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모를(아냐,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불안을 잠재우려 관련 책들을 여럿 샀고, 그 중 두 권을 읽었는데 그냥 그랬다. 두 권 정도가 더 남아있는데 그 두 권에 희망을 걸어보려 한다. 읽고 좀 도움받을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것.
'희망'이라는 단어를 쓰며 생각해보니 21년은 삶에 있어 희망이나 별다른 기대감 없이 시작한다. 반면 작년에는 '나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으쌰으쌰의 마음으로 시작했고, 그 마음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소중했다. 주변에서 혀를 찰 정도로 비교적 높은 텐션을 유지하며 살아온 나이지만 작년만큼 모든 것에 자신감이 붙어 긍정적으로 강한 의지를 불태우며 시작한 해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작년에 떠나보낸 이들과의 관계를 떠올리며 시작했다. 더이상 생각하지 말자, 부질없다 하면서도 한다. 자꾸 한다. 언제쯤 마음에서 다들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작년 가을에 쓴 일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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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들과 만나 '과거에는 친했지만, 점점 멀어지다가 결국 잃게 된(혹은 잃는 중인)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친구는 지금 그 관계 속에 있는데 마음이 아프고,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라고 했다. 나는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이제는 많이 겪어서 누군가 떠날 때가 되면 '그런가보다', '그런 시기가 또 왔나보다' 생각한다고. 너무 크게 슬퍼하지도, 억지로 그를 붙들거나 또 억지로 나를 그에 맞춰 바꾸려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어떤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 다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도 하니깐.)
그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올해 잃은 관계들을 하나둘 떠올렸다. 모두 진심으로 좋아했고, 아꼈고, 믿고 의지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과의 관계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다시 가까워질 수도, 회복될 수도 없을 것이다. 올해 봄 이들을 차례로 떠나보낸 후로 진짜 마음깊이 기쁘고 즐거운 적 역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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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상처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준 상처도 있을텐데. 아마 내가 준 상처가 더 클텐데. 얼마전 회사 동료와 이야기하다가 "그냥 아무도 믿지 마세요. 뭘 믿어요."라고 회의적으로 이야기하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언젠가부터 엄마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을 꼬박꼬박 한다. 엄마는 좋은 사람도 많다고, 이제 그만하라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국자와주걱 선생님은 찾긴 힘들겠지만 좋은 어른을 곁에 두고 자주 보라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한 편집자님은 "그래도 결국엔 사람밖에 없다는 거 숙영 씨도 잘 알잖아요."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 마음 다 알겠고, 나 또한 믿어온 이야기들인데도 요즘엔 그것들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 사실 분에 넘치게 사랑받아온 삶인데도 이렇게 몇 사람에 무너져 허우적대는 꼴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시간은 열심히 흐르니까, 또,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