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향선호사상(?)이 난무한 세상 속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
우리는 주거에서 남향을 매우 선호합니다. 단순히 '밝은 창'이라는 개념이 있어, 같은 지역과 평면이라도 남향이면 가격이 더 비쌉니다. 제가 '남향선호사상'이라 이름붙여봤습니다. 하지만 남향은 좋은 창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적어도 앞으로는 말이죠.
남향은 계속해서 빛의 방향이 바뀌며, 고도가 높아 창문 앞만 비춥니다. 눈부심도 강하죠. 함께 들어오는 적외선과 자외선으로 인해 온도 변화가 크고 변색과 변형이 일어납니다.
과거에는 처마가 직사광이 실내로 그대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고, 밝은 마당은 그 빛을 반사해 실내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복층 건물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발코니도 없어진 상황에서 남향은 꽤나 부담스러운 창이 됩니다.
그래서 사무실이나 상업 공간에서는 남향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무실은 균일한 빛이 들어오는 북향 창이 좋고, 상업 공간에는 오히려 부드러운 해가 드는 서향 창이 적합합니다. 동향 창은 아침의 빛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체 시계를 재정비해주죠. 남향선호사상(?)이 난무한 세상이지만 모든 방향의 창에는 다양한 특장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향선호사상에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남향 선호사상에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이때까지는 추위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빛이 변해도, 눈부셔도, 따뜻한 한낮의 직사광이 실내에 들어오는 것이 필요했죠. 하지만 이제 추위만큼 더위도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03년 프랑스에서는 더위로 1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앞으로는 추위로 죽는 사람은 줄고, 더위로 죽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난방보다 냉방에 쓰는 에너지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남쪽을 향해 거실, 안방, 침실 등 모든 창을 활짝 열어 놓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뜨거운 실내와 높은 냉방비의 주범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장차 더운 남향 집보다 동서향 집이 더 비싸지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30~40년 수명의 집들이 그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을겁니다.
나중에는 가장 뜨겁고 강한 햇빛을 들이는 정남향은 막고, 동-동남, 남서-서향의 창을 낸 주거가 가장 좋은 집이라고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럴 것이라 예언을 해봅니다.)
또 한가지 남향 선호는 놀랍게도 도시의 기온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주거 문화에서 남향을 모두 선호하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의 배치도 빛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가능한 한 남향으로, 모든 동의 모든 집이 직사광을 최대한 받는 형태로 설계되기 때문에 아파트는 서로 어긋나게 배치되죠. 그래서 아파트 단지는 멀리서 보면 틈 하나 없는 병풍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바람의 통로를 막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수변과 녹지에서 식혀진 바람으로 순환되어야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는 바람이 드나들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태양을 바라보고 뜨겁게 데워지면서도, 바람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여름이면 단지가 하나의 오븐처럼 달궈질 수밖에 없죠.
남향에 대한 신화는 제가 가장 바꾸고 싶은 문화 중 하나입니다. 제목은 다소 과격하게 지었지만, 모든 창의 빛은 각자의 특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옳고 나머지는 나쁘다는 신화적 관점은 결국 여러 문제를 일으킵니다.
자연의 빛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