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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Oct 10. 2020

그랜드 티톤 아래 우리집을 짓다

옐로스톤/그랜드 티톤 캠핑 여행기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였던 옐로스톤의 2박을 마치고, 우리는 그 다음 여행지인 그랜드 티톤 내셔널 파크로 가기 위해 정들었던 캠핑장을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사실 다음 여행지라고 하지만 옐로스톤과 그랜드 티톤은 바로 붙어있어요. 차로 5분거리, 옐로스톤의 남쪽 출구가 그랜드 티톤의 북쪽 입구이죠. 당연히 인지도는 옐로스톤이 그랜드 티톤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난이도 최상일 줄 알았던 옐로스톤에서의 캠핑을 생각보다 순조롭게 마친 우리는 ‘그랜드 티톤 정도야’란 마음으로 새로운 목적지로 향했죠.


저 멀리 보이는 곳이 그랜드 티톤


옐로스톤을 떠나는 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가을로 접어든 그랜드 티톤도 정말 기대가 되었어요. 옐로스톤의 나무들은 대부분이 상록수라서 온 숲이 초록인 반면에 그랜드 티톤은 활엽수들이 많아서 단풍을 볼 수 있거든요. 옐로스톤을 떠난지 얼마 안되어 그랜드 테톤 입구 간판을 보니 설레기 시작했죠. 온통 초록이었던 세상도 점점 노랑, 주황, 빨강 알록달록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름다운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서둘러서 먼저 해야 될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이틀 동안 지낼 캠핑장을 찾는 게 급선무였죠.


그렇습니다. 우린 그랜드 티톤에서 지낼 캠핑장을 예약도 하지 않고 덜컥 와버렸습니다. 당일에 가면 선착순으로 캠핑 사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남편 말만 덜컥 믿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랜드 티톤에 가서야 그 선착순에 들어가려면 새벽 4시 정도에 와야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꽤 서둘러 넘어갔는데도 우리가 그랜드 티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첫 번째 사이트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다음 캠핑장을 찾아보면 되지, 싶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두번째 캠핑장도 만석이었습니다. 더 이상 찾아볼 곳이 없었습니다. 그랜드 티톤 파크에는 옐로스톤과 달리 캠핑장이 딱 두 개뿐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거든요. 우린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넓디넓은 땅에 우리 텐트 하나 세울 곳은 어디일까!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오후 한 시가 되도록 우린 점심도 못 먹고 숙소도 못 구했습니다. 주변 캠핑장도 최소 2,3시간 떨어진 외부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옵션이 아니었고, 근처의 관광호텔들은 대부분 만실이거나 있더라도 도저히 그 가격을 내고 가고 싶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랜드 티톤을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 싶었습니다. 그랜드 티톤은 늦가을 이 시기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일 년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시기였던 거죠. 물론 코로나 여파로 작년에 비하면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사람들이 호텔을 대신해 이런 자연 속 캠핑을 떠나는 것으로 미국 내 여행 트렌드가 변해버리며 캠핑 사이트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랜드 티톤을 눈 앞에 두고, 시카고로 돌아갈 것인가.



“그냥 시카고로 돌아가자. 가서 뭐 주말까지 푹 쉬면 되지.” 그랜드 티톤을 눈 앞에 두고 좀 아쉽긴 했지만 전 그냥 남편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전 여행할 때 항상 못 보고 가는 게 있어야 다음번에 또 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남편도 어느 정도 동의는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지 마지막으로 캠핑장 한 군데만 딱 들려보자고 했습니다. 내셔널 파크 안에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바로 입구에 있는 내셔널 파크 협력 업체의 캠핑장이라고 했죠.


이미 예약을 하고 온 차들이 체크인을 하려고 길게 줄 서 있는 곳 뒤에 우리도 차를 세웠습니다. 둘 다 마음을 비운 상태였죠. 어느덧 오후 세 시, 남아있는 자리가 있을 리가 만무한 캠핑장 앞에서 주변에 어디 갈 곳이 있는지 인터넷 검색할 시간이나 벌자며 기다리고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직원분이 우리에게 예약 번호를 알려달라는 표정으로 서 계셨습니다. 그리고 우린 예약을 못했는데 혹시 남아있는 자리가 있을지 여쭤봤지요. 간곡한 표정으로요. 물론 기대를 하고 물어본 건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 생각하고 있던 질문은 차를 어디서 돌려서 출구로 나가야 되냐 였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할아버지는 뒷자리에 타고 있던 아이를 보시더니 “We have only one spot left!”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셨어요. 알고 보니 직원 가족용으로 남겨둔 곳이었죠.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이 자리를 우리 가족에게 주시겠다고 했지요. 이 곳은 그랜드 티톤이 정면으로 보이는 뷰가 가장 좋은 자리인데, 직원 가족들을 위한 자리기 때문에 사이트에는 번호표 대신에 x라는 표시가 표지판에 쓰여있을 거라고 일러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말도 안 되는 행운에 소리를 꺅 질렀습니다.


정말로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위치를 따라가 보니 표지판엔 x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리고 눈 앞엔 정말로 그랜드 티톤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있었죠. 캠핑 사이트 주변엔 제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그랜드 티톤의 노란 단풍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었죠. 뭣도 모르고 빈 손으로 씩씩하게 그랜드 티톤에 들어간 초보 캠퍼에게 그 고마운 할아버지가, 그랜드 티톤이 주는 선물 같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 우린 가장 완벽한 캠핑장을 찾았지만 또 하나 교훈을 얻었습니다. 미국에서 내셔널 파크 여행을 할 때는 나중에 못 가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여행 동선에 맞춰서 자리는 무조건 확보해놓아야 된다는 걸 말이죠. 이런 곳들은 전국에서 캠퍼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아무리 캠핑 사이트 수가 많아도 새벽 5시 정도가 되면 모든 캠핑장들이 선착순 마감을 합니다. 이럴 경우 내셔널 파크 입구 근처에 있는 호텔로 가야 되는데 성수기에는 대부분 만실이거나, 가격도 500불~1000불을 웃돌죠. 물론 럭셔리 호텔이 아닌 2성, 3성 정도의 관광호텔입니다.


어쨌든 우리의 그랜드 티톤 캠핑장 찾기 방랑기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웃음이 나오는,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그랜드 티톤 앞 추억의 우리집입니다. 






미국에서 캠핑장을 찾은 여러 가지 방법:


1. Reserve America

https://www.reserveamerica.com/ 


미국의 국립, 주립 공원의 캠핑장을 예약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웹사이트예요. 캠핑장을 찾을 때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곳이죠. 다양한 테마로 즐길 수 있는 캠핑장들도 추천해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BBQ 맛집 순례 캠핑장, 할로윈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 단풍놀이를 할 수 있는 캠핑장 등 계절별로, 취향별로 캠핑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죠. 저희도 캠핑장을 찾을 때 거의 7,80프로 정도는 이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2. Hip camp

Hipcamp.com 

만약, Reserve America에서 마땅한 캠핑장을 구하지 못했다면, 그 다음으로 찾는 곳은 Hip camp입니다. 소규모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캠핑장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말그대로 캠핑장 중에서도 조금 hip한 감성을 가진 곳들이 모여있는 곳 같아요. 이 곳에서는 텐트가 없는 사람도 RV 차량이나 캐빈에서 캠핑을 할 수 있는 곳들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남들이 잘 모르는 히든젬을 찾아보고 싶다면, 이 사이트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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