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에 대한 짧은 생각
오늘은 창작과 비평 겨울호의 특집들을 쭉 읽었다. 나는 비평을 좋아하긴 하지만, 평론가들의 글은 그런 내게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읽어야 할 만큼 간단히 잡아서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사람들은 비평을 어렵기만 한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대중들과의 거리가 먼 순문학 중에서도 어떻게 보면 가장 거리가 먼 계열이 비평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평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비평이 쉽게 쓰였다고 해도, 그 글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영역의 흐름을 알아야 하고, 그 영역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의 맥락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냥 한 번 들춰본 정도로 이해가 될 수 있는 정도의 깊이라면 굳이 평론가들이 다룰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비평이 어렵다고 무작정 화를 내거나 읽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드라마를 중간부터 봐놓고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으니 좋은 드라마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론가나 비평가들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이런 글들은 자기만의 맥락으로 어려운 단어를 남용하는 경우도 많고, 읽는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따옴표나 인용을 어지럽게 달아두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글이라는 건 결국 읽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없는 글을 무턱대고 쓰는 것이 결국 대중들에게서 비평이 외면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비평이 '예능 프로그램'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능프로그램은 첫 화부터 보면 출연자들의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재미를 이해하기에 더욱 재미있다. 그러나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척 보기에 어려운 작품들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면서 그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를 통해 문학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감명깊도록 하여 문학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평론이 가지는 또다른 역할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내용이 좋긴 한데 너무 어렵게 쓰인 평론을 읽었기도 하고, 쇼미더 머니를 보다가 뜬금없이 평론가 욕을 하는 것을 보고 괜히 열받아서 글을 죽 써보게 되었다. 찬찬히 해석해가면서 읽다 보면 평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