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아저씨의 마지막 방송
아침창 마지막 인삿말을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흐트러지는 글씨를 잡으려고 눈물을 훔칩니다. 또 만날 테니 울지 말자 하고 글을 마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아침창 가족 여러분 정말 고마웠습니다. -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마지막 아침인사
그냥 김창완 아저씨를 좋아했다. 라디오에서 나온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나를 기운 나게 한 적이 많았다. 라디오를 듣는 세대가 아니라 아침창을 챙겨 듣는 편은 아니었지만, 김창완 아저씨가 남긴 어록(?)은 스마트폰 케이스로 출력하거나, 스티커로 만들어 다이어리에 붙여둔 적도 있다.
작년 펜타포트에 갔을 적에는 마지막날 헤드라이너로 김창완 밴드가 나왔다. 잔잔한 몇 곡 부르고 가시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그 어떤 밴드보다 재미있게 놀았다. 편협한 시선으로 평화로운 곡만 부를 거라고 생각한 건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무대는 미치게 재미있었고 김창완 아저씨의 개구쟁이 샤우팅은 내 온몸에 전율이 일게 했다. 사람들과 손뼉을 마주치며 뱅글뱅글 돌고 흙먼지가 일어나는 땅을 연신 구르게 했다. 다시 생각해도 짜릿하다. 그 밤으로 돌아가고 싶다.
김창완 아저씨의 마지막 방송, 마지막 장면이 트위터에 올라와 듣게 되었다. 노래를 하던 중에 정규 방송이 끝이 났다. 음악소리는 멈추고 광고 소리가 송출되는데도 끝까지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는 모습은, 그러다 기타에 고개를 포옥 기대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저리도 깊이가 있는 사람, 마음 뿌리가 깊은 것 같은 사람도 떠나오는 것은 여전히 어렵구나, 힘들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떠나온다는 것은 어떤 걸까. 아직 제대로 떠나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쓸쓸하고 헛헛한 일이겠지, 그러면서도 성장하는 일이겠지. 떠나옴에 쓸쓸함과 헛헛함, 후회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성장도 있고, 또 나아감도 있고, 새로움도 있으면 좋겠다. 김창완 아저씨는 공연이 끝난 뒤 새로운 라디오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때부터는 김창완 아저씨의 라디오를 들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