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열된 것이 다 팩트였다 쳐도, 좋은 보도가 아닌 게 분명한 이유
올 봄, 우리나라를 그야말로 집어 삼키고 있는 미세먼지 이슈에 대해-.
구체적으론,
연중 미세먼지 총량의 절반 가량은
우리 나라에서 나온다.
(그러니
중국 탓만 하고 있지 말고
우리부터 절감을 위해 노력하자-)는
여러 인터넷 유저들의 의견, 혹은 같은 뉘앙스의 몇몇 보도에 대해.
건강하게 살고 싶은 평범한 서울 시민이자, 툭하면 기침감기에 걸리는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엄마로서.
깊은 빡침(첨 써 보는 이 단어, 이 순간 진짜 적확하군요)을 느낀 나머지 잠이 오지 않아서.
짧은 이야기를 하나 적으려 해요.
반말이에요. 죄송해요.
있잖아.
우리집 똥통이 가득 차서 넘쳐.
냄새가 나서 죽겠다고!
근데 맘 먹고 조사를 해 봤더니
무려 절반이, 우리집 게 아니고
옆집에서 싼 똥이 흘러들어온 거였어.
맙소사. 너무 놀랍지 않아?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우리 집 식구 중에서, 제일 좋은 대학 나오고 똑똑하고 논리적인 애가 자꾸 이렇게 말을 해. 역시나 논리적인 말투로 차분하게.
옆집 똥을 어찌할 순 없으니까,
일단 우리들이
똥을 좀 덜 싸는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해요.
어쨌든 우리가 싼 똥이 반이나 된다잖아요.
아 놔, 이거 정말 코미디 빅오브 빅리그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최강전스럽지 않아?
나만 그래? 정말 나만 그런 거야?
저기, 그런 말은 말이야.
옆집이랑 어떻게든 한 판 붙을
계획이라도 같이 좀 세워 본 다음에.
정중히 항의하든 설득하든 협상하든 협박하든 뭐든 시도해서
갈 데까지 다 가고 난 다음에도
도무지 도리가 없을 때
분해서 식구끼리 울면서 해야 되는 말이야.
아무리 옆집이 우리집보다 식구가 많고 잘 살아도.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 아니야? 그 철통같은 자제력과 논리력은 우선은, 옆집을 향해 사용해야 되는 것 아니냐구.
왜 50퍼센트의 일방적인 피해자에게 자꾸 나머지 50퍼센트의 과실은 스스로에게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재차 말해주는 거지?
가해자에겐 아무런 말 안한 채?
이건 정말 부자연스럽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공기가 무엇으로 뒤범벅되었든, 아이들은 부모 손을 잡고 밖에서 뛰놀고, 사람들은 초록색을 찾아 도심 속 오아시스를 파고들 겁니다.
가정의 달이자 계절의 여왕 5월엔 제발! 옆집에서 똥을 좀 덜 싸고 덜 보내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