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mouse Sep 28. 2020

몬태나 베어투스 하이웨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옐로스톤 캠핑 여행기

새벽 5시, 미네소타에서 출발한 우리는 하루 종일 달려 드디어 옐로스톤의 북/북동쪽 입구가 있는 몬태나주에 도착했어요. 수 많은 카우보이 목장들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주 어두운 밤이었지요. 이런 시간에는 캠핑장을 찾기도 어렵고 텐트를 치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이 첫날은 옐로스톤의 관문으로 불리는 빌링스(Billings)란 마을에서 하루 자기로 했어요.


빌링스는 아주 작은 마을이긴 하지만, 몬태나에서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가장 활기찬 곳이에요. 왜냐면 이 곳은 서부 개척 시대에 모피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곳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던 곳이었죠. 지금도 보면 빌링스 다운타운 전체가 마치 미국 서부 시대의 민속 박물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건물들이나 도시의 색감에서 그 시대 바이브가 그대로 살아있었죠. 만약 시간적 여유가 좀 있었다면 하루쯤 여유롭게 머무르고 싶은 마을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다음 날 일찍 옐로스톤 안으로 들어가야 되었기 때문에 이 날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어제처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서둘러 짐을 챙겨 호텔을 빠져나왔습니다. 왜냐면 아무리 빌링스가 옐로스톤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국립공원 입구까지 가려면 두세 시간 정도 산길을 운전해서 가야 되거든요. 그리고 이 산길은 그냥 보통 길이 아니라 Beartooth Highway라고 미국에서 손꼽히는 풍경 좋은 길이에요. 우리가 몬타나에서 보즈만이 아니라 빌링스에서 하루 묵기로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죠.


베어투스 하이웨이는 설악산의 2배인 해발 10,000피트 고도 위에 있는 고속도로에요. 그래서 달릴 수 있는 기회는 날씨가 덜 추운 5월-10월 사이 뿐이죠. 저희가 도착한 9월 중순은 이미 겨울잠을 준비라도 하듯이 싸늘한 바람에 우중충한 구름들이 껴있었어요. 베어투스 산길을 달리다보면 처음엔 우리나라 강원도 같은 느낌도 나고, 여기가 유럽의 알프스인가 싶기도 해요. 산 곳곳에 눈이 쌓여있는 곳들도 많았지요.



한참 산길을 달리고 나면 고지가 높은 지대에 산 위에 있는 작은 알파인 호수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옐로스톤 입구가 점점 가까워지고 이제 도착할 즈음이 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 저희는 차에서 내려서 이 풍경을 좀 즐기기로 했어요. 호수 물에 발을 담가보니 마치 얼음장처럼 물이 차가웠죠. 정말 그 큰 산에 우리 밖에 없었는지 아이가 '엄마!'하고 큰 소리로 부르니 조용했던 호수에 소리가 울리는 게 정말 신비로운 느낌이었어요.



꼬불꼬불 산길을 또 한참 지나가니 이번에는 산에 사는 양들이 나타났어요. 이 곳에 사는 양들은 사람들을 많이 본 적이 없는지 도망가지도 않고 원래 하던 데로 산에 있는 마른풀들을 유유자적 뜯어먹고 있었지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실 옐로스톤 안으로 들어가면 온갖 동물이 한 군데 뒤섞여서 사는 게 아니라 구역별로 사는 동물들이 달라요. 그리고 이런 양들이 모여사는 곳들은 볼 수 없었죠. 만약 옐로스톤으로 가는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런 산속의 동물들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말고 잠깐 차에서 내려서 쉬어가세요. 어쩌면 이런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거든요.


양들도 가족 사진에 같이 찍고 싶었는지!


드디어 옐로스톤 국립공원 간판이 나오고 우리는 미리 주문해둔 국립공원 패스로 입장을 했어요. 여기저기 붙어있는 '곰 조심' 안내판을 보니 드디어 우리가 옐로스톤에 하긴 도착했구나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곰 스프레이 사용법도 다시 한 번 연습하고 내셔널 파크 입구에서 나눠준 동물 지도도 한 손에 들고 비장한 마음으로 옐로스톤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옐로스톤에서의 첫날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시카고에서부터 2천 킬로를 달려 드디어 도착한 옐로스톤 국립 공원 입구




미국의 내셔널 파크 패스

국립공원에 입장할 수 있는 패스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저희는 이번에 America the Beautiful Pass로 입장을 했어요. 이건 1년 동안 미국의 국립공원들이나 숲, 주정부가 운영하는 산림 시설들을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예요. 만약 옐로스톤 외에 다른 곳을 가지 않을 예정이라면 35 불하는(2020.9월 기준) 일반 입장 패스를 현장에서 구입해서 7일간 사용할 수 있어요. 미국의 초등학교 4학년이 있는 가정이라면 Every Kid Outdoors 프로그램으로 무료로 연간 패스를 받을 수도 있으니 떠나기 전에 확인해보세요.



 



베어투스 하이웨이(Beartooth Highway)

http://beartoothhighway.com/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미국 여행 매거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웨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에요. 몬태나와 와이오밍 주를 이어주는 US route 212의 일부로, Red lodge란 작은 산악 마을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옐로스톤 국립 공원 북동쪽 입구에거 끝나죠. 해발 10,947피트의 고산지대에 있는 베어투스 하이웨이에서는 고산 호수, 빙하 협곡 지역, 툰드라 지형 등을 볼 수 있어요. 저희에게는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best 3 중의 한 곳이기도 하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