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생긴다.
얼마 전 하루에 한편,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아직도 글 쓰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인데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1. 글감을 찾는 것 2. 글 쓰는 시간을 내는 것이다. 보통은 회사 퇴근 시간이 임박했을 때 글을 쓰거나,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후루룩 글쓰기를 하곤 했다. 움직이는 공간 속에서 글을 쓰다 보니 집중하기가 힘들고 워밍업이 오래 걸렸다. 결국에는 뭐라 쓸지 가닥이 안 잡혀 그만두기 일쑤였다.
그러다 며칠 전부터 나의 루틴이 생겼다. 아니, 집 안에서 나의 공간이 생겼다고 해야 맞다. 지금 집에는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데 그 위로 핀 조명이 떨어진다. 어느 날 집에 혼자 있을 적에 그 자리에 앉아 일기를 쓰니 참 좋더라. 고요하고 집중도 잘되고, 뭐랄까. 고효율의 활동을 하기 좋다기보다는 마음이 편-안 해져서 좋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간단히 만들어먹는다. 동거인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나는 이것저것 집안일을 한다. 그러고는 설거지가 끝나면 함께 외출해서 산책을 한다. 한 시간 정도 걷고 들어와 내가 먼저 씻고, 그다음 동거인이 씻을 때 나는 노트북을 켜고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이 자투리 시간이 되게. 엄청. 그저 좋다. 이사 온 지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간다. 그전까지는 내 집 같지 않고, 에어비앤비같이 잠시 머무는 숙소처럼 느껴졌는데 이제 조금은 내 집이라는 익숙함과 안도감이 든다.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바로 여기. 아일랜드 식탁이다.
공간이 생기니까 글을 쓸 시간적 여유도 생긴다. 하얗게 일어나는 먼지처럼 부산스러웠던 것들이, 부산스러웠던 일들이 각자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제야 내 공간이, 내 시간이 보인다. 나는 앞으로 이 공간에서 이 저녁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보낼 생각이다. 글을 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