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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루비 Jan 07. 2016

버티기

두달 전이었던 것 같다.

베를린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Charity Children'가 Pledgemusic이라는 독일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프로젝트를 열었다고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왔다.


Charity Children은 내가 4년 전 홀로 떠났던 배낭여행에서 만났던 버스킹팀이다.(만났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공연하는 모습을 내가 지켜봤다는 말이다.)

베를린에서 마우어공원 마켓(Mauerpark Flohmarkt)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목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노래도 좋고, 목소리와 악기 연주도 너무 좋아서 한참을 서서 들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적어놨길래 한국에 돌아와서 '좋아요'를 눌러놨는데, 복학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자 거의 잊어버렸다. 간간히 타임라인에 뜨면 '여전히 노래가 좋네'하는 정도였다.


그렇게 까먹고 4년이 흘렀는데 크라우드펀딩으로 앨범을 제작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다.

Charity Children은 뉴질랜드출신의 멤버2명이 베를린으로 이사오면서 거리에서 시작한 밴드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아무런 연고도 없이 단지 삶의 변화가 필요해 베를린으로 왔다는 이들은 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유일한 무대였던 거리에서 모험을 시작했다. (facebook)

이들의 스토리가 담긴 다큐멘터리를 한번 보시라! (안타깝지만 한글자막이 없다....)
- https://www.facebook.com/CharityChildren/videos/893584877396302/


베를린 도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독일어도 못 한다. 심지어 돈도 없었다. 정말 무모한 여행을 시작한 이들에게 '음악'이 있었던 건 어쩌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것도 없이 빈 속으로 시작했던 이들이 계속 할 수 있을거라 그 누가 생각했을까. 그랬던 이들이 거리공연을 이어가고, 동료들이 생기고 페스티벌의 무대에 서게되었다. 하나씩 차곡차곡 빈 속을 채워간 것이다.


앨범을 제작한다는데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다는게, 모험을 포기하지않고 계속 하고 있다는게 너무 기뻤기 때문이다. 4년 전 아무 것도 없는 학생이었던 내가 지금 삶의 도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도 계속해서 도전했고,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사실 그들이 나를 알지도 못하고 그들의 음악이 내가 잡지를 만드는데 영향으로 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공감하면서 내 이야기로 끌어들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4년 전의 우연한 만남이 비슷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만나서 극적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근데도 이상하게 힘이 되었다. 나도 잘 버텨야겠다라는 이상한 용기가 생겼다.


그래 어렵더라도 조금 버텨봐야겠다. 내가 하는 일이 나쁜 일도 아닌데. 잘못될 것 없잖아. Charity Children에 비하면 나는 맨땅에 헤딩도 아니네. 안전모정도는 쓰고 있는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게 더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크라우드펀딩은 성공했고, 어제 집으로 무사히 CD가 도착했다.



Hi Solbee! Thanks for your lovely email, so glad the package made it safely! And thank you for your kind words- that is very sweet of you and we're so happy to have been some kind of inspiration for you. Of course we would be interested in doing an interview for a magazine in Seoul. So keep in touch!
All our love, xxxxChloe and Elliott.

안녕 솔비! 사랑스러운 메일 고마워. 패키지가 CD를 안전하게 지켜내서 너무 기쁘다! 그리고 다정한 말들 고마워. 그건 정말 상냥했어. 그리고 우리가 너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게 굉장히 기쁘다.
당연히 우린 서울의 잡지와 인터뷰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 그러니 연락해!
사랑을 담아, xxxx(kisses)클로이와 엘리엇.




*앨범을 받은 후, 포기하지않고 계속 해와줘서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나는 독립잡지를 만들고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인터뷰 부탁해도 될까라고 덧붙였었는데 긍정적인 답이! 정말 언젠가 그들의 인터뷰도 꼭 싣고싶다. :)



인터뷰매거진 요지경
요지경은 계간으로 발행되는 인터뷰매거진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질문하고 세상의 다채로운 삶의 형태를 소개합니다.
http://facebook.com/yojikyung
http://instagram.com/zine.yoji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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