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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Dec 25. 2021

맞벌이하는 걸 원하는 남자

위험할 수 있는 발언을 해보려고 한다. 맞벌이하는 걸 원하는 남자가 별로인 이유에 대해서. 결혼할 나이가 되니 다양한 결혼 콘텐츠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고 맞벌이하는 걸 원하는 남자가 왜 별로인지 깊게 생각해봤다. 남자분의 논리는 자신의 꿈과 커리어를 가지고 성장 욕심이 있는 여성이 좋다는 것이고 여성분의 경우 남자의 경제적인 능력에 기대어 사는 것은 무능력하고 한심해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허점이 발견되는데, 두 측의 주장 모두 직업을 갖고 생산 활동하는 것만이 유의미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점이다.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자식의 안녕과 미래만을 바라보고 사는 여자들을 극도로 한심하게 생각했던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면 커리어우먼인 여자들만이 대단하다고 여겼던 편협된 사고가 깔려있었다. 두 부부가 합의했다면 한쪽이 경제적인 활동을 하든, 집안일만 하든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네마네 하는 것은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주부인 남자는 가정적이고 주부인 여자는 편하게 산다는 인식과 더불어 남녀 모두 사실은 무능력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은 마치 경제활동을 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일이라 느껴져 듣기 불편하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대놓고 맞벌이할 생각이 있는 여자가 좋다고 하는 남자는 높은 확률로 계산적이라는 점이다. 단 1%도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거다. 물론 서울의 집값이 미친 듯이 올라 이런 바람을 가지지 않는 게 비현실적인 것은 맞다. 이건 여자나 남자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집안에 여유가 있지 않는 한 남자가 굳이 그런 말을 안해도 맞벌이할 수밖에 없다. 묻고 싶다. 과연 '성장 욕구'가 있는 여성이 경제활동을 돌연 그만두고 대학원에 가서 몇 년을 공부하겠다고 하면 아무렇지 않게 응원해줄 수 있는가? 그가 주장했던 '성장 욕구'가 있는 여성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 상황에 망설여진다면 조금은 솔직해지자. 그냥 나 혼자 고생하며 돈 벌기는 싫은 거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남자와 하는 결혼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연하다. 아직 결혼해보지 못한 싱글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희생이다. 서로 계산적이지 않고 헌신하려는 마음만 가져도 힘들 수 있다고 본다. 결혼 전부터 네 거 내 거, 나는 이만큼 했으니까 너도 이만큼, 반반 결혼, 공평 운운하는 사람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희생할 수 있을까? 내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며 싸우기 바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맞벌이하길 바라는 남자는 별로일 확률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요즘 사람의 진심을 알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다들 경계심과 의심도 많고 어느 집에서나 소중한 아들 딸이다. 손해보지 않으려고 하고 관계가 깊어지기 전에 발을 빼려는 생각부터 한다. 법률스님이 말씀하시더라. 사람의 진심을 하루아침에 아려고 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단 한 두 마디의 말로 사람을 자꾸 평가하려고 하는 나의 습성은 안전한 사람을 택하려는 방어기제가 아닐까 싶다. 서로 손해보지 않으려는 세상에서 마음속에 계산기를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상대의 진심은 시간이 흘러 나올 테니. 근데 그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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