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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Oct 04. 2020

옐로스톤에서 딱 하루가 주어진다면

옐로스톤 캠핑 여행기

우린 이번 여행을 하면서 옐로스톤에서 2박, 그랜드 티톤에서 2박을 하기로 했어요. 모두 캠핑으로 말이죠. 캠핑을 하면 단 이틀의 시간이지만, 그 산이 우리 집이 돼요. 그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죠. 우리는 그 산의 일부가 되어서 안개 자욱한 새벽부터 별이 쏟아질 것 같은 깜깜한 밤까지 온전히 자연 속에서 보낼 수 있지요. 물론 엄청 춥고, 어둡고, 씻기 어려운 것 등 수많은 애로 사항들은 덤이지만요. 호텔에서였다면 이른 새벽이나 추운 저녁은 '어딜 나가, 그냥 따뜻한 데 있자'했을 거예요. 하지만 캠핑을 하면 추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샛별 하늘 아래 모닥불을 피우거나, 히터를 튼 차를 타고 이른 아침부터 어디론가 드라이브를 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옐로스톤에서 2박 밖에 안 있었지만, 다른 여행이랑 비교했을 때 배로 길게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자다가 너무 추워 차를 타고 어디든지 나가자고 출발한 어느 새벽. 유유자적 산책하던 엘크를 만났다.
옷을 아래 위로 다섯 겹씩 껴입어도 온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살면서 처음 경험해보는 추위다.
춥디 추운 밤을 견디고 맞이하는 옐로스톤의 아침



옐로스톤을 오기 전에는 도대체 이 거대한 산을 어떻게 구경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지 감이 안 잡혔어요. 누군가는 일주일도 모자라다고 했고, 또 누구는 하루 만에 다 돌아볼 수 있다고 했죠. 경주에 가면 불국사, 석굴암, 포석정처럼 꼭 보고 와야 될 관광지가 있는 것처럼 이 곳 옐로스톤에도 하이라이트가 있어요. 우리가 꽉 찬 이틀을 보내보니(물론 모든 곳을 다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옐로스톤의 하이라이트들은 모두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곳들은 두 번씩 찾아가기도 했죠.


그래서 한 번 생각해봤어요. 만약 우리에게 딱 하루의 시간이 이 곳에서 주어진다면 어디를 먼저 가면 좋을까 하고 말이죠. 옐로스톤에 왔다면 꼭 가봐야 되는 곳들 세 곳을 추천한다면...


하루에 스무 번 분출, 약속을 꼭 지키는 올드 페이스풀


우리가 제일 먼저 생각한 곳은 바로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이에요. 옐로스톤에서 제일 먼저 자기 이름을 갖게 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저(Geyser)이죠. 평균 90분에 한 번씩 땅 위로 40미터 정도 분수처럼 높은 물을 내뿜어요. Old Faithful(매우 신뢰할 수 있을만한)이란 이름답게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에 스무 번 정도 이 멋진 자연 분수쇼를 볼 수 있습니다. 거의 100도에 이르는 뜨거운 물이지요. 그리고 1.5분에서 5분 정도 지속되는데요, 매번 이 분출 시간과 양을 측정하는 레인저가 있어서 그 다음 분출 시간을 예측해준다고 해요. 분출 시간이 가까워지면 이 게이저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죠. 저희는 운 좋게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물이 뿜어져 나왔는데요, Old Faithful 주변에 있는 건물들에 들어가면 그 날의 분출 예상 시각이 안내되어 있다고 하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옐로스톤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이 멋진 올드 페이스풀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어요. 바로 옐로스톤 국립공원 웹사이트에 가면 이 곳의 웹캠 화면을 볼 수 있죠. 그 날의 감동이 그리워질 때 가끔 이 곳을 찾아봐야겠어요.

 

https://www.nps.gov/yell/learn/photosmultimedia/webcams.htm 




옐로스톤에서 오늘도 가장 바쁜, 맘모스 핫스프링


다음으로 좋았던 곳은 맘모스 핫스프링(Mommoth Hot Spings), 멀리서부터 유황 냄새가 펄펄 풍겨져나오는, 옐로스톤에서도 가장 활발한 화산 활동을 하는 곳이지요. 멀리서보면 하얀 얼음 계단처럼 생겼는데요, 이건 온천수 안에 있는 탄산칼슘이 침전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요. 지금도 계속 그 계단 같은 테라스 위로 온천수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맘모스 핫스프링의 모양은 계속 변화 중이지요.


맘모스 핫스프링 입구에 도착했을 때 사실 저흰 좀 지친 상태라서 올라갈까, 말까 잠깐 고민을 했었어요. 그러고는 끝까지는 가지말고 조금만 보다 내려오자는 생각으로 들어갔지요. 졸졸졸. 이 맘모스 핫스프링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좀 귀찮더라도 차에서 내려서 가까이에 가봐야해요. 마치 시냇물 소리처럼 온천수가 흘러나와 세월의 더깨 위에 또 다른 세월을 얹는 그 소리를 들어봐야되거든요. 다음번에 옐로스톤을 다시 오게 될 때는 지금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져있겠죠?



그리고 옐로스톤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무지개 같은 신비로운 게이저. 옐로스톤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게이저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지역은 Grand Prismatic Spring이에요. 이 곳에 가면 Excelsior geyser, Turquoise geyser를 한 세트로 함께 볼 수 있죠. 저희가 간 시간은 아직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이른 아침이었는데, 그래서 여유롭게 볼 수는 있었지만, 안개가 많이 껴서 사실 무지갯빛 색깔 게이저를 잘 볼 수 없었어요. 이 게이저의 아름다운 빛깔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40분 정도 하이킹을 해서 언덕으로 올라가야 되는데, 아쉽게도 아이가 힘들어해서 가지는 못했죠.




이렇게 옐로스톤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정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이 땅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어요. 게이저들에서 나오는 가스나 물이 마치 지구의 깊은 들숨과 날숨처럼 느껴지죠. 쟁쟁거리면서 이 지구 위에서 오늘 또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각자 이고 지고 가는 마음속 짐들이, 어쩌면 한낱 가볍고 별 것 아닐 거라고 다독여주는, 그런 지구의 호흡 같습니다.






옐로스톤 지도:

https://www.nps.gov/yell/planyourvisit/upload/YELL_Tear-Off_Map2016.pdf  

가장 정확한 옐로스톤 지도를 확인하고 싶다면 옐로스토 내셔널 파크 공식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지도를 확인하세요. 공원 입구에 들어가면 이 지도를 프린트해서 나눠주는데 옐로스톤 파크안에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지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줍니다. 어디에 관광안내소가 있는지, 편의 시설, 주유 시설, 그리고 각 유명 관광지 사이의 거리가 모두 나와있기 때문에 동선을 짜기에도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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