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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쭉정이 Feb 05. 2024

한 때, 우리 모두 꿈이 있었다

직장인 9년차, 무뎌진 일상 그 어딘가에서

직장인 9년차, 어딘가 무료해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매일 들어오는 고소 고발 사건들, 반복되는 조사와 수사, 수많은 민원인의 상대, 그리고 피의자의 불송치 또는 송치 결정까지. 


누군가의 혐의를 판단하는 일이란 날을 세워야 하는 만큼 늘 긴장되는 일이지만 몇 년간 반복하다 보니 마음 한 켠이 무뎌진 것 같았다. 그렇게 무료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 특별한 새로움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의 어릴 적 꿈은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싶었다. 잘못한 사람을 내 손으로 정정당당하게 처벌하고 싶었다. 그게 이 세상의 정의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재미없고 융통성 없는 진지한 성격이었기에 그런 일을 잘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달랐다. 수사가 꼭 가해자 피해자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었고, 억울하게 고소당한 피의자들도 상당했으며, 예측불가능한 민원 또한 다양했다. 정의를 위해 맞서 싸운다는 거창한 것보다는 그저 고소 고발 내용을 정리해서 법리대로 검토 후 결정을 하는 것에 가까웠다. 단지 누군가의 칼자루가 될 뿐이.




그럼에도 내가 일하는 사무실을 보면 묵묵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직장뿐 아니라 조금만 돌아보면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에게도 꿈이란 게 있을까. 꿈이란 건 단지 한때 철없고 순수했던 시절에나 할 수 있던 착각 같은 건 아니었을까.


오랫동안 수사부서에 있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여쭤봤다. 어떤 힘으로 이 생활을 견뎌왔을지 궁금했는데, 대답은 의외였다.

'나는 그저 국가가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어. 그렇게 지내다 보니, 힘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해결되더라고' 


그렇다. 사실 꿈이란 건 거창한 욕심이 있었다기 보단 오히려 순수한 것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서, 옳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다.  그렇게 단순한 것이, 한때 우리에게 간절한 꿈이었다.




대게 직장생활을 잘하는 선배들을 보면 안정되고 변수 없는 자세를 유지한.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본을 지키면서 중요한 순간일수록  누구보다 철저하고 칼같이 원칙을 지킨다.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


거창하게 성과를 내려거나 승진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언젠가 다가올 때를 기다리며, 그보다 그저 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퇴근하는 자들이 진정한 프로인 같다. 묵묵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며 여전히 진심을 다하고 있는 선배들을 보면, 분명 한 때 나보다 더 거창하고 순수한 꿈을 꾸었던 자들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우리는 여전히 꿈을 이뤄가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 방황해도 좋으니, 천천히, 그저 올바른 길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싶다.





다시 시작되는 월요일,

저마다의 사연을 들고 찾아올 민원인들을 맞이하고자

오늘 아침을 정돈하며 다짐해 본다.


지금이 최고 전성기는 아니기에,

젠가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수사를 해나가며,

누군가에게 진정한 위로와 희망이 되길 꿈꾼다.


선배들을 본받으며,

은 노력과 경험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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