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엄마랑 뉴욕 여행기 -1
전 지금 2월 말에 만개한다는 아몬드 꽃을 보러 샌프란시스코에 와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 가면 있는 Modesto라는 마을을 가는 중인데 야자수와 사이프러스 나무도 보여요. 음악 앱인 Spotify에서 캘리포니아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드라이브하니, 지난 주말에 다녀온 눈이 펑펑 왔던 뉴욕이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여긴 날씨도, 분위기도 완전 다른 세상이군요. 아몬드 나무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부지런히 지난 뉴욕 여행을 정리해두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 센트럴파크 근처의 숙소에 짐을 풀고 엄마와 저는 웨스트 빌리지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입춘이 지난 지 꽤 되었지만, 날씨가 흐리고 으스스하게 추운 날이었지요. 바람도 꽤 많이 불어서 ‘이런 날씨면 시카고에 있을걸 여기 왜 왔지?’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웨스트 빌리지에서 브런치 식당으로 유명한 Buvette. 아기자기하게 작고 정다운 동네 프렌치 식당이었는데요 도착해보니 줄은 좀 있었지만 그래도 금방 들어갈 수 있었어요. 시카고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그제야 ‘아, 내가 맨해튼에 있구나’ 생각이 들었죠. 여긴 식당도, 집도, 어쩌면 삶도 이런 모습일 테죠.
점심을 먹고 나와서 날씨가 좀 추워도 웨스트 빌리지를 한 번 걸어보기로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고 예쁜 가게들이 군데군데 숨어있어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죠. 레터프레스 카드를 파는 작은 문구점인 Greenwich Letterpree, 와보고 싶었던 John Derian 그릇 가게, 그리고 멀리서 코너 꽃집인 줄만 알았던 웨스트 빌리지에 딱 어울렸던 작은 티파니 매장. 시간을 되돌려 내가 지금보다 10살 어렸더라면, 만약 아이가 없거나 싱글이었다면, 그랬다면, 그랬다면... 여기 웨스트 빌리지에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아이들과 이 동네에 산다면 어떨까,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웨스트 빌리지를 한 바퀴 돌 때쯤, 역시나 눈발이 막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산 없이는 더 걷기 힘들 정도로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죠. 엄마랑 같이 여행을 하니 이런 날,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은지야, 여기 좀 봐!” 제가 제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요. 엄마랑 여행을 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 아이들과 여행을 했더라면 이 추운 눈 펑펑 오는 날씨에 얼른 빨리 호텔로 돌아갈 방법만 찾고 있었을 테니까요.
니키 리가 유태오를 만났다는 동네가 이 동네였을까? 내 이십 대, 삼십 대에 이 동네에 살았다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며, 예쁜 두 딸을 키우는 마흔 한 살 내 현실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