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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Jun 23. 2024

스톡데일 패러독스

패러독스(Paradox), 이는 우리말로 ‘역설’입니다. ‘역설’이란 ‘언뜻 보면 말이 되고,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뭔가 앞뒤가 안 맞을 때 사용합니다. 일종의 모순, 즉 창과 방패 같은 존재인 셈이지요.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미국의 해군 장교였던 제임스 스톡데일이 베트남 전쟁 당시 8년간 포로로 수용소에 잡혀 있으면서 겪었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당시 포로수용소에는 대체로 3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그리고 현실주의자입니다.


근거 없는 막연한 희망에 기댔던 ‘낙관론자’들은 “이번 부활절에는 풀려날 거야, 추수감사절에는 풀려날 수 있을 거야, 크리스마스 때는 풀려날 거야”라며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었지요. 


이에 비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비관론자들은 “풀려나긴 글렀어. 여기서 죽을 거야”라며 삶을 포기하는 태도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두 부류 사람들은 계속되는 상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거나 절망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주의자들은 수용소에서 쉽게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대처하면서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다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스톡데일 역시 극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 이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는 살아남은 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낙관적인 친구들은 모두 죽었다. 오히려 현실을 마주 본 사람들만 살아남았다.” 

이는 스톡데일이 한 말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이는 우리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경영자들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주로 긍정적인 얘기나 비전을 말하고, 한번 잘해 보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지요. 그런데 잠깐 희망에 부풀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면 바뀐 게 없이 암울한 상황만 펼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리더들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생각과 방향을 세우려 애를 씁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과연 사장들이 현실을 제대로 몰라서 그렇게 할까요? 그게 아니지요. 긍정은 긍정을 부르고 부정은 부정을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사실 알고 보면 사장이나 조직의 운명을 진 사람들은 머리가 복잡합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걱정이고, 나쁘면 나쁜 대로 늘 걱정투성이인 사람들입니다.


내가 속한 산업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침 조회 때나 공정회의에서 매번 위기만을 외쳐서 해결이 될까요? 그도 아니면 막연히 ‘앞으로 잘될 거야, 어떻게 되겠지’라고 해야 할까요? 


잠깐 자동차 산업을 한 예로 들어봅시다.

예전에 자동차 하면 주로 독일, 이태리, 일본, 미국 같은 나라가 떠올랐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이 세계 최고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입니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단연 톱이고요. 워낙 업체가 많다 보니 과잉생산이 일상입니다. 그런데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내린 전술은 더 황당합니다. 무조건 보내놓고 보자는 밀어내기 방식이다 보니 유럽 곳곳의 항구가 중국산 전기차의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최근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친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완전히 물갈이되어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의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잡아 버렸지요. 게다가 기술, 환경 등 여러 제약이 따르는 배터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다른 나라에서 그냥 당하고만 있을까요? 미국은 전기차 사용 범위를 일정 부분 제한하기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 시기를 늦추고, 다시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무지막지한 관세 투척은 말할 것도 없고요. 덕분에 죽어가던 일본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반사이익으로 날개를 달았습니다. 이는 모두 중국 견제와도 맞물립니다. 


이게 무엇을 뜻할까요? 세계 경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결국 산업별로 돌아가면서 다시 사이클을 타게 되어 있습니다. 그 흐름과 상황에 잘 대처하면서 조금씩 진화해 간다면 예상보다 길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시대에 뒤떨어져서 순식간에 종적을 감추는 산업도 존재합니다. 또 시나브로 사라지는 산업도 분명히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밝고 희망찬 비전과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린 안돼. 이젠 망하는 일만 남았다라는 부정적인 이야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한 판단력입니다. 눈을 크게 떠서 주변을 잘 살피고, 용의주도하게 이 난국을 돌파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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