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딥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하코네에서 소운잔 역을 거쳐 오와쿠다니로 가는 길이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화산 활동 때문에 로프웨이 노선이 취소되었다. 운수 회사에서 대신 제공해 준 차량은 작은 버스 한 대였는데, 산을 구불구불 돌아서 가는 좁은 길을 차 여러 대가 다니다 보니 정체는 당연했다. 한 시간이면 충분할 여정은 금세 두세 시간으로 늘어났고 난 동행한 일행과 함께 어쩔 줄 모르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와 너무 다르게 옆의 미국인 둘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나나 그들이나 무료했기에 자연스레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덴버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고향인 덴버에는 산들이 많아 자주 올라갔다며 내게 사진들을 보여줬다. 그들이 보여준 로키 산맥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올라가는 산길과 사뭇 닮아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지금까지 여행한 일본에는 평지밖에 없어 지루했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산을 올라가다 보니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언제쯤 도착할지 궁금하지도 않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밥 딜런의 노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씨익 웃었다. "친구여, 그것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난 조용히 노래 하나를 불렀다. 그들이 내게 읆조린 그 가사가 담긴 노래. 바로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였다.
나의 선창과 함께 버스는 노래로 뒤덮였다. 여기저기서 노래가 들렸다. 시원스럽게 노래하던 옆의 미국인 둘은 잠시 노래를 멈추고 내게 다음 노래는 존 덴버 노래로 하면 어떻겠냐며 소곤댔다. 뒷자리에는 일본인 특유의 영어 발음으로 열창하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우리 앞도, 우리 뒤도 그러했다. 차장은 지지직거리기만 하는 무전기를 끄고 우리 쪽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내게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행복한 순간은 예고없이 올 때가 있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Bob Dylan - 'Blowin in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