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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쭉정이 Dec 25. 2023

화이트크리스마스, 그 이면에서

감정의 부재에서 오는 공허함과 삶의 의지


오늘, 2023년 12월 25일 화이트 크리스마스, 참 설레는 날이다. 분명 오늘은 누군가에겐 행복을 가져다주는 날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날일 것이다. 감정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따뜻한 울타리에 있지 못한 사람들 말이다.



한때 우리집은 참으로 화목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트리를 만들었고, 예쁜 포장지로 싸인 선물을 받았고, 가족들과 오붓하게 케이크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 우리집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휴일에도 일을 해야 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집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안정감과 따뜻함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만큼 불안감이 채워졌다. 어느 가정이나 굴곡은 있겠지만 우리집 또한 예외는 아니었고, 지금도 그 과정을 거쳐가는 중이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꼭 경제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마 같이 먹고사는 가족에게서 느낄 수 있는 충만한 따스함, 그리고 안정감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느끼는 가장 큰 결핍 또한 마음이 충만하지 못한 채 한구석이 늘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는, 그러한 감정의 부재가 아닐까.


눈이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느꼈다.

나의 모든 결핍 또한 여기에서 나오고 있었다.




최근, 직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어려운 사건이 들어왔는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일이었다. 그 와중에 진심으로 내 일처럼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한편, 관심 없고 자기에게 피해가 오지 않도록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옥석을 구분하게 된 계기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주고, 알아주고, 관심을 가지면, 그 사람은 그때 비로소 진정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만큼 강력한 힘이다.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함께라는 의지와, 함께라는 마음이었다.



책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 수업'(작가 : 이인미, 철학가 한나 아렌트의 저서 관련 내용)에서는 현재 우리 삶을 일상화된 외로움이 배회하는 시대, 성난 개인들이 돌출하는 시대, 그러므로 각자도생 하느라 힘겨운 시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인간성 회복의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선한 사람은 감성이 살아 있고, 남을 위하는 이타심이 있다. 누군가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 그것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러한 선한 의지가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믿는다.




누군가에겐 화이트크리스마스,

누군가에겐 그저 지나가는 하루에 불과할 것이다.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지독한 사람냄새를

한 껏 맡을 수 있는 내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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