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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Oct 13. 2016

진로고미니스트를 위한 인터뷰 #3

중학생들의 친절한 수학 안내자 서채은 강사 인터뷰


"요새 잠을 못 자 얼굴이 좀 푸석거려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네요."

이성원 작가와 상의 끝에 이번엔 별도 촬영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수화기 너머로 은 목소리가 답해 왔다. 하지만 웬걸, 인터뷰 장소로 들어서는 그녀 얼굴엔 푸석함이라곤 없는데?


지난 10년 내에 대한민국에서 중학교를 다녔고, 동영상으로 수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면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을 한 번쯤은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태 약 100만 명 정도가 강의 영상을 보았다고 말하는 서채은 강사의 말에는 그러나 팩트 전달 이상의 자부심이랄까, 당연히 담겨 있을거라 생각한 자랑기가 '1도' 없었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사는지를 거의 모두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바쁜 일상을 좇다보니 내 케이스가 특별하단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는 듯. 그렇지만 험난한 대한민국에서 집 밖에 나가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아이를 키워내고 집안을 가꾸며 사는 우리 모두 지금보다 훨씬 더 스스로를 대견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요, 액정화면 너머 바로 당신 말이에요.


동영상으로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화면 너머 매일 수 만 명과 얼굴을 마주보는 직업, 바로 인터넷으로 강의하는 '인강' 강사다. 이 분야에서 진입 장벽 기로 유명한 EBS에 입성해 5을 내리 성실히 카메라 앞에 서고 있는 중학수학 분야 서채은 강사를 만났다.


처음 사진을 봤을 때 뭔가 생경했다. 브라운관의 나이를 추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레트로풍을 입은 추억 속 '골드스타' TV가 소환됐군. 작가님, 무슨 뜻이에요?
이성원
서채은 강사가 강의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방에 있던 작고 통통한 옛날 tv. 내가 고등학생일 때 처음으로 ebs가 수능 강의를 시작했거든. 내용이나 기법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내게 ebs 선생님은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존재다.
엄연히 현재 눈앞에 존재하지만 과거의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물을 가끔 마주치게 되지 않나. 그런 매개물과 조우했을 때 떠오른 이미지를 최대한 기억에 가깝게 표현해봤다.



1. 일과가 궁금해요.


새벽 서너 시부터 대여섯 시간 정도 자요. 컨디션이 오전엔 별로인 편이라 되도록 녹화 스케줄을 잡지 않고, 열 시쯤 일어나 헤어와 메이크업을 한 후 점심을 먹고 출근길에 나서죠.  지금 계약을 맺고 영상을 공급하는 회사가 다섯 군데인데, 각각 일주일에 1~2회씩 방문해 녹화를 해요. 회사에 도착하면 준비된 의상으로 갈아입은 후 내용을 총점검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서 저녁 늦게까지 영상을 찍죠. 끝나면 개인 사무실에 들르거나 곧바로 집으로 와선 내일 찍을 원고를 구성하고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들에 답변을 달고, ppt자료(강의할 때 화면에 띄우는 자료)를 만들어요. 얼추 마치면 새벽 서너 시가 돼요. 이렇게 보통 7일 중에 6일을 보냈는데 요즘엔 하루도 못 쉬고 7일 중 7일을 일로 채우네요. 하하


무척 타이트한데요? 일단 세 끼 식사가 불규칙할 것 같네요.


맞아요. 집을 나선 후에는 따로 밥 먹을 시간이 마땅치 않 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해결하죠. 예를 들어 오후 2시에 디딤돌에서 촬영이 있고, 6시에 이투스에서 촬영을 한다면 그 사이에 움직이면서 김밥을 먹는 식으로요.

같은 프리랜서인 다희 씨도 알잖아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진리. 바쁘다고 불평하거나 그저  지쳐있을 순 없어요.


공감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활동기 연예인 스케줄 못지 않네요.


럴지도요. 다만 운전과 스케줄 관리를 해 줄 매니저가 없다는 것이 차이랄까요. 강사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능대비 강의를 하는 일부 강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움직여요. 아주 바쁜 시기에는 자료 준비를 돕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하지만 그 외엔 혼자 거의 모든 준비를 해요.



2. 그녀는 어떻게 '인강'을 하는 강사가 되었나?


서채은 강사는 20대 때 극적으로 커리어를 전환한 케이스다. 세기말 혹독한 IMF 체제 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그녀는, 운이 좋게도 대기업인 sk 본사에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으로 '미생'의 현장을 경험하는 동안 내면의 갈증이 점점 커졌고 스물 다섯 나이에 결국 사표를 쓰고 나와 '처음부터 다시' 와신상담했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는 뿌듯함도 잠시, 여사원으로 한계가 훤히 보여 답답했죠. 지금도 워킹맘들에게 너무 열악한 근무 환경이 과거엔 더 심하지 않았겠어요. 결혼하고 아 키우며 힘들게 회사를 다니는 여자 선배들을 보며  좌절감을 많이 경험했어요. 조금은 다른 미래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결국 3년차에 퇴사를 결심하고 과감히 실행에 옮겼어요. 한동안 백수 신세를 각오하고 내 진로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 보자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그 와중에 큰 생각 없이 몸 담았던 동네 보습학원 아르바이트가 제 진로를 바꿨죠.


무슨 일을 했나요?


중학교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어요. '기호'라는 수학만의 언어, 그 간결함 속에 숨겨진 진리를 이해시키는 재미가 저를 끌어당겼어요.

어릴 적부터 전 골목에서 저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곤 했거든요. 아이들을 모아놓고, "얘들아 누가 아빠 이름을 물어보면, '자'를 글자 뒤에 넣어서 대답해야 돼. 그런데 두 번째 글자부터 넣는거야. '서 진자 식 입니다' 이렇게 말이야." 라고 스케치북에 써 가면서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적성을 강사 생활을 하며 재발견한거죠.

 학창 시절부터 저는 한결같이 아침잠이 많은, 전형적인 야행성 체질이에요. 그런데 학원강사는 오전에는 강의가 거의 없잖아요. 오후부터 시작되는 일과, 한 장소에 매여 있지 않고 이동하는 직업. 여러 모로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뛰어들었어요.


그 후 페르마라는 수학 전문학원에 들어가서 운이 좋게도 중국 베이징에 1년간 머무를 수 있었어요. 북경에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파견한 주재원들이 당시 8000명가구 가량 거주했거든요. 그들은 파견 기간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요. 즉 어린 자녀들이 대입을 치르기 전에 다시 한국으로 와야 하니 한국식 학습에 대한 수요가 풍부하죠. 주재원의 자녀들을 가르치며 1년 동안 많은 걸 배웠고 돌아온 뒤부터는 동영상으로 강의하는 강사의 길로 본격 접어들었어요.


그렇게 입문 후 '인강의 꽃'이라는 EBS에 진출하기까의 과정은요?


첫 회사에서 열심히 강의를 했고, 어찌하다보니 다른 업체에서도 컨택이 들어왔어요. 이 바닥이 사실 무척 좁아서 알려지는 일은 금방인 것 같아요. 다행히 곧 바빠졌죠. 그러다가 일 시작한 지 5년차에 EBS에서 공고가 났기에 신경 써서 영상을 준비하고 원서를 넣었는데 운이 좋게 2차, 3차 테스트까지 올라갔어요. 경쟁률이 높긴 높죠. 아마 10000:1에 가깝다고 들었어요.



3. 물론 강의 능력이 첫째였겠지만 미모도 열 일 했을 것 같은데요? 막간을 이용해 여성 독자들에게 뷰티 팁 좀 알려주세요. 매일 두터운 메이크업을 하고 조명 앞에 서는데도 깨끗한 피부의 비결은?


 별다른 건 없는데, 진한 메이크업을 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 클렌징이에요. 저는 네 단계에 걸쳐 클렌징해요. (와우!대단하다.) 클렌징 로션- 폼 - 클렌징 비누- 그리곤 끝으로 비타민이 들어간 젤 타입 클렌징 제품을 쓰고 깨끗이 씻어내죠. 대부분 오일과 폼 정도로 끝내시잖아요. 제 경우엔 마지막에 쓰는 비타민이 함유된 클렌징 제품이 저와 찰떡궁합이에요. 뉴스킨에서 나오는 제품인데, 기꺼이 자진 홍보하고 싶을 만큼 저에게는 보습과 미백 효과가 탁월해요.

 

음, 또 하나는 여자의 얼굴을 한층 돋보이게 해 주는 확실한 도구가 저는 속눈썹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로드샵에서도 손쉽게 가닥 속눈썹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본인에게 맞는 것을 하나쯤 소장하고 있다가 특별한 날 한 가닥씩 성의있게 붙여 보세요. 거울을 볼 때마다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얼굴에 입체감이 확 살아나거든요.



4. 다시 본류로 가서, 사교육 트렌드의 중심에 있어 보니 어때요? 소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라 지칭하는 학생들이 중학교 때부터 많이 있나요?


그럼요.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수포자라고 자처하는 친구들도 상당해요. 다른 과목보다 수학은 마음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과목이잖아요. 다른 과목은 내용이 어려워도 일단 읽히긴 하는데, 수학은 그 자체가 기호로 된 언어이다보니 더하기 빼기 시절부터 차곡차곡 기호 습득이 잘 되어야 학년이 올라가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뒤쳐지는 아이들을 교육 당국이 잘 다독여서 끌고 가지 못하고 있어요. Q&A만 봐도 가장 많은 질문이 '수학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인데, 너무 질문이 광범위해서  제가 구체적으로 '하루에 몇 시간을 공부하나요? 어떤 단원이 특히 어렵고 어떤 부분이 재미있나요?'라고 되물으면 절반 이상이 더 이상 답을 해 오지 않아요. 막연히 잘 하고 싶지만 구체적인 의지와 열정이 없는 학생들이 태반이라는 이야기인데, 단순히 아이들의 의지 부족을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환경은 어른들이 만든 거니까.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왜 그렇다고 보는지?


7차 8차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여러 내용이 들어갔다 빠졌다 하면서 일관성이 부족해 학생들이 흥미를 빼앗기는 것 같아요. 제가 강의한 10년 사이에도 내용이 많이 달라졌거든요. 사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출판사나 우리는 일감이 늘어나니 좋죠. 학생들이 새롭게 교재를 사야 하잖아요.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학습량 경감시켜 준다고 하더니 말과 달리 또 새 책을 사서 배울 내용을 전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죠. 예를 들면 정비례 반비례 문제는 중학교 1학년 때 배우던 것이 현행 들어 초등 6학년으로 내려갔어요. 대푯값이란 용어는 예전엔 대표값이었다가 지금은 대푯값이라고 쓰지 않으면 틀리죠. 수학에 대한 흥미 유발과 사고력 향상이라는 본질보다, 덜 중요한 것들에 신경을 빼앗기게 만드는 부분들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럼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주변의  른들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가장 좋은 건 같이 공부하는 것, 즉 어른이 스스로 수학에 흥미를 갖고 일상을 바라보는 거죠. 좋은 책이 시중에 꽤 있어요. 예를 들면 '수학비타민'이라는 교양서는 어른들에게 부담 없이 읽히면서 일상에서 수학적 마인드를 고양시키기 좋은 책인데요,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자녀 명문대 보내는 법'이라든지, '내 자녀 창의적 인재로 기르기'라는 제목으로 된 책은 사 보면서 '수학비타민'같은 책은 안 읽으시는 것 같아요.


(테이블을 가리키며) 여기 커피가 놓인 이 테이블도 직사각형이잖아요. 이 위에 놓인 다희 씨 노트북도 직사각형이고요. 아이와 까페에 왔을 때 '이것 봐, 여기에도 직사각형이 있지? 그런데 두 직사각형은 가로 세로 비율이 조금 다르네."라고 말을 걸어 주고 다른 도형으로 관심을 확장시켜 보는 거죠. "이 음료 컵에 꽂혀 있는 빨대는 속이 비고 단면이 원인 원기둥이네. 다른 도형 모양은 뭐가 있나 찾아볼까?" 이렇게 일상에서 흥미를 유발시켜 주는 거에요.

그런데 대부분은 "책 좀 읽어라." 라든지, "책상에 앉아서 공부 해!" 이런 말씀만 하시죠. 책을 읽고 싶게 만들려면, 먼저 학부모가 책을 읽고 자녀를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5. 서채은씨같은 엄마를 둔 자녀는 좋겠어요. 근데 막상 서채은 씨는 아이는 커녕 결혼하고픈 맘도 지금은 없으시다고?


네. 우리끼리 자조적으로 '생식 기능에 이상이 생겼는지도 몰라.'이런 말 많이 하는걸요. 전자 칠판을 끼고 사니까 전자에 엄청 노출되잖아요 (웃음) 뭐, 이 때문은 아니고 아직 일을 더 할 때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딱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요.


그럼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스트레스를 뭘로 푸나요?


이 친구들이죠. 제가 키우는 고양이들요.(카카오 스토리 앨범을 온통 고양이가 차지하고 있다.) 집에 들어가서 고양이들을  스트레스를 달래요. 몇 년 전에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밥그릇에 몰래 와서 밥을 먹던 고양이를 거둔 것으로 고양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저한테 오는 불쌍한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다 보니 남들이 어느덧 '동물 애호가'로 불러주기 시작했어요.

지난 4개월간 틈틈이 구조하고 입양보낸 아이들이 9마리 있고요. 그 외에 지금껏 6마리를 식구로 맞이해 돌보고 있어요.


측은지심이 많은 사람인 줄 진즉 알아봤네요. 왜냐면, 인터뷰 초반에 지금 강의를 어디에 내보내냐 물었을 때 업체 다섯 군데를 나열해 놓고 정작  계약이 끝난 '방통고'를 언급하며 방통고 학생들 이야기만 했잖아요. 장애우들이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가 참 의미있고 보람됐다고. 그 때 생각했죠. 봉사에 관심이 많구나.


아, 맞아요. 저는 사교육의 벽이 높은 곳에 직접 찾아가 강의로 봉사를 하고 싶어요, 근데 그 전에 먼저 내가 필드에서 덜 뛰어도 먹고 사는 데에 지장 없는 자동화 시스템까지는 만들어 놓아야죠. ㅎㅎ


6. 그렇다면 지금 수입은 어느 정도?


수입이요?저흰 클릭 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는 아니고 보통 한 챕터의 강의를 한 건으로 계약해요. 지금 일하는 다섯 군데(EBS, 천재,디딤돌,구몬,이투스) 업체 모두 그렇게 강의 주제별로 세분화해 계약을 맺고 있죠. 그래서 학기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대략 순수익이 매 달 천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네요.


7. 그렇군요. 뭐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인터넷 강의는 특히 경쟁이 극심한 분야인 것으로 알아요. 일전에 수능 수학 전국 1인자로 꼽히던 삽자루 우형철씨를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분이 "보통 한 집단의 인구 분포는 피라미드 식이지 않냐. 그런데 이쪽 업계의 강사들 분포도는 압정과 비슷하다. 날카로운 핀처럼 소수만 성공을 거머쥘 수 있는 구조다."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전 소심한 편이어서 그런 말을 미리 듣고 귀기울였더라면 아마 이 쪽으로 뛰어들지 못했을 거에요. 애초에 '치열한 이 바닥에 뛰어들어서 최고가 되어 살아남아야지.' 하는 마음보단 그저 재미가 있어서 선택했고, 그 때 그 때 다가온 일들을 성실히 하다 보니 운이 따라줘서 지금껏 열심히 해 오고 있는 거죠. 삽자루 선생님은 이 분야의 대부이시죠. 개그계의 이경규씨처럼요. 근데 그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씁쓸하지만 틀린 말씀이 아닌 것 같네요.


기억나는 게 또 있어요. '내가 강사로서 더 오를 곳이 없으니 나중을 대비해서 강사들 매니지먼트에 주력할 것'이라고. 방금 강사로서 커리어의 정점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셨으니 말인데, 서채은 강사의 향후 계획은?


일단 내년 3월쯤 오프라인 학원을 하나 오픈할 계획이에요. 아이들이 수업 듣는 강의실 옆에 공간을 따로 마련해 거기에서 제 영상들을 촬영할 생각이고요. 여기저기 이동할 때 쓰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서 더 완성도 높은 완제품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웃음) 다희 씨도 놀러오세요. 동영상 촬영이 취미라면서요, 좋은 카메라 구비해 놓을게요.



네 꼭 놀러갈게요.(^^) 학생들이 Q&A에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질문을 남길 때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뭐라고 답변하나요?


가끔 그런 질문 받는데 그 때마다 일단 학업에 충실하라는 답을 최우선으로 해 줘요. 가급적 좋은 대학에, 진출하고자 하는 과목의 전문 학과를 가라고요. 그 다음은 여느 회사 채용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온라인 회사들의 채용공고를 눈여겨 보다가 지원서를 넣고 최종 단계에서 통과하면 인터넷 강의를 하는 강사가 되는 되죠. 다만, 카메라 앞에 서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생각보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데에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이 분야의 일은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재미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분야죠. EBS같이 무료로 제공되는 강의를 할 때는 수학 교육의 보편성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있고요.

다만 문제는 인구절벽이에요. 수요층이 가파르게 적어지고 있거든요. 지금 고1이 딱 인구절벽에 해당하는 나이인데 바로 위의 학년보다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현저히 적어요. 이미 회원 수의 감소를 못 견디고 회사가 무너진 사례도 종종 있어요. 파이가 적어지고 있는데 아직 공급은 충분히 조정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겠죠.


정말 그렇겠네요. 채은 씨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채은 씨는 지금 행복해요?


(살짝 웃더니 고개를 가로지른다.) 아니요. 저 요즘 행복하지 않아요. 강사로서 커리어의 정점에 있다는 생각은 사실이에요. 남의 눈에서 보는 성공의 척도에서가 아니라, 제 역량에서 이보다 더 최선을 다 해 열심히 일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요. 하지만 일은 유일하게 내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영역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커리어 외적으로 제게 요즘 좀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 골치가 아프거든요. 행복은 일상의 단면같은 거고 쭉 지속되는 감정 상태를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나중에 묻는다면 또 다른 답을 하겠죠.



마무리


'사랑스럽다'는 형용사가 참 잘 어울리는 사람. 늘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강사 아닌 인간 서채은의 마음에 행복감이 어서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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