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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nownothing Jul 10. 2021

독백

2019 7.31

너의 눈.

그 눈. 이글거리는 눈. 동태 같은 눈. 꺼지지 않는 눈. 눈. 나를 빼닮은 눈.


오늘도 당신의 소리에 잠에서 깼다. 당신은 삐걱거리거나, 오밤중에 뭔가를 본 듯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거나, 홀린 듯 어디론가 나가곤 한다. 그리곤 새벽을 걷는다. 너의 낙원에서 살기 위해 일한다. 나를 사랑한다.


나는 그 소리를 이불 속에서 숨죽여 듣다가, 당신이 나가는 소리를 듣고 다시 눈을 감곤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악몽을 꾸는 너의 뇌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왜 당신과 나는 이렇게 태어난걸까 읖조리면서. 먼 조상의 피에는 무엇이 묻어있는건지 상상하면서.


어제 잠에 드는 순간 굉장히 뚜렷한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환청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늘함. 점점 꿈같은 환영들과 현실이 이상하게 뭉쳐지는 것 같다. 당신도 나와 같은걸까. 그래서 그렇게 밤마다 홀로 울부짖는걸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모습도, 내가 가장 증오하는 나의 모습도 당신을 빼닮았다. 아마 너도 나처럼 두려움이 많다는 것을 이젠 알 수 있다. 너의 이해할 수 없던 많은 면들은 이 두려움 때문이였다는걸, 이젠 느낄 수 있다.



만일 내가 다른 아버지를 두었더라면...

이라고 매일 아침 중얼거리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짧은 독백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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