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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09. 2024

100년 된 디즈니보다 더 오래된 플로리다 유원지

Silver Springs  

이번 올랜도 크리스마스 여행의 가장 큰 목적지는 당연 디즈니월드였지만, 생각보다 감흥은 크지 않았다. 이미 아이들이 디즈니를 여러 번 가봤을뿐더러, 연중 가장 붐비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으니 가는 곳마다 줄이 꼬리를 물어 금방 지쳤다. 더군다나 여행 가기 전에 미리 자세히 정보 살펴보는 것을 체질적으로 하지 못하는 남편과 나는,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야간 티켓을 따로 구매해야 매직 킹덤 성의 레이저쇼를 볼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런 덕분인지, 이번 여행은 치사한 디즈니 말고 두 곳의 히든젬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나는 앞서 포스팅한 생 어거스틴(Saint Augustine)이라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바로 이곳, 플로리다 주립공원인 Silver Springs. 



올랜도 여행의 마지막 날, 이 날은 쉬엄쉬엄 하루를 보낼 생각으로 테마파크 티켓도 끊지 않고 그냥 호텔 리조트 안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꾸물 꾸물 거리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에서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는 없지. 우린 구글맵을 켜고, 오늘 가볼 곳을 찾아봤다. 그렇게 우리 레어더망에 들어온 플로리다 주립 공원 Silver Springs.




이곳은 미국 남북 전쟁 이전인 1852년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디즈니도, 유니버셜도, 씨월드도 없던 시절, 플로리다 유원지계의 원조집인 것이다. 올랜도 다운타운에서 북동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 올라가야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올랜도 관광객들은 여기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우리도 처음이었으니까.


여기서 미국 여행 Tip! 구글맵을 열어 'Things to do near me'라고 치면 그 동네 유명한 것들이 순위별로 쭉 나온다. 보통 다들 알고 있는 곳들은 1위~10위 권이고 11위부터는 로컬들이 가는 보물 같은 장소들이 숨어있다.



Silver Springs까지 올라가는 동안 날씨는 점점 맑아졌다. 우리가 이곳에 가기 전에 알고 있는 정보는 이곳에 가면 강에서 투명 카약을 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운이 좋으면 악어 같은 야생 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것. 공원에 도착했을 때 꽤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같이 멀리서 온 사람들보다는 자기 차 타고 오는 로컬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투명 카약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되어 우린 일반 카약을 두 개를 빌렸다. 카약 한 개 당 두 명씩 탈 수 있다.



잠깐의 안전 교육이 끝나고 우린 바로 카약을 타고 강으로 나갔다. 정글처럼 생긴 곳이었다. 출발하는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강으로 조금 내려가니 우리 밖에 없었다. 진짜 모험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이 얼마나 맑은 지 바닥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고, 물고기들도 헤엄치고 있었다. "저기 거북이 가족이 있어!" 아이가 소리치는 방향으로 가보니 정말로 거북이 가족들이 나와 한가로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나는 못 봤지만, 첫째 윤서는 나무 위를 재빨리 오르는 원숭이도 봤다고 한다. 생전 처음 보는 야생 새들도 신기했다.



조금 더 가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어 가봤다. 이번엔 악어가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은 악어라고 알고 있지만, Crocodile과 Alligator 두 종류가 있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악어는 온순한 성격의 Alligator.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악어는 악어다. 물에 빠지면 구해줄 사람도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이렇게 악어 옆에 가까이 가도 되나 싶었지만, 어쨌든 며칠을 디즈니의 인공미에 지쳐있던 우리들에게는 참신한 경험이었다.


카약을 타고 원하는 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Silver Springs의 하이라이트는 매너티다.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동물인데, 여기 아이들에게는 유명한 동물인가 보다. 매너티 가족은 주로 함께 움직이는데 여기 강에서도 운이 좋을 때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난 직접 못 보고 남편이 찍어준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잔잔한 강 아래, 이렇게 또 귀여운 생명체들이 여기가 집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구나 또 생각하게 된다. 강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선착장으로 오려면 넉넉하게 보통 2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이 아이들이 바로 매너티. 아이들이 좋아하는 옥토넛에서 배웠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곳이 그냥 주립공원일 수 있지? 국립공원도 아니고 말이야"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도 참 신기하다고 했다. 아마도 주립이 아닌 국립공원으로 인정받으려면 규모 면에서 뭔가 더 조건이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여러 국립공원을 가본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여긴 주립공원 타이틀만 갖기에는 좀 아쉽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1852년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점점 디즈니도 생기고, 유니버셜도 생기면서 관광, 레저의 중심축이 점점 남쪽으로 내려간 거다. 그래도 언제고 다시와도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인 이곳은 어쩌면 책 속에서 보았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올랜도를 여러 번 여행한 경험이 있는 가족, 진짜 플로리다의 자연 속으로 가보고 싶은 이들, 디즈니의 인공미에 약간 지친 사람들을 위해 이곳 나의 플로리다 비밀 놀이동산, Silver Springs를 살짝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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