"이라는 문구이다. 다른 식품 제품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기에 오해할 요지가 있고, 인스턴트 제품의 특성상 그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제품의 강점처럼 디자인되어 있다. 조리예 역시 확대되어 있어 국물이 잘 보이지 않아, 국물 없이 건조한 면 제품이구나 하고 착각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좌측 상단의 SAMYANG 로고는 장난스러운 대문자 형태의 디자인인데 반해 가운데 있는 라면의 브랜딩인 'samyang'은 소문자로 구성되어 있고, 'Ramen'과 'Ramen Soup'은 또다시 Title case로 되어 있어,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볼 때는 글꼴이 규칙 없이 사용된 느낌을 받게도 하는 부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산 냉동김밥
냉동 김밥이 요즘 인기다. 급속 냉동된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면 꽤 그럴싸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여타 다른 냉동식품보다 건강한 느낌에 한식 열풍까지 더해서 몇 달째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 격인 트레이더 조 제품의 제품 패키지는 건강하게 느껴지는 색깔과 간결한 제품 설명으로 비건 제품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제품 사진을 전면에 배치하여 '김밥'이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이 패키지를 열기 전에도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있게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산이지만 유사제품이 코스트코에 진출하였는데, 디자인적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검은색을 패키지 정면에 사용한 점이 아쉽다. 미국에서는 닭고기 부위를 부를 때 'Dark: 기름기가 많은 닭다리등의 부위' 'White: 기름기가 적은 닭 가슴살등의 부위' 같이 색깔로 음식의 특성과 건강함을 구분해서 표현하곤 한다. 자연스럽게 비건 제품은 주로 밝은 톤으로 패키징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냉동 제품에는 도움이 될 리 없는 어두운 톤의 패키지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아직 일반적인 북미 사용자들은 'Kimbap'이 뭔지 잘 모르는데, 제품에 대한 설명이 패키지에 잘 표현 안되어 있는 것도 아쉽다.
미국의 즉석 제품 회사가 만든 한국식 바비큐 레디푸드 제품의 예. 밝은 톤의 패키지로 상대적으로 건강함을 강조하고 있고, 조리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하기 훨씬 도움이 된다.
삼부자 김
한국에서도 즐겨 먹던 소문난 삼부자 김을 한국 슈퍼마켓에서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성조기를 보고, 드디어? 미국에서 김이 생산되는구나!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한국산 김이었고, 아마도 미국 수출을 한다고 성조기를 패키지에 그려 넣은 것 같았다. 잘못된 디자인이다. 미국에서도 성조기는 일반적인 식품 패키지에는 잘 사용하지 않고, 특별히 미국에서 만든 제품이기에 애국심에 호소하는 제품이거나 아니면 회사의 (혹은 높은 확률로 회사 CEO의) 성향이 국수적일 때만 사용한다. 이 패키지는 불필요하게 여러 소비자를 혼란시킬 요지가 있다.
반대로 잘된 디자인의 김 패키지. 마찬가지로 한국산 김이지만, 미국의 어느 슈퍼마켓 매대에 가져다 놓아도 어울릴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 같이, 밝은 톤을 사용해 건강한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했고, 패키지만 보고도 어떤 제품인지 가늠할 수 있다.
CJ의 만두 제품은 교과서적으로 잘된 디자인이다. 밝은 톤의 색감을 사용해서 상대적으로 건강한 느낌이 나고, 조리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가 잘 보이기에 만두가 익숙지 않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고민하다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한글 표기와 젓가락을 넣어서 아시안, 한국 음식이라는 이미지도 줬다. 또한 이미 브랜딩화 되어있어 쉽게 묻어갈 수 있는 Asian style dumpling 이란 기존 분류를 버리고 Mandu라고 한국식 브랜딩 한것 역시 신선하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쉽지 않은 의사 결정이었을 텐데, 실행을 했고, 또 잘 나간다는 사실이 모두 대단해 보인다.
미국에서 한식의 열풍이 거세다. 한식당에는 한국 사람보다 현지인이 더 많이 보이고, 한국산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아직 한식은 아직 첫 소비자에게는 어렵다. 부족한 정보만을 가지거나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만을 보고, 한국 제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훨씬 큰 시장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디자인과 기획단계부터 에 정확히 현지화에 대해 고민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