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미술을 안 했는데 디자인과에 가고 싶었다

입시 미술을 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방법

by 먹구름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른이 되어 가면서 매번 받았던 질문에 나의 대답은 그때마다 달랐던 것 같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텔레비전에서 나온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보고 반해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인터넷 어디에선가 ‘포토샵’의 기능을 주워 배우면서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다.

그리고 정말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물음이 더 이상 “꿈”이 아닌 “대학 입시”를 위한 질문으로 바뀌었을 때, 나는 어른들에게 나의 꿈을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나의 꿈은 “디자인과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와 관련된 전형은 해가 가면 갈수록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전형도 다양해지고 ‘고등학생에게 이런 것까지 요구한다고?’싶은 조건들도 많아지는 것 같다. 지금 대학생들에게 미대 입시 전형은 다양하겠지만, 내가 고등학생 때 미대에 가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입시 미술’을 했어야 했다. 원하는 미대를 가기 위해서는 실기 시험이 필수였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입시 미술을 못했다. 미대에 대한 막연한 꿈은 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고 나 스스로도 ‘3년 입시 미술을 한다고 입시 미술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고등학교 3년 동안 다른 대외활동은 하나도 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

시간은 흘러 대학 입시뿐 아니라 ‘어느 과로 갈래?’를 정해야 하는 고3이 되던 겨울, 나는 무작정 내가 가고 싶은 대학교 입시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홈페이지에는 각 대학의 학과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어떤 조건이 필요로 한지가 나와있었다. 당시 문과였던 나는 남들 다 지원하는 경영학이나 경제학, 신문방송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 학과를 가서 내가 4년 동안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어떤 학과를 가야 하나 고민하던 나의 눈에 들어온 하나의 학과. 바로 ‘의상/의류학과’였다. 해당 학과를 본 순간, 갑자기 어린 시절,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의상/의류학과는 대학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나름의 공통점이 있었다. 생활과학대학의 의상/의류학과였으며, 문이과가 교차 지원이 가능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패션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이기도 했다.

대학교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패션학과’인 경우는 미술대학 소속으로 실기시험이 필수였지만, ‘의상/의류학과‘인 경우는 대부분 생활과학대학 소속으로 실기시험이 따로 없었다.

그 사실이 나를 매료시켰다. 입시 미술을 안 했는데, 실기 시험을 보지 않고 디자인과 관련된 학과에 갈 수 있다니! 이건 마치 나를 위한 학과인 것 같았다. 물론 당시에는 패션 디자인과 시각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나에겐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나의 대학 입시 목표를 확실히 했다. ’ 의상/의류학과에 진학하고 시각 디자인을 복수 전공해서 디자이너가 되자 ‘

그렇게 나는 입시 미술을 안 했지만, 디자인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 의상/의류학과‘를 목표로 공부만 열심히 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해당 학과와 관련된 대외활동은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해당 학과로 진학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 성적‘뿐이었다. 목표가 확실해지니 동기부여도 따라왔고 남은 고3시절은 성적을 올리는 것에만 몰두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내가 목표로 하던 의류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디자인을 처음 접하던 순간이었다.

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더 다양하고 많은 전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많이 보고 넓게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입시 미술을 경험하지 않고도 UI/UX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비전공자 디자이너도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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