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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Oct 24. 2023

나만의 가치관으로 산다고 하는데, 명품 소비는 늘어난다

초개인화 시대가 만든 '명품 소비'


매일 아침마다 늘어서는 줄. 대기 시간 최소 1시간.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이들의 한 가지 목표는 바로 ‘베이글’이다. 베이글 전문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들어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1층. 매일 아침 개장 시간에 맞춰 ‘오픈런’이 벌어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출처 : 동아일보 10월 7일 기사 / 'MZ세대 베이글집 ‘오픈런’에… 원조보다 인기 높아진 K베이글'



연예인이 오픈런을 한다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2023년 8월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오픈 이후 시간이 꽤 지났지만,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베이글의 인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작 베이글을 먹는데 최소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릅니다. 그들에게 베이글을 먹기 위해 사용하는 1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그동안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즐길 수 없었던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투자'이기 때문이죠. 


런던 베이글 뮤지엄 열풍이 상징하듯 '남들은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취향'을 즐기는 모습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개인화된 미디어인 스마트폰의 보편화, 그리고 각종 SNS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면서 '초개인화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명품 가방 수입액이 최근 4년 새 20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명품 시계 수입액도 2배로 늘어나 9000억 원을 넘겼다. 고가인 명품 가방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 MZ세대, 중산층으로 확산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출처 : 이코노미스트 9월 9일 기사 / “인기 여전하네”… 명품 가방 수입액, 4년 새 258% 뛰어



초개인화 시대로 나만의 취향과 가치관을 추구하면 명품 소비는 줄어들 것 같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나에게 맞는 최적의 물건을 살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은 다릅니다.


명품 가방의 인기로 수입액이 4년 새 무려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금은 고물가로 인해 명품 소비가 이전보다는 꺾였지만, 본인의 수입이 없는 고등학교 때부터 명품에 입문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명품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현재 우리나라 사회가 주위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저녁 회식을 거부하고 칼퇴하며, 스스로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는 모습에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단주의 문화의 아이콘인 명품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더욱 사랑받고 있습니다. 탈집단주의 속 전국민적으로 퍼진 명품 사랑이라니. 굉장히 역설적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우리 주위에서 요즘 흔히 보이는 모습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잘 아는 인플루언서, 연예인, 밈을 누군가는 전혀 모르는 현상이죠. 인플루언서의 구독자가 10만이든, 50만이든 관계없습니다. 설사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일지라도 내 취향과 관련 없는 내용이면 전혀 알지 못합니다. 


초개인화 시대가 만든 취향장벽은 '공통의 경험'을 빼앗았습니다. 이전에는 모두가 함께 토요일에는 무한도전을 보고, 일요일에는 런닝맨을 보고 밤에는 개그콘서트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가 가진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점차 사라지는 공통의 경험이, 생각지도 않게 명품을 더욱 값어치 있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왜냐하면 공통성이 줄어들자, 줄어드는 와중에 약간이나마 남아있는 '공통의 경험'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입니다. 공통의 경험이 희소해지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죠. 


초개인화로 모두가 아는 브랜드가 사라져 갑니다. 내가 알고, 내 친구들은 알지라도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명품은 모두가 압니다. 신명품이라는 자크뮈스, JW앤더슨은 몰라도 샤넬, 루이비통은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이 들어는 보았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당연히 명품의 가치는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아는 고급 브랜드이기에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기 좋습니다. 동시에 다시 중고로 되팔기도 좋죠.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완벽한 물건이 바로 명품이 된 것입니다. 


결국, 초개인화 시대인데 도대체 왜 명품을 많이 소비하는 거지? 이 의문은 잘못된 것입니다. 아마 정답은 이것일 것입니다. 초개인화 시대라서 명품을 더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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