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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4. 2023
미셀 푸코가 말하는 빈대의 위험성
말과 사물: 미셀 푸코
요즘 빈대에 대한 지식이 급격히 늘고 있다. 결론은 빈대는 상당 부분 모기와 비슷한 해충처럼 들린다. 둘 다 피를 빨고, 야행성이며, 물리면 간지럽다. 날개가 장착된 빈대가 모기다. 이런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빈대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모기는 아무리 물려도 아침 가족대화에 2분 주제도 안되지만, 빈대는 메인 뉴스의 메인을 차지한다. 빈대가 그동안 우리 곁에 없었고, 새로 경험하는 신상해충?이라 과도한 관심을 받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빈대는 전통 있는 익숙한 해충이다. 위험성과 익숙함이 모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도 왜 우리는 빈대에 두려움과 관심을 가질까?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에서 말은 단순히 지칭을 하거나, 정보를 전달하거나, 감정을 나타내는 기호가 아니다. 말은 명제이다. 명제는 판단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이것은 유우이다'라는 문장에서 기본적으로는 우유가 있다는 뜻을 전달한다. 하지만 화자는 소의 젖에서 나온 마실 수 있는 흰색 액체의 기호로써 우유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라는 대명사와 '이다'라는 동사는 각각 하나의 의미를 지칭한다. 동사가 명사를 연결시킨다. 연결된 문장 속의 우유는 더 이상 컵에 담겨있지 않고, 탁자 위에 올려져 있지도 않으며, 출렁이지도 않는다. 말로 지칭된 우유는 재현된 스스로 존재하는 우유가 된다.
'빈대 출몰'이라는 기사의 제목의 기사는 단순히 빈대가 나타남을 전달하는 기호가 아니다. '출몰'은 이 제목에서 동사 기능을 하면서 빈대와 연결된다. 연결된 문장 속 동사는 단언하는 역할을 한다. 단언하기 위해서는 판단이 필요하다. 판단을 통해 빈대 출몰은 하나의 명제가 된다. 명제는 빈대에게 없는 능동성을 부여한다. 능동성을 부여받은 제목은 언어의 기호가 아니라 재현이 된다. 재현을 통해 빈대는 더 이상 냄새와 촉각에 의지하는 곤충이 아니며 의지를 가진 총체적인 존재가 된다.
미셀 푸코는 말이 어떻게 사물을 재현하는 가를 동사, 분절, 지칭, 파생 등 다양한 문법의 틀에서 조명한다. 푸코의 분석에 따르면 사물이 언어로 재현되는 순간, 그 재현은 자신만의 기호를 창조한다고 한다. 빈대가 언어를 통해 사물에서 탈피하며, 언어로 말해진 빈대는 자신만의 기호를 만든다. 빈대가 우리를 겁주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창조한 기호가 우리를 호들갑 떨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