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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몽이 Nov 26. 2018

장자연 사건 '진술조서 전문 공개' 인터랙티브 기획후기

늦어도 너무 늦은 장자연 진술조서 페이지 기획 후기...

한국일보에 입사한 지 한 달이 막 지났을 무렵, 장자연 재수사 관련 이야기가 스멀스멀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다.

종합지에 오니 확실히 경제지에 있을 때와는 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이나 이슈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경제지였다면 장자연 이슈는 연예 기사로 다뤄졌을 텐데, 종합지에서는 사회부 기사로 제법 큰 이슈인 것 같다.


6월 말, 기자가 장자연 수사 진술조서 전문을 입수했다는 소식과 함께 전문을 전부 온라인에 공개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 파일을 기사 내에 뷰어로 삽입해서 보여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쨌든 인터랙티브 단독 페이지로 처음 이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현재 재조사까지의 상황을 다시 한번 알려주면서 전문을 보여주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랙티브 페이지 제작에 들어갔다. 약 5일간의 시간이 주어졌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단독 타이틀을 달고 타사보다 먼저 터뜨려야 하는 기사였기에 빡빡한 일정을 탓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기자에게서 진술조서 전문을 전달받았는데 장자연 주변 인물과 사건의 관련 인물 11명의 진술조서 PDF 파일이었다. 전체 1,005장 달하는 문서를 하나하나 다 읽어보면서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인물들을 정리했다. 장자연 주변 인물부터 죽음과 관련 있을 법한 주요 인물들을 순서대로 나열하여 사용자가 읽으면서 각자 추리하고 생각하면서 사건을 짚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생전 장자연과 한 소속사에 있으면서 가장 가까웠던 동료 배우 윤 모 씨부터 장자연 사건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매니저 유 모 씨, 접대를 하게끔 상황을 만든 소속사 사장 김 모 씨부터 조선일보 사장 방모씨까지 점점 사건이 심화로 가는 과정을 인물들 진술 순서로 구성했다.



각 인물들이 어떤 사람이고, 장자연과 어떤 관계였는지 알 수 있는 문구로 리드글을 정리하고, PDF로 된 진술 전문을 이미지 파일로 한 장 한 장 떠서 갤러리 형태로 엮어 진술조서 전문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진술조서 전문에는 여러 사람의 실명과 그 사람들의 소속부터 음식점 혹은 술집의 상호명까지 모두 나와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누구인지 어디인지 특정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지워야만 했다. 모두 지우고 나니 앙꼬없는 찐빵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


오픈 이후에도 이 사람 이름을 지워달라, 저 사람 빼 달라는 요청이 계속 왔고 원래 11명의 인물 조서가 있었지만 급기야 나중엔 1명을 아예 빼라 하여 현재는 10명의 파일만 남아있다. (무엇이 지워졌고 누가 빠졌는지 저는 모릅니다 판사님)



장자연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진술조서 전문이지만 앞뒤 맥락도 없이 그것만 보여줄 수는 없었다. 하여 처음 이 시간이 나오게 된 배경과 현재 상황까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사건일지가 필요했다. 한국일보 기사를 바탕으로 2009년 기사부터 찾아서 시간 순으로 타임라인을 구성했다.  시간별로 이슈는 있었는데 기사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사진을 중복해서 기사 안에 넣은 경우가 많아 사진 자료는 더욱 부족했다. 내부 자료 부족으로 사용자에게 더 풍성하게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재수사가 결정된 7월 당시 수사 처리 상황을 살펴봤다.

화면 첫 시작부터 스크롤하면서 진술조서와 사건 일지를 일독한 사용자라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와야 할 지에 대해 이미 판단했을 것이다. 그 판단과 짐작대로 진행됐을까? 왜 재수사가 시작됐을까? 왜 2018년에 2009년의 그때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과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긴 설명 없이 오히려 아주 허무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 의도대로 됐는지는 모르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 명 한 명에 대한 처리 현황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보여주고 싶기도 했지만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변명 아닌 변명이겠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7월 6일 지면 기획기사와 함께 인터랙티브 페이지도 오픈되었다.


☞☞☞[인터랙티브]장자연 진술조서 전문 공개, 누가 그녀를 죽였나

http://interactive.hankookilbo.com/v/dfc34fa8eb2d4eeda905360705cd90bf/ 



예상대로 새벽부터 오전 내내 트래픽이 치솟았고, SNS 곳곳에서 공유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1주일간 힘든 작업이었지만, 막상 오픈하니 기분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분개하고 다시금 이슈가 되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했다고 생각하니 보람도 느꼈다.


경제지에선 못 느꼈던 희열도 있었다.

경제지에선 콘텐츠 메인이 경제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서비스를 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 반면 종합지는 사용자가 더 관심 있어할 만한 사회적 이슈를 더 많이 다루고 특종이나 단독 거리도 더 대중적인 콘텐츠라 그런지 이런 작업을 하면 반응이 피부로 더 빨리 가깝게 와 닿는다. 작은 피드백이라도 이렇게 가까이서 받는 것으니 기분이 남다르고 감회도 새로웠다.



보람만큼 아쉬운 점도 당연히 있다.

편집국에서 톱다운으로 내려온 점, 파일만 있고 나머지는 협의 한번 없이 진행된 점, 페이지 기획을 하고 오픈이 되는 동안 기자와 얘기를 한 번도 못한 점 등은 반드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기사를 더 확산시키고, 이슈화 시키고 싶어 디지털 서비스를 생각했다면 해당 실무자와 의견 조율을 하고 기획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야 결과도 좋다. 아무런 대화 없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한두 번은 성공할지 몰라도 그 성공이 지속될 수는 없다. 마치 깜깜한 곳에서 벽을 더듬으면서 스위치를 켰는데 우연찮게 전등이 환하게 켜진 기분이랄까...


다음엔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페이지 제작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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