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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Oct 30. 2023

벌써 3달

코삼이가 네 꼬물이들을 낳은 지 딱 3달 되는 날

7월 9일에 우리 집에서, 중성화를 위해 병원으로 갔다가 임신인 걸 알게 돼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온 코삼이는 정확히 7월 29일에 꼬물이들을 낳았다.


병원에서 데려올 때 약 45일 정도 됐고 2~3주 정도 후에 낳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사이 일본 출장이 있어서 혹시나 집을 비운 동안 낳을까 봐 걱정했는데, 토요일에 출산을 하는 것으로 코삼이는 나에게 보은을 한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코삼이가 출산한 이후 대략 한 달이 지날 때까지 홈카메라에서 눈을 뗄 수 없었으니까.


https://www.instagram.com/p/CvR6J9Up2lg/


고양이의 출산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있는 사람이 더 적겠지). 내가 뭘 해줘야 하는지, 할 수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검색을 좀 해봤다. 첫 출산이면 탯줄을 잘 못 끊거나 힘들어서 혼자서 핏덩이 그루밍을 못할 수 있으니, 지켜보다가 소독된 가위로 탯줄을 잘라주거나 따뜻하고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주면 도움이 된다는 글을 봤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무서웠다.


하지만 그조차도 나의 몫은 아니었다. 엄마고양이가 집사와 친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었던 거다.


코삼이는 임신한 상태로 영문도 모르고 잡혀와서 밤새 우리 집 베란다에서 병원이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병원 가서 기초 검사를 받고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우리 집으로 온 이후로 내내 숨어 지냈다.


작은 몸으로 배는 점점 불러오는데 계속 세탁기 뒤에 숨어 있어서 너무 걱정됐지만 일단 마음이 편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세탁기 뒤에 옷을 깔아주고 공간을 넓혀줬는데, 나중에 세탁기 뒤 생활을 청산하고 정리하며 보니 아무리 옷을 깔아줬어도 옷이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는 곳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내가 집을 비우거나 혹은 다른 방에서 일을 할 때는 창가에서 바람도 쐬고 시원한 바닥에 누워있기도 하고 그랬지만 내가 문을 열기만 하면 무조건 세탁기 뒤로 숨어버려서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었다. 


위험해 보여서 이래저래 막아도 봤는데, 고양이 액체설이 설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들어갈 공간이 없었는데도 찾아보면 그곳에 있었으니까.

https://www.instagram.com/p/CuzJFNLpwih/?img_index=3


덕분에 코삼이는 출산도 오롯이 혼자서 해냈다. 나는 마침 그날 친구들과 당일치기로 계곡에 다녀왔는데, 내가 집을 비운 동안 출산을 모두 마친 거 같았다. 여전히 낳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땐 이미 출산을 마친 후였던 것 같다.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왠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https://www.instagram.com/p/CvSQC1LJo7g/


코삼이가 마음 편하게 아가들을 낳을 수 있게 출산 전부터 여러 군데 산실을 만들어줬는데 코삼이는 그 어느 곳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결국은 아주 좁디좁은 옷장의 이불더미 안에서 꼬물이들을 낳았다. 며칠 뒤 코삼이가 아가들을 데리고 이소한 후 산실을 치우면서 보니, 핏자국이 남은 이불과 말라붙은 탯줄 2개가 있었다. 코삼이가 아가들을 낳은 그곳에는 우리 집에서 가장 보드라운 이불이 있었다. 처음 출산하는 건데도 가장 최적의 장소(가장 어둡고, 가장 보드라운 이불이 있고, 나로부터 가장 안전하다고 여겼을 세로로 좁은 옷장 안)를 찾았다는 게 그저 놀랍고 신비로웠다.


옷장 안을 들여다보는 게 무서웠다. 코삼이는 지금 가장 힘들고 예민할 때니까. 그럴 때 내가 들여다보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일지 아니까. 그렇지만 무사히 출산을 했는지, 꼬물이들이 다 살아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https://www.instagram.com/p/CvTmhP3rZIR/?img_index=7


엑스레이 상에서 최소한 셋이 보인다고 했기 때문에 셋 이상이 보여야 했다. 최근에야 알게 된 건데 고양이는 무조건 짝수로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맞나? 다시 관련 글을 찾아봤는데 또 안 보이네). 두려운 마음으로 옷장 안을 들여다봤다. 코삼이는 아가들 수유 중이라 나를 공격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긴장해서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코삼이 몸 위를 꼬물거리며 기어오르는 오늘 갓 태어난 아가들이 보였다.


그 순간의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당시엔 이미 코삼이가 아가들을 다 핥아준 후라서 핏자국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아가들은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꼬물거리고 젖을 빨고 있었으므로, 그저 안심했던 거 같다.


하지만 안심은 아주 잠시일 뿐이었다. 곧, 시시각각의 일희일비, 그리고 조금 과장해서 지옥이 시작됐다. 한여름이었기 때문에 너무 높게 쌓인 이불을 빼주고, 아가들이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종이박스를 잘라 막아준 다음, 코삼이와 아가들의 상태를 지켜보려고 어렵게 홈카메라를 넣은 후부터, 코삼이와 나의 고난이 시작됐으니까.



그때를 떠올리는 것에는 조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건강하게 자란 코삼이의 아가들과 잘 회복하고 중성화까지 마친 코삼이는 좋은 가족을 찾아야 하니까, 지금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를 널리 알리는 것은 게을리할 수 없지.


코삼이(2022년 10월 7일생 추정 / 중성화수술한 날을 생일로) : 1살. 몸무게 약 3.5kg

- 아직 손은 타지 않지만 코인사는 할 수 있어요.
- 아직 작고 어린데도 4남매 야무지게 키워낸 멋진 엄마예요.
- 먹는 걸 너무너무 좋아해서, 좀 더 집중해 주면 금세 손타줄 거 같아요.
- 코블이/코핑이/코반이 중 한 명과 동반입양 갈 수 있다면 너무너무 좋을 거 같아요.


코블이(2023년 7월 29일생) : 묘생 3개월 차. 몸무게 약 1.5kg. 여아

- 코가 블랙, 코블이예요.
- 가장 겁이 없고, 정말 활발하고, 운동신경 뛰어나고, 호기심 많은 여자아이예요.
- 만져주면 좋아하는데 싫을 때 만지면 어김없이 도망가는 삼색이의 매력을 고스란히 갖고 있어요.
- 욕실에 가면 제일 먼저 달려올 정도로 물소리를 좋아해요.
- 눈두덩에 골드섀도를 한 듯 노란 털이 나 있어서 약간 졸려 보이는 눈이 매력이에요.



코핑이(2023년 7월 29일생) : 묘생 3개월 차. 몸무게 약 1.6kg. 남아

- 코가 핑크, 코핑이에요.
- 핑크코가 매력적인, 단단한 근육질 남아예요.
-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요(잘 때 가장 깊게 기절하는 편).
- 하루하루 애교가 늘어가서 이제 만져주면 골골거리며 배를 보여줘요.
- 사람손을 제일 좋아하는 아이라 가족이 되면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반이(2023년 7월 29일생) : 묘생 3개월 차. 몸무게 약 1.5kg. 남아

- 코에 반이 점, 코반이에요.
- 코반이는 엄마 코삼이 껌딱지고, 가장 쫄보예요.
- 아직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만, 졸릴 때 만져주면 그대로 잠들어버리기도 해요.
- 코반이는 고양이를 키워보신 분이나 코반이를 충분히 기다려주실 수 있는 분께 보내고 싶어요.
- 코반이는 그냥 너무너무 예뻐요.


코삼이와 세 아가들에게 묘연을 느끼신다면, 부디 많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 010-25둘둘-구0구6 | 은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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