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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루비 Dec 03. 2015

진정한 후원

2015.10.3 텀블벅 모금이 성공했다.


내 첫 후원자는 아빠였다.
퇴직 후, 이제 어떻게 할꺼냐는 엄마아빠의 물음에 '책을 만들어볼까해'라고 했다.
엄마아빠는 반기지는 않았다. 어리둥절해 했고, 걱정했고, 설득했다. 당연히 나는 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그냥 나는 이런 사람을 인터뷰했다, 저런 사람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이런 내용을 담을꺼다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혼자서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인터뷰를 하고 돌아다니는 나를 보고서 그냥 하는 말은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하신건지.. 그럼 어디 한번 해봐라라고 이야기하셨다. 원래부터 내 고집은 똥고집이여서 꺾였던 적이 별로 없기도 했다. (미안해요 엄마아빠 이런 똥꼬집이라서...)
그런 부모님의 조용한 지지에 더 책임감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일단 1년해볼께요. 안되면 저도 탈출해야죠. 먹고 살아야되는데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말한 만큼 시작이 가볍진 않더라.

그러고 몇개월이 흘렀다.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연락을 잘 하는 딸은 아니지만(미안해요 엄마아빠 이런 무심한 딸이라서...) 종종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말씀드리곤 했다.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런칭한 날, 가장 먼저 엄마아빠에게 알렸다. '저 이렇게 진행하고 있어요. 이건 텀블벅이라는 건데 여기서 제작비용을 후원받고 사람들 반응도 한번 보고 어쩌고 저쩌고....'

근데 후원자에 '1'이라고 떠있길래
와! 첫번째 후원자야! 감격스럽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화나고 기쁘고 짠했다.
이렇게 지지해주시는게 고마웠다.
엄마아빠에게까지 후원받는게 미안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것 같아 나에게 화가 났다.
(이제야 독립하나 했는데 퇴직과 동시에 다시 불안정 상태로 들어섰다)
첫번째 후원자라는 것이 의미있어 기뻤다.
그리고
자식 걱정하는 엄마아빠가 짠했다.

엄마아빠를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엄마아빠를 위해 잘 살고 싶다.
당신들께는 언제나 어린아이같을 내가 행여나 다칠까 맘 아플까 걱정하는 그들을 위해
잘 살아야 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엄마아빠에게 돈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사는 삶을 살겠노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약속해야지.



인터뷰매거진 요지경
요지경은 계간으로 발행되는 인터뷰매거진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질문하고 세상의 다채로운 삶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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