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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Nov 02. 2023

안나 카레니나는 살해당했다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안나가 인스타를 했다면 인스타그램에는 엄청난 비난의 댓글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 안나 남편인 카레린은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고, 부인에 대한 신뢰가 깊고, 도덕적인 사람이다. 완벽한 남편을 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안나 본인이 진심으로 사랑한 아들까지 떠났으니 히틀러를 변호하기 만큼 어렵다.


그런 비방보다 그녀의 가장 큰 고통은 자아비판이었다. 자신이 자신에게서 도망갈 수 없으므로 자아비판만큼 맞춤형이자 연중무휴로 개인을 괴롭힐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녀의 자아비판은 모순적이다. 젊고 전도유망한 남자친구가 유부녀인 자신과 교제로 그의 인생을 망쳤다는 자괴감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남자 친구를 괴롭히고 이런 생각은 다시 그녀를 힘들게 한다.


외부의 비판과 자아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고통을 무언가 건설적인 것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한다. 남자친구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갔다. 거기서 남자 친구가 진행하는 의료사업이나 농장 경영 업무에 관련된 많은 서적을 탐독한다. 독서가 일종의 현실도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도피 중 책 읽기를 도피처로 삼은 것이 그녀의 역량을 보여준다. 남자친구가 진행하는 일에서 의견이 필요할 때 안나는 러시아판 chatgpt 수준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안나의 또 다른 능력으로 자신의 매력을 파악하고, 사용한다. 대부분 사람은 사용하고 싶어도 매력이 없으므로 사용할 수 없다. 혹은 매력이 있더라도 너무 과하게 사용하거나 자신이 가진 매력을 알지 못해서 엉뚱한 면을 드러낸다. 반면 안나는 자신이 가진 진실성, 미모, 대담함 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적절하게 사용한다.


내부와 외부의 비판 속에서 안나는 전혀 다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친구의 사랑을 느꼈던 기차역에서 자살을 하면서 사라진다. 개인적으로 안나의 죽음이 이 작품의 아쉬움 점이다. 이 책에서 안나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레빈이다. 레빈도 방황을 하고 종교에 대해 부정적이다. 하지만 전원생활에서 농민과 함께 일하면서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종교적 진리를 깨우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톨스토이는 안나처럼 종교적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의 선택은 죽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안나와 또 다른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돌리이다. 돌리는 안나의 시누이다. 그녀의 남편도 다른 여자와 부정을 저질렀다. 그로 인해 큰 고통을 받지만 그녀는 가정을 지킨다. 가정으로 돌아가서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하면서 괴로움을 버틴다. 반면 안나는 잘 돌아가는 가정을 먼저 박살내고 나온다. 가족을 망친 사람은 다시 죽어야 한다는 뜻처럼 읽혔다. 남자친구에 대한 안나의 사랑을 톨스토이는 이해를 해지만 받아줄 수 없었던 것 같다. 왜냐면 그녀의 사랑은 점점 집착으로 바뀌어 망상의 단계로 묘사되었다. 사랑에는 분명히 자기와 타인을 파괴하려는 면이 있고, 파괴적 성격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좋은 관계일 뿐이다. 사랑으로 인한 파괴가 자신을 죽이는 자살의 파괴로 나타날 필요는 없다. 여성에 대한 기존 편견을 깨버리는 다른 종류의 파괴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도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마초 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톨스토이가 만약 안나를 죽이지 않고, 소설속에서 여전사로 만들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터문이 없는 가정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안 일어났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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