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이주(移住)기
21년 6월말 입주 당시 내부는 을씨년스러움 그 자체였다.
한국에도 이런 유흥시설이 있는지는 모르나 이곳은 원래 유명한 '방탈출 게임방'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창궐하는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사연인지 모르지만 전 세입자가 독일의 기본 정서와는 달리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마치 야반도주한 것 처럼 집을 비운 것 같다. 이런 일에 대비하여 '보증금'이란 것도 받았을텐데도 집주인은 내부 정리도 하지 않은 채로 임대를 놓으니 임자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시내에는 매물들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매물들이 넘치기는 했으나, 내가 찾는 숙박시설(게스트하우스)로 운영 가능한 곳은 프랑크푸르트 시내, 이런 중심가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없다는 것은 솔직히 거짓이고 가능한 곳은 감히 내가 쳐다 볼 곳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인터콘티넨탈 호텔' 같은 수천억원 짜리 호텔들로 임대가 아닌 매물로만 여러 개의 호텔이 나와 있었다 ㅎㅎ
- 내가 역 주변이나 시내 중심가를 고집하는 이유는, 프랑크푸르트란 도시는 수도 베를린이나, 뮌헨과 달리 관광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오래전 부터 경제나 활발한 물물교역으로 교통이 발달하여 유럽내 허브 역활 및 EU의 경제 수도 역활을 수행해 왔다. 아울러 독일 영토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큰 강(라인강과 마인강)이 만나는 곳과 인접하여 옛부터 대규모 시장이 선 것을 기점으로 지금까지도 '박람회(MESSE)의 도시'로 명맥을 이어온 도시이다. 때문에 이 도시에서 유하는 이들은, 거쳐가기 위함이거나 출장이나 박람회 참가차오는 이가 대부분이기에 교통의 중심지인 중앙역_Hauptbahnhof 권역 밖의 숙박시설은 경쟁조차 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배경을 깔고있다.
그래서 임대 매물로 나와 있는(99 % 이상이 오피스 용도) 집의 주인/부동산에, '숙박시설'로 전환(용도변경)하여 임대도 가능한 지를 묻는 이메일을 수백 통을 보냈다. 물론 제반 비용은 내가 다 부담하겠다는 내용도 빠트리지 않고..
회신이 온 곳은 10 %도 지나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도 '불가'하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의 머리글에 'Unfortunately..' 'Leider..' 로 시작되면 열어 보지도 않았다. 생각해 보면 사람 심리란, 같은 값이면 내 소유의 건물에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 보다, 소수의 일정한 사람들이 이용하기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관리나 유지보수, 그리고 화재 및 안전 등의 측면에서..
더구나 이런 시내 중심가의 건물 소유주는 대부분 개인이 아니었다. 이같은 건물을 수백 채 지닌 유대인이거나 부동산 재벌, 아니면 부동산 연합체들이 대부분이니, 동양에서 온 듣보잡 중년 남자가 요구하는 소리는 개미가 앞차기할 때 나는 바람소리만도 못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