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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현 Jan 28. 2020

왓챠의 숙달된 비효율을 의식하는 문화

글쓰는 것을 한동안 쉬었는데 작년 12월까지 함께 한 왓챠에서 공유하면 좋을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바로 글로 옮기며 해당 내용과 등장인물들에게 공유에 대한 동의를 얻고 발행한다.



1. 사람과 사람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실수들


왓챠플레이는 2019년 3월까지만 해도 리소스상 콘텐츠 이미지 운영이 불가능했다. 6만 편의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OTT서비스가 이미지 운영을 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디자인적인 한계는 상당했다. 그러던 중 한 해외 작품의 배급을 시작하면서 콘텐츠 프로모션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의 필요성이 커진 시점이 왔다. 이를 기회로 모바일 앱부터 리뉴얼하며 이미지 운영을 도입하기로 했다.


리뉴얼 후


나와 콘텐츠 운영팀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콘텐츠팀에서는 주 1회 특정 주제로 묶은 콘텐츠 컬렉션 5~7개로 배너를 교체한다. 콘텐츠팀이 활용 가능한 에셋을 수급해둔 풀에서 디자이너가 UI에 활용 가능한 에셋을 선정해 허용 가능한 선에서의 편집을 한다. 그리고 각 배너의 gradient 색상값(hexcode), 스크린 width 대비 로고의 비율(width_ratio), 배너 타입(phone, tablet) 등 여러 값을 콘텐츠팀에게 전달하고 콘텐츠팀은 어드민 페이지에서 직접 입력한다 ⌨️�. 에셋 테스트 중 수정이 있다면 이 과정이 n번 더 반복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사람과 사람의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특정 값들을 전달하며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과정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곤 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귀찮았다.




2. 날잡고 비효율을 개선하는 사내 이벤트


2019년 11월, 업무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개선 가능한 불편했던 점을 날 잡고 개선하는 사내 이벤트 Fridave(자세한 내용: 왓챠가 비효율의 숙달화를 없애는 방법)가 진행됐다. 내가 불편한 점이 무엇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바로 그 워크 플로우가 떠올랐다. 아트웍을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콘텐츠 디자이너의 합류 이후, 내 업무가 아니게 되었지만 비효율을 그대로 넘겨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덥-석

현 상황을 보면 에셋 파일과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정보 분산을 줄이기 위해 에셋 파일명에 필요한 값들을 넣어 전달하고 있었다. 운영이 조금씩 고도화되면서 그 값들은 다양해졌다. 파일명에 필요한 정보는 다 있으니 파일 업로드시 파일명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출해서 자동으로 폼을 채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정보들의 종류, 순서, 포맷을 정하고 구분자로 나눠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이어졌다.


채널에 이 아이디어를 던졌고 다른 아이디어들에 비해 가볍게 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 한 개발자와 페어를 맺고 진행했다. 과정은 슬랙 캡쳐로 대체하고 빠르게 넘어가겠다. 결과적으로 작업자들 사이의 접접이 없어져 편의성을 높일 수 있었다.




3. 숙달화된 비효율 의식하기 


목표 달성만 해도 바쁘니까


워크 플로우에서 숙달화된 비효율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이 행사를 기획해준 개발자에게 감사하다. 그 개발자가 왓챠 기업 블로그에 쓴 글을 보면 평소 일하는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갖고 더 나은 방식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매우 공감했다. 워크 플로우 상의 비효율인 부분을 구성원들이 깨닫는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과정은 콘텐츠 디자이너가 합류하기 전까지 내가 6개월간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주 1회 진행했던 업무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는 개선은 꾸준히 해왔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단계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행사는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는 트리거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 내 제안은 비교적 가벼운 것이었고 다른 팀원들은 훨씬 더 큰 '효율'을 얻었다. 비즈니스가 아닌 동료의 업무 방식을 위해 업무 시간의 일부를 할애한다는 것은 비즈니스를 위한 업무가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시도가 가능한 왓챠는 더 좋은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는 조직이었다.




P. S

얼마 전 방문한 식당에서의 일이다. 교자류를 주문하니 직원 분이 "교자류에는 물만두, 찐만두, 군만두 세 종류가 있는데 어떤 것으로 하시겠어요?" 라는 질문을 했다. 열심히 의논해서 메뉴를 골랐는데 또 한 번 선택지가 생기니 다시 생각하고 의논할 시간이 필요했다. 추가 주문할 때 그 사실을 잊어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다. 메뉴판에 해당 내용을 적어주기만 해도 직원 분은 긴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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