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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이 Apr 01. 2024

힙하게 돌아온 이모티콘 만들기 ദ്ദി*ˊᗜˋ*)

카카오톡 미니 이모티콘을 마주하며

mz세대의 중심에 서있는 사촌동생의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스토리가 올라왔다. 카카오톡 대화방 캡쳐본은 낯익은 프로필과의 대화였고, 상대방은 얼마 전부터 퍽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 미니 이모티콘을 쓰고 있었다. 반가웠다. 나도 이걸 쓰고 있다고!


'이렇게 쓰는 거 아니야 ㅋㅋㅋ'


그런 반가운 장면에 동생은 이모티콘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웃고 있었다. 스토리는 다른 사람의 댓글을 볼 수 없어 도통 어떤 사용법이 있기에 쓰임이 틀렸다는 것인 지 알아낼 수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묻고 말았다.


'언니, 벌써 이러면 어떡해' 잔잔한 실소와 함께, 나름대로 작은 이미지들 간 연결성이 있음과 미처 예상치 못한 다양한 활용법이 있음을 전해왔다. 역시 물어보길 잘했다.


스티커사진 찍기, 다이어리 꾸미기가 다시 유행이라더니 이모티콘까지 그때 그 시절이 다시 유행인 건가. 아, 물론 인생네컷, 다꾸와 같은 명명방식부터 세련되게 바뀌어있고 유희 방식 또한 보다 세련되게 재구성되긴 하였더라. 그럼에도, 그때 그 감성의 반가운 회귀임에는 틀림없지 않을까 싶다.


이모티콘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변천사는 이렇다. 

1. 특수문자를 중심의 문자 조합 ( ^^*)
》》》》
2. 캐릭터를 활용한 감정, 상태표현 중심의 이미지
》》》》
3.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이미지
》》》》
4. 프레임을 벗어난 이미지
  (화면 전체로 커지는 등 틀을 깨어 참신한 효과를 주는 이미지)


최근 카카카오에 출시한 미니 이모티콘은 초창기 여러 문자를 조합해 다양한 표정과 형상을 만들어내던 감성에 귀여운 이미지를 적용하고 단조로운 움직임 효과를 더한, 세련된 형태로 강화된 초창기 조합형 이모티콘이 아닐까.


그때 그 시절 감성을 기반으로 세련된 방식으로 재탄생한 미니 이모티콘. 간판 없는 허름한 가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인생네컷이 자연스러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그 모든 현상을 복고가 아닌 <힙하다>라고 명명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 걸맞은 복고다 싶다.




작고 귀여운 스티커, 그리고 그 스티커를 나만의 방식으로 조합하여 꾸밀 수 있다니. 매일 만나던 친구들과 버디버디 메신저에서 쉴 새 없이 떠들던, 교환일기나 나만의 다이어리에 온갖 스티커로 꾸미던  바쁘고 따뜻하던 그때 그 방과 후가 절로 떠오른다.


한창 미니 이모티콘으로 만들 수 있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이런저런 카톡 대화방에서 이거다 싶은 조합을 저장해 두다가, 어김없이 옛 시절에 질척여본다.


이모티콘 남발로도 모자라 아이디에까지 이모티콘을 욱여넣었던 그 시절의 버디버디.  + 한자 / ㅁ + 한자 키를 주로 사용하여 이모티콘을 조합하는 맛에 한창 빠져들었던 그때의 메신저 버디버디.(요즘 친구들은 이 도형조차 한자키 조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쓴다고 한다.) 포털 검색으로 버디버디는 이미 2012년에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내기까지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디선가 서비스종료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같다. 나의 졸업, 나의 입사와 함께 사라졌었구나.


도무 찾을 길 없는 친구들의 메일주소, 연락처는 기억나지 않아도, 그들의 버디버디 아이디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지금인데. 따뜻한 바람냄새, 간질거리는 햇살이 학창 시절의 장면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봄이다. 그 시절을 원인 모를 들뜸을 나누던 사라진 아이디들을 검색해 본다. 너희들의 그때와 지금에 대한 그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는다. 어디선가 너희들 모두 아기자기한 이모티콘을 꾸미며 일상의 작은 재미를 느끼고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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