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인가 싶은 이야기
[디자인 스펙트럼]이 주최한 Spectrum Day 12 : Lifestyle & Tech를 듣고 왔다.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는 서비스의 디자이너 세 분을 연사로 초청해 그들이 해온 고민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인 만큼, 역시 광범위한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고 있는 MUJI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의 진행이 잘 어울렸다.
[마켓 컬리]의 최 진 디자이너와 [리디북스]의 오남경, 이지혜 디자이너, 그리고 [오늘의 집]의 서미나 디자이너 네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고 전달함에 있어 "~한다고 한다"라는 표현의 반복이 읽는데 방해물이 될 수도 있어 최대한 자제했다.
최 진 디자이너
[마켓 컬리]는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원동력으로 즐겁게 일하는 팀원들이 100% 직접 먹어본 상품만을 판매하는 푸드 마켓이다. 현재 3,000개 이상의 상품을 취급 중이며 70개의 기준을 가지고 엄격한 큐레이션을 한다. 특히 오후 11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배송되는 "샛별 배송"이라는 서비스가 특징이다.
샛별 배송 : 좋은 상품을 제공하려면 유통도 [마켓 컬리]가 책임져야겠다!
생산부터 물류와 배송까지 관리하는 Full Cold Chain System으로 가능한 "샛별 배송" 서비스는 밤에 주문하고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도착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체감 배송 기간이 2~3시간 정도로 매우 짧다. 이는 높은 50%라는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졌고 자발적인 바이럴이 형성되었다. 재구매율은 높기에 첫 구매의 허들을 낮추기 위한 플로우별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챌린지와 전략
주 고객인 30대 초반의 오프라인 쇼핑 경험에 익숙한 유저들을 위해 생산부터 모든 과정의 사진을 제공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시각 정보를 통해 온라인에서 신선도를 어필하는 방향은 "한 화면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E-커머스의 정석을 포기하고 큰 사이즈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전략이 되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생산자에 대한 사진과 정보를 봐야 믿을 수 있다"는 일반적인 가설에도 의문을 던지고 직접 고민해보는 멋진 팀이었다.
앞으로 [마켓 컬리]가 바꿀 라이프 스타일
지금까지는 유통 업계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프로덕트에 대한 고민을 더욱 심도 있게 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며 식품을 넘어 반려동물, 리빙까지 확장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되는 바다.
오남경, 이지혜 디자이너
[리디북스]는
"종이책이 갖고 있던 한계를 넘어 삶에 책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션인 국내 전자책 1위 서비스. E-book 콘텐츠를 판매하는 스토어와 전자책 전용 뷰어 "Paper"를 판매한다. 스토어와 뷰어 간의 순환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스토어와 뷰어를 각각 담당하는 두 분의 디자이너가 오셨다.
스토어와 뷰어에서 일관된 경험 제공하기
초반에는 플랫폼별로 디자이너를 분리했었으나 같은 기능인데도 작업자가 다르다 보니 UX 측면의 유격이 발생했다. 그래서 이 유격을 줄이기 위해 하나의 기능을 한 명의 디자이너가 담당해 여러 플랫폼을 작업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다른 플랫폼의 팀이지만 같은 직무의 팀원끼리 모이는 "길드" 개념이 있는데 디자인 길드에서는 스토어와 뷰어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위해 업무적인 싱크를 한다.
뷰어의 새로운 제스처 인터렉션 개발하기
"Paper Pro"를 출시할 때 밝기와 색온도를 따로 조절하는 새로운 제스처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손가락 개수에 따라 이를 따로 조절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한 손가락 상하 스와이프로 밝기를, 두 손가락 상하 스와이프로 색온도를 조절하는 것. 학습이 필요하지만 튜토리얼로 해결했다.
T.O.C.
매일 "Tears of Customer"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공유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 긍정적인 피드백도 있고 불만도 있는데 모든 팀원이 매일 하나씩 다루고 논의하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려는 노력이다.
앞으로 [리디북스]가 바꿀 라이프 스타일
최근 출시한 RIDI Select라는 구독 모델을 전환점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마치 넷플릭스처럼 무제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월정액제 개념이다. 비용 부담을 한 층 더 낮춤으로써 "종이책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 삶에 책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그들의 미션에 한 단계 더 다가갈 것이라 예상해본다.
+ 질문 : 리디북스만의 제품 [Paper]를 디자인하는데서 얻는 이점과 어려움이 있나요?
수많은 안드로이드, iOS 기기에 대한 대응은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영원한 숙명일 것이다. 하지만 리디북스는 그들만의 디바이스와 OS에서 작동한다. '자체'의 무언가를 가질 때는 분명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서 뷰어를 담당하는 이지혜 님에게 질문했다.
답변 :
Paper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자체 OS를 갖고 있다. 때문에 부팅부터 와이파이 연결, 종료까지의 과정, 그리고 키보드 등 OS가 제공하는 컴포넌트까지 OS 전반을 디자인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고 한다. (역시 이 챌린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는 이지혜 님 존경..)
단점으로는 흑백 디스플레이가 가지는 표현의 한계점이 있다고 한다. 기기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이나 인터렉션은 자제를 해야 하는 환경이기도 하다.
서미나 디자이너
[오늘의 집]은
자신의 집 인테리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와 그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제품들을 판매하는 마켓 플레이스인 [오늘의 집]. 인테리어 사진과 구매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오늘의 집]은 이사 갈 때만 설치하고 지운다?
서비스 특성상 "이사 갈 때만 깔고 지워지는 앱"이 되기 쉬웠고 실제로 그랬던 사용 행태를 개선하고 싶었고 한다. "인테리어는 비싸고 어렵다"는 의식 때문이었다. 때문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일상의 행복"으로 잡고 시공처럼 큰 일보다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단위에 초점을 맞춰 일상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챌린지.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어
그래서 슬로건을 정할 때 기능적인 설명보다는 본질적인 가치를 담기로 결정했고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어"라는 슬로건이 탄생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같은 커뮤니티
콘텐츠 유저는 콘텐츠만, 커머스 유저는 커머스만 소비하는 행태를 개선해야 했다. 그래서 커머스지만 커뮤니티처럼 보이게 하는 의도로 설계했다. 결과는 "남의 집을 훔쳐보는 재미"를 느끼며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개미지옥" 같은 구조가 되었다. 이는 실제 사용자로서 느낀 바다. 한참 동안 남의 집들을 훔쳐보다가 Back 제스처를 취해봤는데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물론 홈버튼도 있다).
앞으로 [오늘의 집]이 바꿀 라이프 스타일
최근 전문가 서비스를 오픈했다. 기존 회원들과 시공 전문가를 이어줌으로써 탐색부터 구매, 그리고 시공까지 아우르게 된 것이다. 인테리어라는 니즈가 생겼을 때 [오늘의 집]에서 주거에 관한 모든 것이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집]에서 상당한 양의 스크랩북을 정리해둔 팬인데 그 변화를 응원해본다.
다양한 도메인의 서비스에서 디자이너들을 모신 만큼, 중복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퇴사하고 시간에 제약 없이 최대한 많은 세미나에 참석하려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는 것은 내 서비스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행복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