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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Oct 07. 2020

버닝 썬과 케이팝

Kpop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고언 

미국 역사상 '최악의 토론'이라고 불린 지난 화요일 대선 토론. 심란한 마음에 TV 앞을 떠나지 못했던 이들은 NBC-TV 더 투나잇 쑈에서 방탄소년단을 보며 허탈한 마음을 위로할 수 있었다. NBC는 이날부터 일주일간을 <bts week>라 부르며 매일 미 전역에 bts 클립을 송출했다. 경복궁과 경회루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공연을 보며 잠시나마 복잡한 대선판을 잊을 수 있었다. 


환산 불가능한 K-pop 홍보 효과


"걸스 제너레이션 신곡이 나왔던데 들어봤니?"

"누구? 아.. 소녀시대. 근데, 네가 소녀시대를 어떻게 알아?"


10여 년 전 인도 친구 니미쉬는 한국인인 나보다 케이팝에 정통했다. 그는 소녀시대 8명의 멤버 모두를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니미쉬가 소녀시대를 접한 건 유튜브였다. 케이팝 2세대라 불리는 소녀시대 전후한 이들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에 처음 명함을 내민 케이팝 1세대 한국 가수들은  원더걸스, 보아, 세븐, 비, 소녀시대 등이다. <성장하는 미국 내 K-pop 시장>이란 Kotra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 영어 앨범을 처음 발매한 SM의 보아는 빌보드 차트 200에 우리나라 가수로서 최초로 127위에 진입한다.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던 JYP의 원더걸스도 같은 해 "노바디"란 노래로 빌보드 핫 100에 진입(76위)한다. 2011년 SM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SM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SM 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뉴욕> 개최하며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시도한다.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한 여러 노력에도 당시 미국의 대중과 평단의 반응은 썰렁했고 1세대 가수들은 큰 성과 없이 돌아와야 했다. 


미국에서의 메가 히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2012년 7월,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최고의 조회수를 경신하며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 <강남스타일>은 다음 해 1월 미국에서 400만 장 앨범 판매를 기록하고 2020년 1월 현재 유튜브 3,490,000 조회수를 자랑한다. 독특한 춤과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 노래는 빌보드 핫 100에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발휘했고  가수 싸이는 NBC, ABC 등 미국 공중파 아침 방송과 유명 토크쑈의 인기 게스트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bts, Exo, 투와이스, 블랙핑크, I.O.I, Got7, SuperM, I 같은 그룹들이 꾸준히 미국 시장을 두드렸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12년부터 CJ ENM에서 주최한 Kpop 콘서트 KCon도 입지를 다지는 데 역할을 했다. 


2013년 데뷔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사 소속 방탄소년단은 최고의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이들에 대한 미국 내 찬사는 넘쳐난다. 포브스는 "다른 이름으로는 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Kpop 이름"이라고 했고 Time은 2019 Time 100에 오른 bts에게 "팝의 왕자"라고 칭했다. 이들을 "비틀스와 몽키즈와 비견할만한 영향력을 가졌다"라고 말한 이는 빌보드 수석 부사장이다. 2019년 11월 소셜 아티스트 4위로 선정한 빌보드에 bts는 2020년엔 싱글 차드 2주 연속 1위를 기록해 준다. 아시아 사람으로서 가장 높은 순위이고 비영어권 활동으론 유일한 기록이다. 


bts는 2018년 미국에서만 12억 개 이상의 오디오 스트림을 기록한 최고의 공연 중 하나고 단 6번의 미국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4천4백만 달러 이상을 벌어 들였다. 2019년 포브스지는 5,7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방탄소년단을 최고 연봉 100인 중 43위라 발표한다. 


단순히 수입만 큰 것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 문화홍보원이 올해 2월 4일 '2019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조사'를 발표한다. 16개국 8000명의 외국인 76.7%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특히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1위는 바로 '케이팝. 가수'였다.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이들은 케이팝을 포함한 영화, 문학 등 대중문화를 꼽은 것이다. 


이처럼 케이팝을 선두로 한 한국의 대중문화는 지금 돈으로 환산 불가능한 홍보 효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케이팝의 어두운 그늘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비례한다. 

지난 1월 2일, CBS 뉴스에서는 Kpop 스타들의 자살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이들은 케이팝의 화려한 무대와 엄청난 흥행 뒤에 25세의 설리와 28세 구하라라는 메가 스타들이 한 달 간격으로 자살한 사건을 조명했다. 이들 여성 스타들은 뛰어난 실력과 국제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블링의 표적이 되었고 자기 관리의 압박이 매우 컸다고 지적한다. 무엇을 말하고 생각해야 하는지도 관리받아야 하는 이들의 스트레스와 엄청난 노동 강도가 어린 스타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넣는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 11월 5일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도 같은 보도를 한다. <케이팝의 어두운 면: 폭행, 매춘, 자살, 몰카>라는 강한 제목이 기획 기사다. 이들은 크게 네 가지를 주목했다. Kpop 스타들의 자살, 이른 데뷔, 불안한 미래 그리고 버닝 썬과 장자연 사건으로 대표되는 성 스캔들이다. 


"우울증이 서서히 나를 앗아갔고 마침내 나를 삼켜 버렸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은 제 길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 모든 시간을 견뎌낸 것은 기적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끓은 샤이니의 종현은 화려한 기획사 건물에 새겨진 수많은 얼굴 중 하나로만 남아 있다. 재능 많았던 스물일곱 종현의 삶이 같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미 핸드릭스나 에이미 와인하우스같이 기억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역시 자살로 삶을 마감한 설리도 종현과 같은 소속사다. 기자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이들이 실제 사생활은 많은 제약 속에 갇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자아를 키우고 단련하는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연습생' 신분으로 보낸다. 16살에 데뷔한 승리를 비롯해 재능이 보이면 초등학생 때부터 기획사에 합류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학교 수업과 교우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 데뷔는 케이팝의 정년이 30세까지라는 불문율 때문에 더 요구되는 현실이다. 그러기에  20대 후반의 스타들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예능이나 연기 또는 자신의 사업을 준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사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승리의 나이트클럽 <버닝 썬>과 라면 프랜차이즈 운영을 그런 연유로 분석한다. 버닝 썬을 둘러싸고 드러난 놀라운 여러 사건들은 Kpop의 그림자와 한국사회 불공정한 구조의 가장 어두운 면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서른 명의 영향력 있는 남성에게 성접대를 해야 했던 장자연 사건도 자세히 소개한다.  


2018년 12월 뉴욕에선 <왜 Kpop에 열광하는가?>라는 제목의 오픈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빌보드 잡지 뉴욕 에디터인 Kpop 전문가 제프 벤자민은 Kpop의 매력은 스타들의 솔직한 모습과 자신만의 이야기들이라고 얘기했다. 그때보다 더욱 커진 Kpop 위상만큼이나 더 깊어진 그늘 속의 2020년 지금의 모습에 그의 대답은 명확했다. 


"그들이 더 많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케이팝 스타들은 완벽한 공연을 위해 많은 연습을 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아티스트들이 좀 더 여유를 갖고 인간적인 면과 함께 지금처럼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이미 서구에선 'K-pop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는데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닙니다."


앞의 블룸버그 리포터도 같은 지적을 한다. 케이팝 시스템은 흔히들 '공장'에 비유되곤 하지만 매체는 중세 길드와 많이 비슷하다 말한다. 철저한 공동체성과 인기에 따라 서열이 나뉘는 엄격한 계급성 등이 그것이다.  


기자는 강남의 한 연습실에서 주 5일 늦은 밤까지 연습에 매진하는 15살, 18살 연습생과 인터뷰했다. 


"제 목표는 부모 님께 집을 사드리는 거예요."

"가장 큰 희망은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거요."


미국 음반사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야망을 가진 연습생들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문제는 유명해지면 생각해보겠다고 말한다. 기자는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던 버닝 썬에 대한 연습생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지만 이들은 에둘러 그 뉴스와 거리를 두고 싶어 했다. 

글로벌 스타와 글로벌 스탠더드


오픈 포럼에서 저널리스트 타마르 허먼은 자신의 케이팝 입문 경위에 대해 말했다. 섹스와 폭력으로 점철된 기존 팝과 매우 달랐기 때문에 끌렸다는 것이다. 그녀는 가수 자신의 얘기를 한국어로 더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해주는 스타를 기대한다고 했다. 더불어 저널리스트로서 최근 미국 사회에 일고 있는 흑인 인권 운동에 bts가 지지 성명과 성금을 쾌척한 것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했다. 


"BLM 운동을 주목하는 세계 많은 팬들에게 bts의 행동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전 세계 팬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지요." 


연예인들의 정치 사회적 의사표현에 민감한 한국사회와 달리 사회 문제에 당당히 발언하고 동참하는 글로벌한 모습에 팬들이 더욱 공감하고 지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Kpop 팬들과 틱톡 유저는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유세에 노쇼시위 주범으로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들은 누구를 원망하는 것 대신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그들은 전 세대 열정적인 팬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틱톡 커와 케이팝 팬들은 SNS를 사용해서 참여한다는 거죠."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케이팝 팬들은 이미 알고 있다. 버닝 썬 사건의 결론이 클럽의 문을 닫고 승리가 군대 간 것으로 조용히 마무리되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구속되지 않고 마무리되는 장자연 사건이나 성행하는 몰카 범죄 등도 말이다. 기생충이 미국에서 상영될 때, 근로기준법을 지켜서 찍은 영화라는 사실을 듣고 미국 관객들이 더 사랑했듯이 케이팝을 놓고 벌어지는 뉴스가 적어도 그들의 글로벌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더 열렬히 자랑스러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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