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박 7일간의 영국 여행이 끝났다. 혼자 여행하면 항상 음식에 돈 쓰는 걸 아까워하곤 했는데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는 몇 번쯤 죄책감 없이 만찬을 즐겼다. 이 점이 가장 뿌듯하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질 내 몸에 흡수될 것들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 더 나아가 그 맛을 즐겨보는 것. 그간 내가 혼자 하기를 두려워했던 것이니까.
혼자 여행을 떠나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그저 평범한 신호등 버튼도 다시 찬찬히 곱씹어 본다. 이 도시의 신호등 버튼은 엄청 크구나, 아이들도 누를 수 있게 낮은 위치에 있구나, 시에서 돈을 좀 쓴 것 같은데 유동인구가 너무 많아 무단횡단이 너무 일상적이구나,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 나라는 존재가 선명해진다. 때론 무계획하게 하루를 낭비할 수도 있고, 또 때론 즉흥적으로 구글 지도 없이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거닐며 바쁜 도시인들 속에 동떨어진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비록 감정을 공유할 상대가 없는 건 외로운 일이지만, 이 외로움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간 내가 행해온 예절, 배려, 사회적 관습, 규칙으로부터의 오롯한 탈출. 그 대가가 외로움이라면 견딜 만하다. '나는'으로 시작되는 문장들이 많아지는 이 변화가 흡족하다. 그 온전하고 꼿꼿한 글들이 좋다. 지금 이 순간은 그야말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