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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뉘앙세 Dec 07. 2020

넉넉하다

브런치 라디오2 - 
강이슬 작가 <안 느끼한
 산문집> 읽고 씀.



내 삶은 지루하다. 아니 지루한 거짓말들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내 삶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대학원에 떨어진 날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나만을 생각했다.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때론 나는 너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때론 내가 사는 동안 지구가 멸망할까 두렵다.

좋아하는 마음 가득 품고 선을 넘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선 앞에서 주저앉아버렸다.

한 명 만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사랑을 시작한 모두에게 미안했다.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을 위해 목숨 바칠 용기도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멸망해가는 지구를 지켜낼 힘도 없다

한 사람만을 영원히 사랑하는 동화 속 주인공이지도 않으며 

실패 뒤 힘차게 일어나는 모습도 가지지 못한 날이 많다.

내 삶은 그렇게 맵지도 않은데 심지어 느끼하지도 않다.


강이슬 작가의 <안 느끼한 산문집>을 읽으며 많이도 웃었다.

느끼하지도 않은 강이슬 작가의 글은 또 삶의 이야기들은 특별했다.

구질구질한 연애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한 마리에 대한 이야기도

성냥처럼 사랑한 짧은 연애에 관한 이야기도

화려한 삶이 아닌 가난에 대한 이야기도
특별했다.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눈이 부셨다.


때론 창가에 들어오는 빛이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보다 아름다운 것 같아 한참을 쳐다보았는데,

버스를 타러 가는 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노르웨이의 숲보다 눈부셔 오래 가만히 보고만 있었는데,

<안 느끼한 산문집>은 

빛이 들어오는 창문처럼, 나무를 흔드는 바람처럼

내 삶을,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했다. 


책을 덮고 내 지루한 거짓말들을 생각한다.

특별한 내 삶을 지루하게 만드는 거짓말들을 마음으로 세게 내리친다.

내 삶은 특별하다. 

나만 볼 수 있는 내 안의 모습들이 눈부실 수 도 있다.

글을 쓸 용기가 생겼다. 글을 쓸 이야기 떠올랐다.

잘 쓸 수 있을까. 이젠 괜찮다.

맵지 않아도 괜찮다. 느끼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은 써도 괜찮을 것 같다. 달콤한 이야기들은 세상에 많으니까.

특별한 맛인 건 분명할 테니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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