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돌아보며
2020년의 마지막 날이다.
매 해 나오곤 하는 '다사다난하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어울리는 한 해였다. 설마설마 하면서도 정말로 1년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부터 시작해서, 면접도 가보고, 친구의 결혼과 몇 명의 장례식을 다녀오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느낀 것도 많았다. 내 현재 위치,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지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지만 나름의 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은 더럽게 힘들지만(그만큼 노력을 했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여러가지 방향을 나름대로 시도는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같이 졸업한 친구들은 벌써 자리를 잡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나만 생각없이 놀고 있나 싶은 마음에 불안하기도 하다.
또 생각나는 건 올해는 참 사람이 고프고 또 싫었던 한 해였다. 항상 학교를 다니면서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나로 지냈다는 느낌이 든다. 내 인간관계를 어느정도 보장해주었던 학교가 없어지고, 코로나가 겹치면서 사람을 만나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그나마 인터넷도 있고 SNS도 있어 직접 연락을 하든, 간접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든, 또 글이라도 챙겨 보거나 하며 연결되는 나름의 인연들도 있고, 아예 끊어져버린 사람도 있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친하게 지냈다가도 도망다니게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변함없다는 점이 좋지만, 항상 똑같아서 지겨운 사람들이 그랬다. 나를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나에게 붙어있는 사람들에게 싫증을 내는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감정이 맴돌기도 했다. 이것도 코로나의 영향이었을까.
하고 싶었던 일은 많았고, 어느 정도는 해낸 한 해이기도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시도도 안했을 여러 일들을 하면서 지냈다. 정기적이지는 못했지만 나름 1년 내내 서평계정을 운영하기도 했고, 이렇게 생각이 날 때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게으름은 이기기 참 어렵다. 만족스러울 만큼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못하고, 좀 더 과감하게 여러가지에 도전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해야 하는 데 하지 않고 있는 일도 많다. 원고도 써야하고, 공모전이나 신춘에 도전하려고 했으나 그것도 잘 안됐다. 이런저런 사정은 차치하고 결국은 게을러서 그렇다. 으레 하는 반성아닌 반성이 아니라, 이제는 좀 제대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내년에는 우선 코로나가 정리되었으면 한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전염병 사태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고 힘들었으니 슬슬 눈치껏 없어졌으면 한다. 매년 생각하는 거지만 내년에는 좀 더 부지런해졌으면 한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많은 것들에 도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또 취업도 그렇다. 꼭 지금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라고, 그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새로운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지금은 끊어진 사람들도 잘 지내고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보고, 더 새로운 것들을 많이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