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호정 Jul 17. 2019

유쾌한 사랑 이야기 속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

영화 <롱샷>을 보고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샬럿 필드(샤를리즈 테론 분)


 사람은 시간이 쌓아 올려 자기 자신을 만들어간다. 과거의 것들이 모여 현재가 되고, 그것으로 더 나아가 또 다른 미래의 자신을 만들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으며, 새로운 자신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자기 자신이 지금까지 잘해 왔는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의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 잔인하게도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물론 각자 사람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고, 모두 개인으로 존재하기에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 앞에서 다른 후보와 경쟁을 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샬럿 필드(샤를리즈 테론 분)'은 최연소 국무 장관이라는 명예로운 수식어가 붙은 소위 성공한 사람이다. 그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가게 되며, 본인 스스로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녀의 팀은 그녀를 점수화한다. 그 결과 애석하게도 유머 부분이 가장 최하점으로 나오면서 그녀는 유머 점수를 높이기 위해 작문가를 구하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레드 플라스키(세스 로건 분)와 샬럿 필드

 그리고 남자 한 명이 있다. '프레드 플라스키(세스 로건 분)'은 열혈 기자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고, 때론 과격하다 싶을 정도의 문장력으로 매우 유쾌한 글을 써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격식보단 실리를 따지고, 수긍하기보단 저항을 한다. 동화 속에서 존재한다면 유능한 전사가 될 수 있겠지만, 영화 속에선 자신의 뜻을 밝히다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는 친구를 따라간 파티에서 그녀를 만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재회하게 된다가 더 맞는 표현이다. 그녀는 그의 베이비시터였고, 그들은 작은 해프닝 이후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들의 만남은 10대의 로맨스와는 달랐다. 서로 자신의 자리가 있었고, 순수한 설렘 또한 있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같은 선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던 10대 때와는 달리,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달려가다 다시 만났을 때에는 서로 먼 곳에 놓여 있었다. 한 집안에서 서로의 꿈을 키워가던 그들은, 국무 장관과 실직한 기자라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존재했다. 물론 직업의 귀천은 없고, 사람마다 고유의 존재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위치였기에, 그들의 만남은 순수한 소년 소녀의 러브스토리처럼 흐르지 못했다.



 그녀는 학창 시절 환경을 지키겠다는 꿈이 있었다. 빛났고 순수했다. 그녀가 써온 연설문은 투명하고 맑았다. 그것은 곧 소년의 마음을 울려댔다. 진실됨은 그렇게 소년의 마음에서 꽃 피웠다. 정의를 향하고, 옳고 그름을 명백히 하여 진정한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 그것이 소년이 갖게 된 꿈이었다. 그렇게 먼길을 돌아 둘은 다시 만났다. 국무총리와 연설문 작가로 만나게 된 그들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서로의 언어는 달라져 있었다.

 샬럿의 투명했던 언어에 지금은 의도가 담겨있고 색이 묻어있었다. 턱밑까지 올라온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진심을 다 담아내지 못한 연설문에는 안타까움보단 쉽사리 수긍해버렸다. 책임의 무게로 잘라낸 문장들이 프레드의 눈에는 '다른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렇기에 프레드는 실망했다. 지금의 자신을 만든 그날의 환경을 사랑하는 순수한 소녀의 목소리가 변해버렸다. 그 순간에 서로 등을 돌려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둘은 더 이상 어릴 적 추억 속의 모습이 아녔기에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사랑은 진실됐다. 단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이 서로의 시선을 나눈 것이 아니었다. 사진 하나에도 정치계가 뒤집히고, 발언 하나에 민심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정치라는 배경을 두고 그들은 사랑이란 단어를 당당히 내세우지 못했다. 그래도 사랑이었기에, 파티장 뒤편에서 몰래 춘 춤은 낭만적이고 서로에게 속상인 단어들은 애틋했다. 하지만 그들은 머무를 수 없었고 나아가야 했기에 사랑을 '만들기'로 한다. 그녀의 팀은 프레드를 그녀처럼 '완성'시키려 했다. 그것은 그가 이뤄온 과거의 축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존재의 탄생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사랑과 자기 자신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영화는 정치를 배경으로 농익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샬럿과 프레드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서 재미를 더하며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자기 자신을 지켜가며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됐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잊어가며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유쾌한 강렬함을 전해준다. 샬럿과 프레드의 러브 코미디로 우리가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일깨우게 해주는 영화 <롱 샷>이었다.




롱 샷

Long Shot


코미디/로맨스/멜로 | 미국

2019.07.24 개봉 예정

125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조나단 레빈

주연 샤를리즈 테론, 세스 로건



매거진의 이전글 네모 속에서 동그라미로 사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