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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쭉정이 Jun 10. 2023

사색하러 떠난 교토여행(2)

혼자 간 걸 후회하지 않으나 후회하고 있다

'23. 6. 8. ~ 11. 나 혼자 교토여행 기록 2일 차

6월 9일. 여행 둘째 날.


이른 아침 교토에서 유명한 사원인 청수사, 기요미즈데라를 방문했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유명한 관광지는 큰 기대를 하는 편은 아닌데 교토까지 왔는데 청수사를 안 보고 가는 관광객은 흔치 않을 것 같았다. 아침 6시, 눈뜨고 세수만 한 채 밖으로 나왔다.



청수사에 도착했다.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맑은 물이 있는 사원. 이름답게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아침을 반기고 있었다. 청수사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인데 평일 아침이라 다행히 조금 한산한 편이었다.

천천히 산책을 했다. 사원이 주는 웅장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편안함이 존재했다. 옛날 오래된 사람들은 왜 머리가 맑아지는 장소마다 사원을 지었을까 괜히 생각해 봤다. 삶은 물질적인 것만이 전부가 아니어서일까.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선 그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중요해서 그런 게 아닐까. 여기가 왜 인기 관광지인지 알 수 있었다. 유명 관광지임에도 화장실도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  괜히 더 만족스러웠다. 이름답게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만족스러운 아침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한숨 자고 일어났다. 오늘의 여행 일정은 교토의 작은 시골마을 오하라를 가는 것이다. 교토에서 버스 타고 한 시간 더 들어가면 나오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오하라에도 유명한 사원인 산젠인 사원이 있어서 가 볼 생각이다.



교토에 있으면서 카드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없었어서 현금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로 출발했다. 그런데 웬걸 산젠인 사원은 현금으로만 입장권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대부분 사원은 입장료를 현금으로 받는데 대충대충 하다 보니 제대로 체크를 못했다. 그리고 사실 혼자 여행이다 보니 경비를 최대한 아끼고자 일부로 환전한 현금을 숙소에 두고 나온 것도 있었는데, 이렇게 작은 것에 집착한 나머지 여기까지 와놓고서 입장을 못하게 생겨버렸다.


다행히 한참 후에 어찌어찌 atm기기를 찾아내서 해결은 했는데, 그 과정에서 당황해 버린 나머지 오하라에 도착하고서도 한동안 경치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산젠인을 보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서 버스 타고 1시간을 달려와 오하라까지 와놓고서 겨우 100엔이 모자라 입장을 못하는 일이 생겨버리면, 한동안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은 모진 생각이 뇌를 지배했다.


은 것에 집착했던 나를 질책하면서 주변 상인들에게 atm기기 찾겠다고 손짓 발짓 얼마나 물어보고 다녔는지, 이래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오히려 좋지 않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렇게까지 모질게 굴 일이였나 싶. 참으로도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성격이다. 팀장님 또한 내가 너무 생각이 많다고 하셨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원을 둘러보았다. 교토는 정말 사원이 많다. 일본의 옛 수도여서 그럴까, 유독 사원이 많은 것 같다. 여기 사원에는 슈헤키엔이라는 명상 하며 차 마시는 곳이 있는데 앉아서 잠시 명상을 했으나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왔다 갔다 해서 집중은 안 됐다. 어차피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들인데 왜 신경이 쓰였을까. 남의 눈치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의 목적지였던 오하라 여행을 마치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 저녁을 위해 회전초밥집을 왔다. 오하라를 가는 과정에서 마음고생한 것이 있어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자 싶었다. 기린 생맥주와 초밥을 양껏 즐기고 나와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숙소까지 산책을 했다.




혼자 여행을 하는 이유는 혼자 있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유독 또래에 비에 좀 일찍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마냥 좋은 습관은 아닌 것 같다. 산책을 하면서 오는 길에, 그럼에도 다시 한번 사람을 믿어보고 싶어졌다. 술기운인 것 같다.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론 좀 외로워졌다.


어떤 사람이 생각났다. 그때 그냥 망설이지 말걸, 조금 더 표현해 볼걸, 술기운에 후회해 보면서도 한편으론 그때의 나 또한 최선을 다 했던 것이라 위로하면서 잔뜩 부른 배를 소화시켰다.




교토 사람들은 주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가는 길 곳곳이 자전거다. 교토의 길, 골목골목이 예쁜 만큼 자전거가 참 어울리는 곳이었다.


나도 자전거가 타고 싶어 졌다. 움직여야만 하는 일정대로가 아닌, 그냥 그때그때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는 자전거 같은 여행을 하고 싶었다.


내일이 마지막날인 만큼, 일정을 수정해서라도 자전거를 타고 기필코 골목골목을 누려봐야겠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의 혼자 해외여행인 만큼 계획을 어느 정도 세우고 왔는데, 역시 혼자 여행은 즉흥이 제맛이다.(강조)



다음 해외 일정 때는 반드시 목적 없는 발길 닿는 데로의 여행을 하리.


차분하게, 그리고 조금은 쓸쓸하게 둘째 날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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