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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현 Jan 07. 2021

반미, 새로운 경험은 선입견이 되기도 한다.

잠시 다녀온 하노이.


저 잠시 다녀왔어요.


 시끄러운 오토바이의 경적소리, 코를 찌르는 따뜻하면서도 낯선 향, 등 뒤로 주르륵 흐르는 땀줄기, 눈만 마주치면 타라며 손짓하는 그랩 청년들. 신년 계획을 세우자며 모인 자리에서 점심으로 반미를 먹다가 2초 정도 하노이에 다녀왔다. 


 첫 여행지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특별할 것이다. 나 또한 처음 가본 해외여행인 하노이는 낯설고 두려우면서도 설레고 벅찬 곳이었다. 모든 경험이 처음이기에 새로웠지만 그 경험 하나하나가 선입견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노이바이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시간은 새벽이었고 시내로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고민을 하며 잠시 공항에 대기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공복으로 인해 배가 많이 고팠고 그 시간에도 운영 중이었던 음식부스에서 반미를 하나 샀다.  여행을 오기 전 짠내 투어를 보고 꼭 먹어보리라 다짐했던 반미. 빵이 너무 딱딱하고 이국적인 맛이었다. 현지에서 먹어본 첫 음식이었기에 기대를 했지만 엄청난 실망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로 여행 내내 반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내 첫 하노이 여행에서 반미는 지워지는 듯했다. 


 하노이에서는 총 4일을 머물렀다. 시내에서만 돌아다녔기에 2일 차부터는 길도 익숙해졌고 많이 편안해졌다. 시끄럽던 오토바이의 경적소리는 익숙해진 배경음이 되었고 어떻게 길을 건너야 할지 막막했던 어지러운 교통시스템도 무질서함 속의 질서가 있다는 걸 깨닫고 망설이지 않고 건널 수 있게 되었다. 매 끼니를 맛집을 찾아다니며 해결했고 한국이었다면 한창 추워야 할 1월, 따뜻한 곳에서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돌아다녔다. 

 마지막 날 오후가 되어서야 다시 반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행 내내 도움을 받았던 트리플과 트립어드바이저를 검색하며 반미 맛집을 찾아봤다. 


'반미 25'

별점도 높고 후기도 괜찮았다.


한 번만 더 속아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뚜벅뚜벅 찾아갔다. 길게 늘어져있는 줄을 보니 맛집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고 가까이 가서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줄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반미를 하나 먹고 숙소에 들러 짐을 싸고 공항으로 가면 적당한 시간이었다. 하노이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은 반미가 되는 셈이었다. 남아있는 것도 반미 한 개를 살 동과 공항까지의 택시비였다. 알뜰하기도 하지. 반미 25는 가게가 두 군데로 이루어져 있다. 주문하고 반미를 받아가는 공간, 그리고 길 건너편에 먹고 갈 손님들을 위한 테이블만 있는 공간. 테이블에는 냅킨과 칠리소스가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느꼈다. '아! 공항에서 먹었던 건 반미가 아니었구나. 이렇게 맛이 있는 줄 모르고 여행 내내 배제시켰다니.'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바게트 빵 사이에 있는 익숙하지만 낯선 향의 소고기와 야채들. 고수를 빼 달라고 했음에도 특유의 이국적인 향이 입안에 맴돌았다. 테이블에 놓인 칠리소스는 매콤하면서도 시고 짭짤한 정도가 아주 적당했고 돌아오는 길에 사 오려 했지만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하는 바람에 다른 맛의 소스를 사버렸다. 반미 한 개를 순식간에 다 먹고 나서는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어 하나를 더 포장했는데, 숙소에 돌아와서 짐을 싸다 말고 꺼내서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결국 공항까지는 그랩 어플에 카드를 등록하고 나서야 갈 수 있었다.


 반미는 한국에 돌아오니 많이 먹지 못해서 아쉬우면서도 그리운 음식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그때의 그 맛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하노이 여행을 갔을 때는 시내에 도착하자 사 먹었다. 하지만 막상 더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기에 여행 내내 소홀히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 때문에 더 이상 해외를 가지 못하게 되면서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리고 며칠 전 잘 만들어진 반미를 먹고 오랜만에 하노이를 떠올렸고, 잠시 다녀올 수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요즘, 현지의 맛을 잘 내는 맛집들을 찾아가 보는 것도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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