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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루비 Dec 28. 2015

물건의 가치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23일 소소예술시장에 다녀왔다. 2015년 마지막 마켓 참여이기도 하고 곧 2호도 발행될 예정이라 연말할인을 했었다.

옆자리에 The Kooh의 부스가 있어서 같이 수다떨며 마켓의 긴 시간을 무사히 보냈다.


여러 이야기 중에 물건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The kooh의 시리즈 잡지는 거의 남는 것 없이 판매된다고 한다. 책 가격이 너무 낮아서.

이젠 꽤나 팬층을 가지고 있고,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있어 매 새로운 호가 나올 때마다 판매율도 나쁘지 않겠지만... 인쇄비, 서점 수수료를 빼면 남는 게 없을 것이다.

현재 홀리데이아방궁이라는 공간도 운영하고 있고, 출판사로 등록해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지만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셨다. 쉬운 일이란 없는 거다..


책 가격을 낮게 잡은 것은 처음에 낮게 잡았기때문에 계속 이어져온 것일 것이다.

처음에 낮게 잡았던 이유는 아마(내 추측이지만) 좋아서 취미처럼 시작했던 작업이었고 진지하게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동일한 책 구성에 판매가격을 높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쇄비는 여타 출판사들의 책들과 동일하게 나온다. 동일하게 비싸다. 취미삼아할 때처럼 자비로 제작하기엔 부담이 갈 정도로 비싸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물건에 가치를 스스로 매긴다는 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제작자가 직접 가치를 매기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책에 가격을 붙일 때 고려하는 점이 몇가지 있다.

1. 일단 수수료 30%(대부분의 독립서점들의 수수료이다)

2. (모두 판매되었을 때)다음 책 인쇄비용이 만들어지는가.

3. (모두 판매되었을 때)내 최소 한달생활비가 만들어지는가.

- 여기서 내 최소 한달 생활비는 처음엔 100만원에서 70만원, 50만원으로 떨어진다.

자, 생각해보자. 서울의 집세, 공과금, 식비, 교통비. 최소비용은 얼마가 되야할까?

난 사치스러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구나 즐기고 싶은 최소한의 것들이 있지않은가.


근데 사실은 지금은 저런거 신경쓰기 어렵다. 하핳

그냥 1호가 다 팔리기만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판매한다.

그래서 고민하는 것은 인쇄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잡지제작 외에 디자인 외주작업(프리랜서)를 많이 하고 있다. 그래야 생활이 되고 다음호 제작비가 마련된다.

창간호는 감사하게도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제작했지만 매호마다 텀블벅을 받기란 어렵다.(효과도 떨어지고)


스스로 제작자가 되니 여러가지 것에 눈이 뜬다. 특히 돈에.

가게에 들어가면 터무니없이 비싸보이는 제품들도 입점 수수료가 비싸겠지, 딸린 직원이 많은가, 소량생산제품인지 가늠해보게 됐다. 사실 그래도 너무 터무니없이 비싼 것들이 있다.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거품들.

2호에 들어갈 인터뷰긴 한데. 가구를 만드는 인터뷰이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하나 나오는 건 되게 힘든 걸 알면서. 남의 주머니에서 만원짜리를 꺼내려고 하는데 그걸 충족시킬 만큼 그걸 뽑아야되는데. 그 만큼 하고 있는지도 판단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너무 남의 주머니에서 돈 나오는 걸 쉽게 생각하는 것도 없지않아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공감이 됐다. (다른 문맥에서 나온 말이긴 하지만)

도대체 우리는 물건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고 있는 걸까.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물건값이 싸지면서 물건의 가치는 단순이 돈으로 환산되어버렸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발달되면서 개인의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물건은 개인의 취향, 비싼 소유물이 되었다.


나는 내 물건의 가격만큼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있을까? 내 물건의 가치를 나는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가 힘들게 만드는 만큼, 사는 사람도 힘들게 번 돈을 꺼내는 것이다.

물론 내 물건을 사는 사람도 내 물건의 가치를 알아봐줬으면 하지만, 나 또한 그 사람의 돈을 쓸 만큼 가치있는 물건을 만들어야한다.

이것은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의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나는 내 물건을 사주는 사람들의 돈을 후원금, 지원금으로 생각하게되었다.

나 같은 작은 제작자가 계속 작업할 수 있게 해주는 후원금,

내가 만들고 있는 잡지의 가치를 이해하고, 같이 추구해주는 사람들의 지원금으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계속... 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똑같이 처음 시작하는 초년생 제작자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매거진 요지경

요지경은 계간으로 발행되는 인터뷰매거진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질문하고 세상의 다채로운 삶의 형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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