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더 자주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브런치에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3월 중순도 훌쩍 지나갔어요. 그동안 정말 바빴거든요. 하루하루 주어진 숙제들을 쳐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헉헉 찼는데, 거기에 더해서, 최근 몇 주 동안에는 매주 넘어야 될 큰 산들이 하나씩 있었어요. 아이의 생일 파티, 첫째의 피겨 스케이트 대회, 그리고 주말 전시장 근무 등. 그렇게 몇 개의 산을 연속으로 넘어 드디어 이번 주, 이제 조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여전히 나만의 여유를 찾기 어려운 하루하루지만, 그래도 블로그에 이 시절 추억을 꾹꾹 담아보려고 해요. 아이들 뒤쫓아 다니느라 정신없이, 그리고 회사 다니랴 허둥지둥 바쁜 이 시절을 말이죠.
오늘은 지지난 주 있었던 아이의 생일 파티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요. 3월 초, 겨울 사이로 살짝살짝 봄이 보이기 시작하는 이 계절에 저희 첫째가 태어났어요. 올해 만 8살이 되었죠. 이곳 미국에선 보통 킨더를 가는 5살 정도부터는 장소를 빌리거나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어주더라고요.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은 코로나로, 또 새 학교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한 번도 생일 파티를 열어줄 기회가 없다가,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아이가 원하던 생일 파티를 열게 되었죠.
생일 파티 장소는 요즘 시카고에서 가장 핫한 생일 파티 장소 중 하나인 ClimbZone. 이곳은 락클라이밍을 테마로 만든 아이들 실내 놀이터인데, 이 안에서 아이들이 암벽 타기 외에도 오락실, 범퍼카, 집라인 같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한곳에서 할 수 있어요. 7살~8살 정도의 아이들에게 요즘 최고 인기가 많은 생일 파티 장소죠. 예전에 이곳에 몇 번 생일 파티 초대를 받아 다녀오더니 아이는 '내 생일은 ClimbZone에서 할래!' 해 준 덕분에 별 고민 없이 장소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일 파티 테마는 당연히 윤서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해리포터'.
장소가 예약되니, 그다음 해야 될 것은 바로 초대장 만들어 보내기. 이때부터 난관이 시작되었죠. 보통 온라인 초대장을 보내서 RSVP를 받는데, 문제는 제가 회사를 다니느라 아이 친구들 이름이나 부모님들을 만난 적이 거의 없어서, 그들의 연락처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었죠! 담임 선생님도 반 친구들 이메일 정보를 공개 안 하시는 바람에 전 아이가 적어준 스무 명 정도의 반친구들 이름만 덜렁 가지고 그나마 핸드폰 번호 가지고 있는 반 엄마에게 물어물어 겨우 이메일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해리포터' 파티 테마에 맞춰서 초대장은 Paperless Post 사이트에서 마법 학교 느낌이 나는 이런 디자인으로 골랐어요. 카드 디자인, 봉투, 우표 등 e 카드지만 다 디자인을 고를 수 있어서 커스터마이즈 된 나만의 초대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때요? 꽤 해리포터 파티에 초대받은 것처럼 그럴싸하죠?
사실 이런 외부 파티 장소를 대관하면 집에서 하는 것에 비해서 크게 준비할 것은 없어요. 몇 가지 패키지 안에서 선택하면 되는데, 기본적으로 피자, 음료수 등 음식이 나오고, 테이블보, 포크, 나이프 등이 모두 포함이 되기 때문이죠. 그 외에 준비할 건, 파티룸을 꾸밀 데코레이션 용품과 파티에 온 친구들에게 나눠줄 구디백(답례품) 정도예요. 해리포터 분위기에 맞는 걸 찾기 위해서 저는 또 Target과 Amazon을 며칠 동안 헤매며 맘에 드는 걸 하나씩 모았죠. 이런 걸 하는 건 힘들어도 재밌어요. 아이가 좋아할 걸 생각하면서 하니까요.
케이크도 어디서 맞춰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즘 한국에는 너무 멋진 수제 케이크집이 많이 있지만, 여기 시카고는 그렇게 맘에 쏙 드는 곳이 아직 없거든요. 제가 손재주가 좀 더 있었더라면 베이킹을 배워서 직접 만들어주고도 싶었지만, 사실 요알못이기도 하거니와 생일파티날 다른 거 챙기느라 케이크까지는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집 앞 홀푸즈에서 주문하기로 했죠. Pinterest에서 맘에 드는 해리포터 케이크 이미지를 가지고 가서 보여줬더니 라이선스 때문에 불가하다고 해서, 초콜릿 시트에 회색빛이 도는 하늘색 크림 케이크로 주문을 하고 나머지는 제가 아마존에서 장식을 따로 사서 하기로 했어요.
자, 이렇게 윤서의 8살 생일 파티 준비가 다 되었어요. 이제 RSVP 한 것처럼 친구들이 잊지 않고 파티에 와줘야 되는데, 두근두근한 마음이었죠! 생일 파티 당일, 워낙 요즘 인기가 많은 곳이라 파티룸은 거의 하루종일 다른 생일 파티 일정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에 저희에게 주어진 셋업 시간은 단 15분이었어요. 정말 1분의 여유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마치 서바이벌 TV 쇼처럼 15분 동안 준비해 간 풍선, 갈란드, 케이크, 촛대 등을 세팅했답니다. 장소 분위기가 해리포터 느낌을 내기에는 좀 어려웠지만, 그래도 아이 마음에 들게 귀엽게 꾸민 것 같아요.
다행히 오기로 했던 모든 친구들이 다 와주었고, 윤서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열어준 첫 번째 생일 파티는 성공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저도 처음인지라 나름 많이 신경이 쓰였는데, 그래도 큰 산 하나를 잘 넘은 것 같아서 뿌듯했지요. 원래는 8살 생일 파티만 하고 내년부터는 조촐하게 하려고 했는데, 또 아이가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년엔 어디서 열어줄까 혼자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런 게 어쩔 수 없는 엄마 마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