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인가 싶은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음악, 누군가에게는 롤모델, 누군가에게는 문화인 K-Pop 콘텐츠가 어떻게 개발되고 제작되는지 궁금했다. 이 산업에서 타겟이 누구고 수익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어떤 구조와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이 행사는 지난 달인 6월 21일에 개최됐고, 그는 마지막 순서였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누군가 이 영상을 추천했는데 전 세계 창업가와 스타트업 대상인 Spark Labs Demo Day 행사에서 JYP를 보게 된 것이 신선했다. 그가 앞으로 가져갈 회사의 비전과 다음 스텝인 "JYP 2.0"이 그 주제였다. 그가 농담으로 다음 날 회사의 주식이 치솟을 것이라 해서 나왔다고 했는데 확인해보니 실제로 그 날 시세와 거래량이 오르긴 했다 :)
자신을 "JYP of JYP Entertainment"로 소개하며 시작한 키노트는 인상 깊었다. 그의 Artist이자 Founder&Chairman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물론 연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기업을 대표하며 비전을 설명하는 세일즈맵십과 발표력이 뒷받침됐다. 이 내용들을 영어로 청중에게 전달하고 소통하며 농담(주로 주식 관련)도 잃지 않았다. 크게 4개의 챕터로 구성된 그의 키노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먼저 조직 구조 개편에 대한 이야기로 키노트를 시작했다. JYP Entertainment는 원래 기능 위주의 팀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에 따라 마케팅 부서, 프로모션 부서, 매니징 부서, A&R 부서로 분류된 기존 기업들의 일반적인 구조다. 하지만 2년 전 즈음 회사가 성장하기에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판단했었다.
그리고 2년 전, 프로세스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한 아티스트만을 전담하는 TF팀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실험을 했다. 그들만의 마케터가 있었고 그들만의 프로모션 담당자, 매니저가 있게 됐다. 그리고 2년 동안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콘텐츠의 생산과 기획에 있어서 모든 것이 빨랐고 효율적이었으며 담당자와 아티스트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개선되었다. 그리고 그 팀이 바로 TWICE였다고 한다(Thanks, JYP!).
이 이후로 4개의 작은 회사로 구성된 JYP를 만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모든 아티스트는 각 레이블에 배정된다. 역시 프로세스가 빨라지고 효율적이 되었으며 콘텐츠 생산 속도는 드라마틱하게 빨라졌다.
추천받은 이 영상을 skip 없이 끝까지 보게 만든 것은 이 부분이었다. 같은 업무가 아닌 한 서비스 혹은 프로덕트 별로 팀을 구성하는 IT 기업들의 추세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기업에 따라 Silo(토스), Squad(리디), Tribe(스포티파이) 등으로 부른다. 한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PM,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들이 한 팀인 것이다. 이로서 얻는 효과는 내부적으로는 모두가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며 성장할 수 있고 외부적으로는 유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도 담당자들이 분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응 속도도 빨라진다.
1단계의 케이팝은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었다. 2단계는 해외의 인재를 데려와 한국 아티스트들과 섞는 것이었다. 이런 시도의 첫 번째 사례가 2PM의 태국계 미국인 닉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해외 인재를 육성하고 프로듀싱하고 프로듀싱하고 배출하는 것이다(Developing, Producing, Releasing Foreign Talents).
JYP가 2달 동안 밴을 타고 중국 대륙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평균 연령 13명의 6명의 중국 소년들을 모아서 만든 BOY STORY라는 중국 그룹이 있다. 중국에 사는 중국인들을 중국에서 기획하여 중국에서 데뷔시킨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영향력 있는 QQ뮤직 차트에서 1위를 했다. 같은 방식으로 일본 걸그룹을 만드는 프로젝트(농담으로 6명의 일본인으로 이루어진 TWICE를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 전략이 "K-Pop"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글로벌 IT기업인 라인의 해외 시장 진출 방법이 연상됐다.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표준화를 선도하고 글로벌화를 시작하는 방법을 따라가지 않고 '문화화'라 부르는 해당 문화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서비스 방식과 기준을 해외에서 해당 국가의 문화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예로 태국에서 시작한 [라인맨], 일본에서 시작한 [데리버], [라인 바이트] 서비스가 그렇다. 추후 다른 국가에서 서비스하는 역수출도 계획한다. 최근 다양한 기업에서 Next Billion Users로 불리는 인도 유저들에 대해 연구하며 새롭고 의미 있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첫 번째 챕터에서 말한 조직 개편으로 콘텐츠 생산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퀄리티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겨서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The side effect "can" come with this~, The Quality "may" drop~ 라고 말하기는 했는데 효율이 높아졌으나 퀄리티가 떨어진 것은 조금 의아하다). 그래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음악 작업 공간을 만들어 아티스트 육성과 연습에 힘쓰고 있으며 여러 프로듀서들이 한 층에서 일하면서 각자의 음악도 만들고 공동 작업도 가능한 형태로 일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 그는, 특히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 많은 업무 시간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말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주 52시간 근무' 근로기준법을 언급하면서 JYP 엔터테인먼트가 이를 시행해야 하는 2020년까지 남은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정부에서 제시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할 준비도 되어 있다.
그리고 원본 영상의 링크를 첨부한다. 25분 정도의 길지 않은 분량 중 후반 7분은 질의응답이니 영상을 직접 보는 것도 추천한다.
05:45 - Company in Company
08:56 - Globalization by Localization
11:52 - JYP Music Factory
14:26 - Creativity from Happ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