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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의 책갈피 Dec 11. 2015

<죄와 벌>

희망과 사랑

니체는 "도스토예프스키는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였다"라고 했다. 니체의 말 처럼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준다. 


<죄와 벌>의 내용은 간단하다. 심지어 살인자의 이야기인데 극적인 살인 장면도 없다. 하지만 작가의 날카롭고 생생한 심리 묘사에 이내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고 또 읽게 된 이유는 <죄와 벌>이 사람의 한계를 보여주면서도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죄와 벌>에는 완벽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똑똑하지만 삐뚤어진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은 돈이 있지만 거만하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나 연약하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약점은 때때로 장점보다 더 두각된다. 또한 등장 인물들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모순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나도 가끔 모순되는 내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나약함을 콕 집어내서 보여주니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생한 심리 묘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사람 본성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보여주면서도 희망을 밝힌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 주인공이 한편으로는 가장을 잃은 가난한 가족을 돌본다. 그 어떤 사람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에 대해 판단하기에 급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희망을 보여주는 주인공을 무릎꿇게 한 사랑의 힘. 그것이 내가 주인공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가장 약해보였던 소냐를 기억하는 이유이다. 


나 자신이 나약하다고 느껴질 때, 사람에겐 희망이 없다고 비관적이 될 때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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