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mouse Dec 12. 2023

시카고 우리집에도 크리스마스가 왔어요

드디어 시카고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집집마다 전통이 다르겠지만, 보통 미국에서는 가을의 대미를 장식하는 추수감사절(Thanksgivng day) 다음 날 아침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둡니다. 물론 매년 재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인조 트리를 써도 되고, 또 집 앞 마트에서 잘라놓은 진짜 전나무를 바로 구입해도 되지만, 저희 집은 거의 매년 트리 농장에 가서 아이들과 직접 나무를 잘라서 가져오는 걸 좋아합니다. 자른 나무를 차 위에 덜컹덜컹 싣고 오는 것도 재밌고, 농장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운치 있거든요.


올해 우리집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아서!


시카고 근교에는 북쪽으로 꽤 많은 크리스마스트리 농장이 있어요. 저희가 이번에 간 곳은 Richardson Farm이란 곳인데 규모도 꽤 크고 다양한 종류의 전나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시즌 오픈을 하죠. 여기선 따뜻한 코코아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뜨끈뜨끈 맛있는 도넛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추운 날 야외에서 따끈한 어묵 국물과 떡볶이를 떠올린다면, 여기 사람들은 달콤한 코코아와 도넛이 생각나나 봐요. (제가 미국에서 더 오래 산다고 하더라도 제 입맛은 영원히 한국 사람일 것 같습니다)


저희가 농장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이 살짝 지난 오후. 지난밤 분명히 추수감사절 디너로 늦게까지 안 잤을 텐데 어찌나 부지런한 사람들이 건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차에 나무를 하나씩 싣고 출발하고 있었어요. 저희도 서둘러 농장에 들어가서 트랙터를 타고 나무 농장을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구역별로 다른 나무 종류를 키워두고 있는데, 자기 마음에 드는 나무를 직접 골라 톱으로 베어가는 시스템이죠. 이미 크고 잘생긴 나무들은 Pre-cut 상품으로 잘라두기 때문에 아주 완벽한 나무를 찾는 건 사실 불가능해요. 아니면 조금 더 아침 일찍 서둘러 오면 가능했을지도요. 아이들과 농장 나무들 사이를 요리조리 둘러보며, 우리 집 천장에 딱 알맞은 크기와 좌우대칭 잘 맞는지, 색이 바랜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찾아봤지만, 역시나 그런 나무는 없습니다. 그냥 조금 부족해도 저희 마음에 와닿는 나무와 인연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직접 고른 나무가 더 애정이 가나 봐요.

이런 트랙터를 타고 농장 한바퀴 돌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내리면 되요


트리 가격은 농장마다 책정하는 방법이 다른데, 보통 80~120불 사이인 것 같아요. 크기에 따라 하는 건지, 종류에 따라 하는 건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격만 생각한다면, 사실 집 근처에 있는 Home Depot와 같은 대형 유통 업체에서 사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만, 글쎄요, 좀 더 신선한 나무를 직접 고를 수 있고, 또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비용이 포함이 된 거겠죠?


농장 직원 아저씨들이 이렇게 튼튼하게 차 지붕 위에 나무를 묶어주시는 서비스



집에 와서 보통 하루 이틀 정도 나무가 물을 먹고 가지를 다 펴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요, 아이들이 그 시간을 기다려줄 리가 없죠! 바로 트리 장식에 돌입합니다. 예전엔 하나하나 다 제 몫이었지만,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컸는지 전 손 까딱 하나 안 했는데 윤서와 연우가 뚝딱 트리 장식을 완성해 주었어요. 매년 한 두 개씩 여행을 가서 새로 산 오너먼트도 꺼내면서 그때 얘기도 하고, 또 어린 시절 그림 그려 만든 장식품도 달아주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트리 위 별 장식에 불을 켜면 트리가 완성됩니다. 올해는 8살 윤서가 동생에게 이 중요한 별 다는 임무를 양보해 주었어요. 순간순간 아이들이 보여주는 이런 모습에서 전 평생 간직하고 나중에 꺼내볼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을 마음에 담습니다.



드디어 저희 집에도 크리스마스가 도착했습니다. 쳇바퀴 돌아가듯 숨을 헉헉 대며 열심히 살아왔던 올 한 해를 뒤돌아보고, 조금 느린 속도로, 여유 있게 이 시간을 즐기고 또 잘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2023년도 잘 마무리되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번아웃 워킹맘, 파리로 탈출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