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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Oct 15. 2018

원조 나가사키 짬뽕을 찾아서

나가사키 짬뽕의 발상지, 시카이로


나가사키의 시그니처 푸드, 나가사키 짬뽕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음식 나가사키 짬뽕. 닭과 돼지고기를 우린 뽀얀 육수에 숙주와 어묵, 죽순, 오징어, 새우, 양배추, 표고버섯 등을 넣고 만든 면 요리다. 나가사키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 1순위로 꼽는다. 나가사키 짬뽕은 메이지 시대 중기인 1899년경에 시카이로(四海樓)의 창업자인 천핑순(陳平順)에 의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나가사키에 머물던 가난한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가게에서 쓰고 남은 재료를 모아 만든 요리로, 저렴하면서 푸짐하게 제공하기 위한 것에서 출발했다. 


짬뽕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설이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은 ‘식사 하셨습니까?’라는 중국 푸젠 성의 사투리인 샤뽕(シャポン) 또는 셋뽕(セッポン)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로 중국의 징소리를 나타내는 짠(チャン)과 일본의 북소리인 폰(ポン)이 합쳐져 ‘뒤섞다’라는 의미를 가진 짬뽕(ちゃんぽん)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나가사키 짬뽕은 이후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고춧가루가 더해진 매운 한국식 짬뽕으로 탄생했다. 


현재 나가사키에는 수많은 나가사키 짬뽕집들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원조 가게인 시카이로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 줄이 늘어선다. 기본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코잔로(江山楼)와 쿄카엔(京華園)도 나가사키 짬뽕을 맛보기 좋은 식당으로 이름났다. 나가사키 짬뽕의 발상지인 시카이로에서는 뽀얀 국물의 원조 나가사키 짬뽕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치 차이나타운에 있는 코잔로는 상어 지느러미가 들어간 특상 짬뽕이 유명하며, 그 옆에 있는 쿄카엔에서는 사라 우동(皿うどん)을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카이로 四海樓


1899년 문을 연 시카이로는 나가사키 짬뽕과 나가사키 사라 우동을 탄생시킨 원조 가게이자 나가사키에서 가장 대기 줄이 긴 가게로 유명하다. 원조 나가사키 짬뽕 가게라는 이름에 더해 가게 앞에 나가사키의 대표 관광지인 오우라 천주당(大浦天主堂)과 구라바엔(グラバー園)이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시카이로를 창업한 천핑순(陳平順)은 1892년 19세의 나이에 나가사키로 건너왔다. 그리고 7년 뒤인 1899년 중국 음식점 겸 여관인 시카이로를 시작했다. 천핑순이 나가사키 짬뽕을 개발한 건 나가사키에 머물던 가난한 화교와 중국인 유학생을 위해서다. 외국인 신분으로 낯선 타국에서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했던 동포들을 위해 가게의 남은 재료와 나가사키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해산물로 푸짐하면서 값싼 요리를 선보인 것이다. 


그래서 처음 나가사키 짬뽕이 등장했을 때는 중국 유학생이 먹는 값싼 음식으로 취급 받았다. 하지만 이후 면 요리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푸짐한 양에 저렴한 가격, 여기에 맛까지 있음이 알려져 인기를 끌게 되었고 점점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5층 높이의 시카이로 건물 앞에 서면 위압감이 들 정도로 당당한 풍채에 압도된다. 현재의 건물은 2000년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오픈한 것으로 원조 나가사키 짬뽕의 위엄을 드러내는 규모다. 나가사키 짬뽕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은 건물 5층에 자리 잡고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하면 통유리 너머로 나가사키 항만의 전경이 펼쳐진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면 가장 먼저 짬뽕(ちゃんぽん, 972엔)이 눈에 들어온다.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 식당인 만큼 짬뽕을 가장 추천한다. 짬뽕 밑에 있는 사라 우동(皿うどん, 972엔)도 인기 있는 메뉴로 시카이로에서 탄생시킨 메뉴 중 하나다. 짬뽕 외에 칠리 새우, 탕수육, 볶음밥 등 다양한 중국 요리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짬뽕 외에도 추가로 주문해보자. 


시카이로에서 선보이는 음식들은 양은 조금 적은 편이지만 맛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원조 나가사키 짬뽕이 테이블에 놓여진다. 노란색 지단이 맨 위에 올라가 있고, 어묵과 새우, 양배추, 숙주, 죽순 등 푸짐한 건더기가 그 아래를 채우고 있다. 뽀얀 국물 안에는 통통한 면발이 숨어 있다. 국물은 진하고 부드럽다. 닭과 돼지고기 베이스지만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서 바다의 향이 강하게 다가온다. 탄탄한 탄력을 가진 면과 푸짐한 건더기를 맛본다. 지금껏 먹어보지 못했던 색다른 맛이다. 전체적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맛이 깊이 배어 있지만, 틈틈이 바다향이 코끝을 찌른다. 아삭거리는 채소를 비롯해 갖가지 건더기들을 씹는 맛도 좋다. 


식사를 마친 다음 2층으로 내려오면 나가사키 짬뽕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짬뽕 박물관이 준비되어 있다. 박물관에는 시카이로를 방문했던 유명 인사들의 사진부터 과거에 사용하던 그릇과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 시카이로는 나가사키 짬뽕의 기준이 되는 맛. 그렇기 때문에 나가사키에서 처음 짬뽕을 먹는다면 시카이로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x8hGhFBKWdG2



코잔로, 江山楼


나가사키 시내에는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 중 하나로 꼽히는 신치 차이나타운 (新地中華街)이 있다. 25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에 중국 음식점, 제과점, 기념품점 등 40~5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차이나타운 입구에 세워진 중화문을 지나면 노란색 홍등이 달린 거리가 보인다. 거리 전체가 중국을 상징하는 장식과 글자들로 가득 차있다. 



신치 차이나타운에는 나가사키 짬뽕을 대표 메뉴로 하는 중화 식당 몇 곳이 있다. 그중 코잔로는 일본 맛집 평가 사이트 타베로그(食べログ)에서 중화요리 부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식당이다. 나가사키 짬뽕을 만들어낸 원조 시카이로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늘 많은 손님들로 붐빈다. 식당의 규모도 차이나타운 내에서 가장 크며 본관과 신관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가게 앞에는 위엄 있는 검은 사자상이 양쪽으로 세워져 있고, 모형으로 된 메뉴들이 입구에 진열되어 있어 미리 뭘 먹을지 살펴볼 수 있다. 


대표 메뉴는 특상 짬뽕 (特上ちゃんぽん, 1,500엔)으로 불리는 고급 나가사키 짬뽕이다. 상어 지느러미부터 시작해 가리비, 해삼, 고기완자 등 고급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간다. 고급 식재료가 듬뿍 첨가된 짬뽕인 만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vUpyyRypAxt



쿄카엔, 京華園


쿄카엔은 코잔로와 더불어 신치 나가사키 차이나타운에서 인기 있는 중화요리 전문점 중 한 곳이다. 입구에는 용머리를 한 하얀 석상 두 개가 세워져 있고, 한쪽에는 쿄카엔에서 파는 메뉴 모형이 진열되어 있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면 전형적인 중식당의 모습이 펼쳐진다. 바닥에는 반들반들한 대리석이 깔려 있고, 벽면에는 중국풍의 산수화가 걸려 있다. 



대표 메뉴는 튀긴 면에 걸쭉한 소스를 부어 먹는 사라 우동(皿うどん, 850엔)이다. 하얀 국물의 나가사키 짬뽕에 들어가는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분을 넣어 만든 걸쭉한 국물을 면에 부어 먹는 요리다. 사라 우동을 처음 개발한 건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인 시카이로다. 시카이로의 나가사키 짬뽕이 유명해지면서 배달까지 하게 되었고, 배달하기 쉽게 국물이 없는 나가사키 짬뽕을 개발한 게 사라 우동이다. 쿄카엔은 이 사라 우동이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바삭하게 튀긴 면과 일반 우동면 두 가지 종류의 면 중 선택할 수 있다. 일반 우동면보다는 바삭하게 튀긴 소면이 좀 더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bLYtFNgbBoF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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