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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쭉정이 Aug 20. 2023

아날로그의 진정성, 그리고 삶의 의미

합정 '종이잡지클럽' 후기


요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티비, 휴대폰, 노트북, 어딜 가도 전자매체와 함께 하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는 편리함은 좋다. 갈수록 빨라지고,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순식간에 지나가는 수많은 정보량 속 과연 우리의 마음에 진정하게 남는 것은 얼마나 될까. 가끔은 수많은 정보들이 오히려 더 외롭게 하는 것 같다. 터져 나오는 정보들의 속도를 맞추어 함께 달리다 보니 진정 우리가 찾던 정보는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지 시간을 들여 탐구하는 일이 꽤나 어려워졌다.


내가 지금 기쁜지, 슬픈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언제 가장 행복한지 조차 제대로 알지 모른 채 그저 수많은 정보 속에 함께 존재하기만 해도 되는 걸까.


그런 기분이 들던 찰나에 지인의 소개로 어떤 아날로그 공간을 알게 되었다. 아마 사장님께서는 아날로그의 진정한 힘과 따스함을 진작 아시는 분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종이와 글자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합정에 위치한 '종이잡지클럽'이다.(제주도에도 있다)

합정 '종이잡지클럽'.


들어가는 입구부터 느껴지는 종이냄새에 한차례 안정감이 든다. 아늑한 공간 속 수많은 잡지들이 정리되어 있고,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이곳에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0년대 만들어진 잡지도 있고, 인문, 철학,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잡지가 있다.


하나의 철학책을 집어 들었다. 'New philosopher'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란 주제를 담은 책인데, 이 책을 통해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위 잡지를 추천한다. 주제별로 쉽게 설명되어있다.


철학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는 결국,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람은 결국 혼자서 살긴 어려운 존재인 것 같다. 비록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고, 사랑을 나누고, 상대를 신뢰함에서 오는 안정감에서 비로소 삶의 의미를 느낀다. 믿음. 그것 만큼 축복인 것이 있을까.


이와 함께, 삶이 행복하려면 오히려 행복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했는데, 삶은 원래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삶에 완전성은 원래부터 없다는 것이다. 행복에 집착한다면 오히려 현재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밖으로 몰아내는 것과 같으므 '지금'에 있는 것이 중요하고 한다.


행복에 집착하는 사람치고 행복한 사람은 없. 나중에 행복하고자 지금을 그냥 보내지 말고 바로 여기에서, 지금 행복해지는 거다.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합정 한복판에서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한 곳이 중심을 잡고 존재하다니. 언제나 느끼지만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건 차분함, 그리고 따뜻함인 것 같다. 그래서 이곳 종이잡지클럽이 합정 한복판 속에 있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날로그 감성의 힘. 종이에서 느껴지는 차분하고 따뜻한 질감이 있다. 글의 힘에서 나오는 감성만큼 진실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와닿는 것은 없다. 누군가는 글로 전해지는 감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했다. 그만큼 글은 복잡함 속에서도 선명하게 와닿는다.




종이클럽에서 느낀 따뜻한 감성이 참으로 좋았다.


여기에 있는 시간은,

흐를수록 점점 길어지는 기분이다.


삶을 살아가는 매 순간이

우리의 감성에 충만했으면 좋겠다.

그럼으로써 그 시간이 더 길어지면 좋겠다.

의미 있고, 충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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