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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05. 2024

보통의 미국집을 닮은 올랜도 호텔

한국과 다르게 미국 초등학교의 겨울 방학은 짧다. 보통 2~3주 사이. 대신 그만큼 여름 방학이 길다. 여름 방학에는 많은 학교들에서 섬머 캠프를 열지만, 겨울 방학에 여는 곳은 거의 없다. 이곳의 정서상 12월 중순 이후로는 많은 직장들이 비공식적으로 office closing을 하거나 남은 연차들을 사용하고 가족들과 보내기 때문에 아마 그런 기관에서 돌봄 선생님들을 고용하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아이들의 겨울 방학은 보통 집에서 보내거나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새해 여행을 떠난다.


추운 시카고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보통 따뜻한 곳들이다. 멕시코 칸쿤, 도미니칸 공화국 푼타카나 같은 남미, 길게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좀 멀리 하와이, 그리고 플로리다도 인기 여행지다. 한국에서 출발하면 너무 멀어서 쉽게 가지 못하는 곳들이지만, 여기서는 하와이 빼고는 네다섯 시간 안에 모두 갈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겨울 방학은 자연스레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미리 계획하고 예약을 하면 극성수기 가격은 피할 수 있다. 여기 미국 문화가 좋은 건, 회사 업무에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내 휴가는 정해진 연차 내에서는 시기와 기간을 내 마음대로 정하고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리 가족 여행 계획을 짜는 게 가능한 것 같다.


우리 가족도 연말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지난 3월에 올랜도를 다녀오며 구입을 해뒀던 '타임셰어 마케팅 패키지' 티켓이 올해까지 사용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이게 뭐냐면, 리츠칼튼, 메리어트, 쉐라톤과 같은 호텔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가족 친화형 리조트인데, 평생 회원제 같은 개념으로 매년 회비를 내면 일 년에 일주일 정도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전 우리나라로 따지면 용평 회원권과 비슷한 개념이랄까. 일반 호텔이랑은 다르게 이런 타임셰어 호텔들은 보통 일반 미국 가정집처럼 2 베드룸에 주방이 따로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지내기에 편하고 좋다. 하지만 럭셔리 호텔이 주는 편안한 서비스와 시설을 기대하면 안 된다. 호텔 직원은 최소한의 운영 인력을 제외하고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그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꽤 괜찮은 시설에서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린 집들은 이런 타임셰어 회원권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Orlando Vacation Resort | Sheraton Vistana Resort Villas, LBV (marriott.com)



지난봄, 엄마, 아빠가 플로리다에 오셨을 때 아이들과 쉐라톤 리조트의 방 2개 있는 룸에서 지내셨다. 가격도 일반 호텔룸 2개를 예약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편안했고, 수영장 등 부대시설도 만족해서 다음번에 올랜도에 오면 또 여기를 예약해야겠다 생각했다. 마침, 체크아웃할 때 '마케팅 패키지'라는 것을 판매 중이었는데, 원 베드룸 3박을 199불에 지낼 수 있는 티켓이라고 했다. 다만, 2시간 정도의 세일즈팀과의 미팅에 참석을 해야 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가까우니 올해 안에 또 오게 되지 않을까 싶어 결제를 했는데, 또 그렇게 바쁜 일 년을 보내다가 2023년의 끝을 며칠 앞둔 연말에 드디어 사용하게 됐다. (연말에는 150불 정도의 엑스트라 차지가 붙는다)


커뮤니티 센터에는 이런 미니 골프도 있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Elf Academy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액티비티들이 다양하게 열린다



보통 디즈니월드를 가는 일정으로 올랜도 여행을 갈 때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 계열 호텔을 선호하는 편이다. 파크까지 쉽게 오갈 수 있고, 또 Genie Pass로 빨리 입장도 가능하고 늦게까지 머무를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우리도 처음에 올랜도 처음에 왔을 때 Disney Swan 호텔에서 지냈다. 아이들이 밥 먹는 동안 캐릭터들이 나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공연도 한다. 만약 여행 일정 중에 매일 디즈니월드를 간다면 최고의 선택일 수 있으나, 우리처럼 5일 여행 중에 며칠만 갈 예정이라면 이런 타임셰어 리조트에서 지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아침에 아이들 눈 뜨자마자 배고프다고 노래할 때 휘리릭 구수한 누룽지도 끓여줄 수 있고, 출출한 밤에 맥도널드 대신 매콤한 라면도 먹을 수 있으니!


미국의 전형적인 2베드룸 아파트처럼 생긴 공간. 거실과 방 2개, 부엌, 베란다가 있어서 개인 공간도 가질 수 있고 편리하다


이 패키지 살 때 전제 조건이었던 2시간 세일즈 마케팅팀과의 미팅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사실 살 생각이 전혀 없이 들어갔는데도 세일즈의 달인들이 내거는 조건에 귀가 팔랑팔랑거렸으나 결론적으로 우리는 타임셰어 회원권은 사지 않고 나왔다. 굳이 사지 않아도 올랜도 같은 경우에는 일반 예약으로도 언제든 할 수 있을 정도로 룸 수가 넉넉하고, 또 미리 예약하면 디즈니 계열 호텔의 절반도 안 되는 합리적인 가격에 예약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같이 피크 시즌인 연말에 좀 길게 올랜도를 여행하는 어린아이들 있는 가정이라면, 한 번쯤 이런 주방 있고 아이들 방, 어른 방, 거실 분리돼서 쓸 수 있는 타임셰어 호텔을 가보는 걸 제안하고 싶다. (단, 4인 가족이라면 타임쉐어 호텔이 주는 넉넉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반드시 2 베드룸으로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잘 모르고 원베드룸을 예약했다가 며칠 동안 고생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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