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희 Aug 19. 2016

진로고미니스트를 위하여 #3. 가수 이동욱 인터뷰

리멤버러스, 우릴 기억해 주세요.


가수 이동욱은 그런 사람입니다. 특유의 친절함과 솔직담백함으로 제게 가수에 대한 고정관념(= 까다로울 것 같아. 예민할 것 같아.)'을 한 겹 걷어내게 해 준.

그러나 꼬박 1년을 알아온 그는 '강아지를 닮은 고양이' 같은 사람. 여자에 비유하면 화장을 한 듯 안한 듯 내추럴한 스타일이지만, 좀처럼 민낯을 보기는 힘든 여자랄까요.


무슨 말이냐고요? 그러게 좀 장황하네요. 밤잠을 빼앗아 저를 다소 몽롱하게 만든 열대야를 탓하며, 긴 서론보다 이제부터 찬찬히 만나보시죠 뭐. 그의 이름과 단어들을 연결한 일곱 가지 질문을 통해.


표지는 이성원 작가와 작업한 그의 사진입니다. 무더운 여름 한낮 야외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날씨 따위 아랑곳없이 촬영을 이어갔습니다.(물론 실내로 이동하긴 했죠.) 둘이 내뿜는 에너지를 보는 일은 무척 즐거웠어요. 결과물을 다시 소환해 보죠.

 그를 설명하기에 마이크보다 더 정답인 사물이 있을까요. 적은 면적을 차지한 주인공 대신 시선을 압도하는 커다란 마이크는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기둥처럼 보입니다.


1. 이동욱. 유시절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길 좋아하는 아이들은 많, 그 중 가수로 성장하는 일은 드물다. 흔한 흥 많은 아이 중 하나였던 이동욱은 어떻게 프로 가수가 될 결심을 하게 나.


사실 어릴 적엔 노래보단 춤을 참 좋아했어요. 예전 사진 속에서 어린이 이동욱은 주로 춤을 추고 있죠. '댄스가수가 될 거야!' 라고 온 몸으로 말하듯이.

러다가 고등학교 댄스부 단짝 친구가 별안간  밴드를 하고 싶다기에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저도 밴드부(건반) 활동을 시작했죠. 그런데 점점 노래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커지더라고요. 무대에서 댄서와 건반 연주자는 주로 보컬 뒤에 위치하잖아요, 무대 앞에 나서는 느낌이 어떨까 궁금해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국제 청소년 뮤직 페스티벌 공고를 보 밴드와 별개로 팀을 짜서 메인보컬 출전했는데 운이 좋게 입상하게 됐고, 이후 보컬리스트로 지망이 바뀌었죠. 

마음먹고 나선 교장실에 찾아갔고, 면담 끝에 허락을 얻어냈어요. 전 야자 대신 보컬 연습을 하고, 입시와 관계 없는 과목시간에 혼자 이어폰 끼고 음악 듣는, 특이한 존였어요.

대학교는 무조건 서, 그 중에도 당시 보컬학과 쪽에서 가장 알아주는 서울예대만을 생각했어요. 원서도 거기에만 넣었죠. 무슨 배짱이었는지 하하.

러나 안타깝게 떨어졌고, 이래저래 재수는 하고 싶지 않 결국 백석예술대학 보컬과로 입시를 치죠.



2. 이동. 데뷔


그는 2008년 MBC 주말드라마 '겨울새'의 ost로 스물 다섯 나이에 데뷔했다. 데뷔 과은 어땠나.


쉽지 않았어요. 여느 가수들처럼.

졸업 무렵, 여기저기에 데모 테잎도 보내고 오디션도 보던 때였어요. 하루는 공개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무대에서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죠. 워낙 실력이 좋았기에 목소리가 각인이 됐어요. 며칠 후 데모 테잎을 보냈던 한 기획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듣자마자 딱 그 형인 거에요. 알고 보니 그 기획사 소속 가수던 형이 멤버 충원을 위해서 직접 모집 글을 올렸던 거죠.

너무 신기했어요. 생갔했죠. 이건 운명이라고. 그 후는 일사천 곧 계약서를 썼어요. 아, 그 오디션에선 형이 합격했지만 회사가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해서 결국 무산됐죠 . 이런 저런 일이 참 많죠, 대중음악 하다 보면.

근데 그 음반이 엎어지게 되요. 결국 잘 안 됐어요. 우리 팀원 네 명 기다리고 또 기다렸죠. 2~3년을 기다리다 드라마 OST 기회가 왔어요. MBC 드라마 겨울새라당시 기대가 컸었던 것이,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었거든요. 윤상현, 박선영, 이태곤, 박원숙씨 출연진도 쟁쟁했고요. 우리 회사는 ost 제작을 총괄하기로 방송사와 계약을 했고, 제가 부를 곡이 타이틀이나 남주 여주 테마 중 하나가 될 가능성도 제법 있어 보였어요. 드디어 데뷔하는구나! 마음이 부풀었죠.

그런데 녹음을 앞두고 별안간 방송국에서 '아다마급'(거물급을 뜻하는 업계의 용어) 보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그래서 가왕급 선배님 한 분이 섭외되어 앨범에 참여하시게 됐어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막판엔 다른 유명 그룹 소속의 기획사에서도 한 발을 들여놓기까지! 결국 영향력있는 가수 두 팀이 앨범에 참여하게 되면서 타이틀 선점이나 홍보 부분에서 제 곡은 아무래도 밀릴 수 밖에 없었어요. 아쉽긴 했지가 부른 곡 드라마 OST에 정식으로 실렸으니, 드디어 데뷔에 성공한 거죠.

뿌듯함이 컸어요. 맘고생은 심했지만.


드라마 겨울새 포스터입니다. 왜 몇 년만 지나도 사진 속 사람들은 촌스러워지는 걸까요. 그나마 제 눈엔 황정음씨만 '요즘 사람'같군요. 옅은 메이크업이 하드캐리 중입니다.


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바닥엔 '사'짜가 다고들 하잖아요. 처음부터 사기치기로 마음 먹고 접근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워낙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분야이니 아직 없는 걸 이미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죠.

 기다림의 시간. 자꾸 무슨 일이 잡힐 것 같아 제대로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었던 시간. 겪어 보지 않으면 몰라요. 그 피말리는 연습생의 시간, 큰 스트레스였어요. 연습이 손에 안 잡힐 땐 중간중간 후배 연습생들을 가르치며 맘을 다잡았죠. 그러다가 결국 회사를 나오게 돼요. 그래서 레슨과 아르바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저와.



3. 이동욱. 아르바이트


 평균 몇 십대 일은 우습다는 실용음악 보컬과 입시의 치열함은 익히 알고 있던 터. 합격 비결을 묻자 '싸부님' 이야기가 고, 곧 치열했던 '알바' 경험담으로 이어졌다.


제 첫 사부님은 경희대생이었어요. 그래서 경희대 수원캠퍼스 근처에서 사부님의 남동생과 함께 살았죠. 학교가 있는 방배동으로 매일 7000번을 타고 통학했던 기억이 나네요.

먼 거리를 감당 못하고 2학년 때 봉천동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때부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쉴 틈 없는 아르바이트가 시작돼요. 새벽에는 역삼동에서 도보로 녹즙을 배달하고, 강의가 끝나면 방과 후 수업에 가서 보컬레슨을 하고, 밤에는 선릉역에 있는 바에서 서빙까지. 늘 새벽 1~2시에 자고 4~5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죠. 정말 고생스러웠어요. 당시 몸무게가 65킬로그램이 채 안 나갔으니. 인생에서 가장 말랐을 때였.(그의 키는 178cm다.)

 호프집 일을 했을 땐 회식이 잦았었는데, 막차가 끊겨서 할 수 없이 날을 새우고 학교에 가니 성적이 자꾸 떨어질 수 밖에요. 그래도 그 극한 생활을 1년 넘게 꼬박 해나갔으니, 어떻게 정신력이며 성실함, 체력이 받쳐 줬는지 모르겠어요. 아이고 풋풋하다.(웃음)



보컬트레이너라는 직업이 부각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페이퍼 터너(피아노 연주자 옆에 앉아 페이지를 넘겨 주는 사람)처럼, 숨은 조력자와 같은 직업군이 주목받는 것을 보는 게 기분이 좋다. 그림자 지던 무대의 이면에도 조명이 드리우는 것을 보는 것이 짜릿하달까. 동욱씨는 어떻게 보는지?


일단 질 높은 여가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서  취미 레슨이 많아졌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니 실용음악과 입시 지망생들도 엄청 늘었어요. 즉 이래저래 수요가 확 늘었죠. 그러다 보니 보컬 전공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그들을 수용할 직업이 필요하니 또 트레이너가 늘어나요. 수요가 공급을 낳고 순환되면서 시장이 커진 거죠. 그 중 일부 트레이너들이 방송에 진출하다 보니 직업군의 인지도가 커지고 있는 거고요. 확실히 방송에선 요즘 새로운 직업군을 출연자로 많이 선호하는 것 같아요. 수요 ,공급, 홍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거죠.


가르치는 일은 어때요. 재미나?


처음엔 생계 때문에 일을 시작했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부담스럽긴 해요, 정답이 없으니까. 예를 들면, 국영수 강의라면 답은 이미 있으니 튜토리얼만 고민하면 되는 건데, 이건 정답이 없는 분야니까 과연 내가 내 노하우를 이렇게 주입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을 많이 하죠. 그러다가도 문득 레슨생들 실력이 늘어났다고 느낄 때는 되게 뿌듯해요. 참 보람 있는 일이에요.



4.이동욱. 리멤버러스


지금 이동욱은 한나, 주영과 함께 혼성 3인조 보컬그룹 리멤버러스로 활동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 데뷔 후의 스토리를 들어 봐야겠다.


첫 회사를 나와 멤버들과 공연하다가 춘자 누나와 알게 됐어요. 저희 무대를 보고 제의하셨죠,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그렇게 김새롬, 하리수씨 등이 소속된 춘자 누나네 회사에 들어가서 계약서를 쓰고, 남자 3인조 I STORY로 앨범을 냈는데, 방송활동을 많이 못 했어요. 결국 시원찮게 활동이 마무리 되었고 스물 아홉이란 늦은 나이에 공군 군악대에 입대하게 되었어요. 조인성씨, 라이언 형이 다녀간 그 부대죠.


 오. 아까 겨울새 포스터에 비하면 이 사진은 예전 느낌이 별로 안 나네요. 첫 인연이었던 그 '노래 잘 하던 형'은 바로 센터에 있습니다.


와우. 조인성하고 같은 부대에? 그럼 둘이 선후임 사이였나요? (눈이 초롱초롱 반짝반짝)


여성 독자들께 안타깝게도 군번차이가 좀 나네요. 같이 생활한 적은 없고 제대하고 몇 개월 있다가 제가 들어간 거거든요. 참 가기 싫던 군대였는데 막상 들어간 군악대는 저에게 힐링이었어요. 일단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것부터 행운이었죠. 음악할 수 있는 환경도 생각보다 좋았고, 여느 군대와는 확실히 다른 동료 의식이 있어서 분위기도 훈훈했어요. 특히 보컬분과에는 달랑 라이언 형이랑 저밖에 없어서 둘이 살림차렸냐, 부부사이냐고 놀림받을 정도로 늘 붙어 다녔죠. 전 세계 군악대의 올림픽인 러시아 공연에 갔던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데, 군 전용 비행기를 타 보기도 하고, 우리나라 '9시 뉴스'같은 러시아 뉴스와 인터뷰도 해 보고. 재밌는  추억이 많아요.


그러다 제대하고 얼마 후에 회사 계약을 해지했죠. 더 이상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엔 기획사와 만나는 것 이상으로 결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만난 멤버가 지금  리멤버러스에요. 사람 일은 참 알 수 없는 게, 첫 기획사에 같이 몸담았던 가수들 중 주영이 형이 있었는데 그 형과 돌고 돌아 결국 한 팀이 됐어요.


유명한 가수들 중에 그런 경우가 종종 있더라. 처음엔 전혀 몰랐지만 훗날 한솥밥 먹게 되는 경우.


그렇게 만난 이번 리멤버러스는 서로 다 마지막 팀이라는 각오로 하고 있어요. 멤버들요? 한나 씨는 왈가닥 이미지지만, 천생 여자에요. 그에 반해서 주영 씨는 개구진 이미지인데 진중한 아재 매력이 있죠 하하. 저요? 저는 우스갯소리로 이빨 담당이라고 자칭하는데, 활력소 역할이죠. 술은 셋 다 잘 마셔요. 리멤버러술 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리멤버러술. 아니, 리멤버러스. 순서대로 동욱, 한나, 주영.


다들 술을 잘한다고요? 가수들은 왠지 목 관리 중요하니 술을 많이 자제할 것 같은데.


음. 아마도 사실과 다를 거에요 하하. 대선배님인 이승철 김건모 성시경.. 다 술 하잖아요?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인 것 같아요. 인생에서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을 더 추구한다 싶으면 하는 것이고, 절제해서 일적으로 더 완벽함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면 안 하는 것이고. 성향에 달린 거죠 뭐.


사실 아나운서들이라고 해서 다들 목 관리를 세심히 하는 건 결코 아니다. 주당인 건 기본, 골초 선배들도 여럿 보았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5. 이동욱과 맛집


사진촬영부터 인터뷰까지. 시작한 지 세 시간이 넘어간다. 문득 출출해졌다. 음식 생각이 났다.

동욱씨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빠질 수 없는 게 맛집이라고 생각해요. 전에 거기 정말 좋았어요. 추천해 줬던, 와규전문점이었나? 방배동 육갑식당!


그래요? 다행이네. 근데 과장이 아니고 제가 추천해서 주변 사람들이 맘에 안 들어한 적이 없어요. 육갑식당은 맛도 좋은데다 친절한 서비스가 진짜 최고죠. 저야 군악대에 복무한 2년을 빼곤 대학 때부터 줄곧 10년을 방배동 근방서 보냈으니. 서초구 맛집은 저에게 문의하세요. 종류별로 소개해 드립니다. (눈빛이 초롱초롱)

먼저 요즘 푹 빠져 있는 교대역에 있는 삼겹살집 화포식당, 여기는 정말 고기의 육질이 끝내줘요. 고기 구울 때 같이 나오는 임실 치즈도 같이 구워 무한 리필되는 명이나물에 싸 먹는게 신의 한 수죠. 백김치 한 장에 고기, 치즈, 와사비를 같이 먹는 삼합! 아니 사합! 완벽한 맛이죠.

돼지고기 맛이 화포식당이라면, 다희 씨한테 추천한 육갑식당은 소고기 맛이 정말 좋죠. 게다가 그 집은 엄청난 소고기 맛보다 더 엄청난 서비스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찾아가면 반드시 기분이 좋아지게끔 훌륭한 서비스를 해 주죠.
(인터뷰어도 인정합니다. 엄지척!)

아구찜 중에선 신사동 초원아구찜을 꼽는데요. 인근에 많은 아구찜 집 중에 그 집만 생물을 써요.( 다 먹어봤단 얘기ㅋㅋ) 진짜 오리지널 전라도 김치가 나오는 곳이죠.

너무 회식위주에 남자들 취향인가? 그럼 와인바를 한 군데 말씀드릴게요. 데이트하기 딱 좋은 곳으로 강남역 근처에 있는 먼데이블루스를 꼽을 수 있죠. 가성비 좋고, 안주 종류도 다양하고. 일단 분위기로 먹고 들어가고. 중요한 거! 콜키지도 무료에요.



각 음식점 간판입니다. 가수 인터뷰에 이런 자료사진을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ㅎㅎ



6. 이동욱과 관계


일보다 사람을 더 행복하거나 힘들게 만드는 게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나?


전 외아들이에요. 그래선지 애정 결핍이 있어 혼자를 잘 못 견디는 편이에요. 집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고독함을 싫어하죠. 연애중이 아닐 때와 연애 중일 때, 언제가 더 많냐고요? 아마도 연애 중일 때가 더 많은 것 같네요.

집에 가면 인터넷 기사부터, 인스타, 페북, 다음 까페의 이슈..쭉 훑어보곤 남는 시간이 싫어요. 사실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것도 되게 못 했었는데, 요즘에야 한 잔 정도 맥주를 마시는 정도거든요.


자취생일 때 , 덩그러니 혼자인 게 싫어서 최대한 집 밖에 나와 살았었다. 근데 그러다 보면 지출이 많아진다. 집 밖에 나가면 죄다 돈이니까. 돈은 얼마나 쓰는지? 한 달 생활비가 얼마쯤? 저축은? 수입은?


수입은 절대 넉넉하진 않죠, 항상 힘든 편에 속해요. 아직 가수로써 인지도도 크지 않고 프리랜서와 같은 직군이기 때문에 들쭉날쭉하니 저축도 좀 힘든 부분이 있고요.

정확한 부분은 음. 비밀로 해 두고요, 생활비야 뭐... 기름값, 밥값, 핸드폰, 보험료 등등 변동 폭이 크지 않아요.  밥도 집에서 잘 해 먹고 넉넉한 형편에서 자란 편이 아니어선지 기본 씀씀이가 큰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옷도 잘 안 사입게 되고 그러네요. 위에 나열한 것 합해서 생활비는 100만원 안쪽인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같은 업계의 사람들을 주로 만나는지?


어디 보자.. 가끔 고향친구들 만나고 그 다음에 우리 리멤버러스 멤버들, 레슨생, 여자친구, 친한 친구들, 작곡가, 연기, 가수들.

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요.


동기들 중에 현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의외로 별로 없다고 들었다.


맞아요. 음악인의 길을 가게 되는 일이 드문 편이에요. 현업에 있는 걸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죠. 근데 그들도 다 겪은 길이긴 해요. 언제 포기했느냐의 차이일 뿐. 여러가지 감내할 게 많다 보니 중도에 그만둔 거죠. 동기들이 현실을 위해 이상을 포기한다면, 전 이상을 위해 현실을 포기하고 있는 거죠. 불안정하고. 따박따박 월급 받고 생활하는 사람에 비해 저는 안정적이진 않지만 능력껏 버티며 이상을 추구하고 있죠.



7. 이동욱과 행복


인터뷰가 어느덧 얼마 안 남은 것 같.

동욱씨의 꿈은?


꿈이라. 어릴 땐 물론 가수로 데뷔하는 거였죠. 그러다 스물 다섯에 OST로 데뷔할 땐, 너무 기뻐 미치겠더라고요! 근데 곧바로 허무함이 밀려오는 거에요. 이제 뭐 하지? 임에서 끝판왕을 깨고 나니까 밀려오는 그 허무함 있죠? 그런 걸 느꼈어요. 

시간이 흐른 지금은 '노래를 더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늘 지금보다 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그럼, 지금 행복하나?


(세상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가) 행복하지 않진 않은 것 같은데. 마냥 행복하지만은 또 않네요.

일단 노래가 잘 불러지면 행복하고요. 좋아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부모님, 자친구, 멤버들... 이 사람들과 있는 걸 먹을 때. 누군가에게 무엇을 줬을 때.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에..(행복을 느끼죠.)

자녀들한테 이 직업 권할 거냐 뭐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글쎄요, 딱히 권하고 싶진 않은데요. 잘 닦인 등산로를 놔두고 굳이 암벽 등반을 시키고 싶진 않은 마음? 이 분야의 기본 속성이 그러하니까. 나만의 길을 만들려면 힘이 들어야만 하니까!


마지막으로 오늘 표지 촬영 어땠나? 몰입하고 즐기면서 하는 것 같던데.


그렇게 보였나요? 사실 긴장했는데. 승부욕과 순간순간 최선 다하는 걸로 승화시켜 봐 주시면 좋은 거죠. 사실 남에게 단점을 안 보이고 싶어하는 경향이 좀 있거든요. 아까 촬영할 땐 일종의 그런 면이 발휘됐던 것 같아요.

이성원 작가가 꼽은 디렉터스컷, B컷 사진들. 확실히 이성원 작가는 포효하는 사진을 좋아한다니까. 이 쯤 되면 인정하죠 오빠?




'그런 면'이 뭔지,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인터뷰 당시 곧 싱글앨범 녹음과 뮤직비디오, 자켓 촬영을 앞두고 있었던, 관리중이라며 테이블에 놓인 수박도 마음대로 못 먹던 그에게선 프로의 고단함과 강인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가수라는 변화무쌍하고 화려하고 때론 험한 직업군에서 담금질된 십 몇 년의 시간이 만들어 낸 아우라일 터.


아우라는 음성에도 녹아있어서, 테크닉과 감성이 잘 밸런스를 이룬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숙련된 운동선수의 근육이 움직이는 걸 보는 것 같다. 그 근육이 더 강인해지길 바란다. 그래서 이 '암벽 등반'에서 오래오래 버티멋진 퍼포먼스를 많이 선보여 주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진로고미니스트를 위하여 #2. 포토그래퍼 이성원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