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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28. 2024

데카르트 인식론 (3)

데카르트 인식론 (3)


제3 성찰 “De Deo, quod existat” 현존하는 신에 관하여


1, 2 성찰을 통해 자신이 사유하는 존재임을 확인한 데카르트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세 번째 사유에 도달한다. 


즉 “심지어 내가 믿는 습관 때문에 명석하게 지각한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지각하지 않은 다른 어떤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 관념들이 유래하고, 그 관념들과 전적으로 유사한 어떤 것이 내 외부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속고 있었거나, 아니면 적어도 만일 내 판단이 참이었다면, 그것은 내 지각의 힘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있었던 사유의 동인은 모두 내적인 지각과 관념들에 유래한다고 믿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어떤 단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제일철학에 대한 명상,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1997, 47쪽)


2 + 3 = 5와 같은 수학적 증거는 매우 명확하고 뚜렷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만 분명하고 명확하다.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그러한 증거를 다른 사실과 연결시키려고 하는 순간, 기만적인 신(deus mendax)이 개입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러한 기만적인 신을 데카르트(우리의 사유 체계)는 제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논증을 거치게 된다.


데카르트는 신 존재를 2가지 방식으로 증명한다. 


의심이라는 불완전성의 반대쪽에는 완전성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 완전성의 극한이 바로 신이라는 것이다. 즉, 모든 의심의 방향은 완전한 관념을 향한다고 가정(우리는 끝없이 의심하는 존재인 이상)한다면 우리의 사유 속에는 항상 그 불완전성과 그 불완전성의 반대쪽인 완전성에 대한 관념이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완전성에 대한 관념'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관념(본유 관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전하고 무한한 올바른 관념(즉 신의 관념)이 유한한 나로부터 생겨났을 리가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런 관념을 있게 한 완전하고 무한한 실체가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신이라는 것이다.(인과론적 신 존재 증명)


또한 데카르트에 따르면, 신 이외의 피조물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기 때문에 그 현존의 가능성이 보장되지만, '신'은 자기 존재를 스스로 산출할 수 있는 전능한 존재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현존을 보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그래서 '신'이라는 존재는 '필연적 현존'과 분리될 수 없다. 즉, 현존하지 않는 존재(즉 신)가 전능할 수 없으므로(이미 전능하여 현존을 스스로 보장한다는 관념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신은 존재해야만 한다.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


하지만 이러한 데카르트의 신 존재 증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도 역시 가지고 있다. 데카르트의 논리를 요약하면 “신에 대한 관념(이렇게 완전하고 무한한 올바른 관념)이 유한한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 바로 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과 신은 완벽하기 때문에 신은 현실 세계에 실제로 존재한다.”인데 이 말은 묘한 순환성(Cartesian circle)을 가진다. 


이를테면 신이 처음부터 있어서 그것이 무한하고 올바른 관념이라고 안 것인지 아니면 단지 불완전하고 유한 사유의 반대쪽에 있기 때문에 무한하고 올바른 것인지(즉 그것이 신인지) 선후 관계가 교차되고 역시 현존하기 때문에 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미면 신이기 때문에 현존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 역시 끝없는 순환논리에 빠지게 된다. (제일철학에 대한 명상,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1997, 47~61쪽)


제4 성찰 “De vero & falso” 참과 거짓에 대하여


데카르트는 3 성찰을 마치고 난 뒤, “나는 내 안에 있는 나머지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신에게서 받은 것이 확실한 어떤 판단능력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신은 나를 속이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그는 그 능력을, 내가 제대로 사용하는 동안, 오류를 범할 수 없게 함이 분명하다.”라고 고백한다. 


데카르트의 이 고백은 하나님의 완전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써 하나님의 목적은 라이프니츠의 말처럼 “세상을 최대한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개개인은 언제나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의도로써 세상의 완전성을 위해서는 인간의 오류와 불완전성이 필요하다고 하나님은 생각하였을 것이라고 데카르트는 생각했다. 그리고 데카르트는 하나님의 완전성이 우리 안에 신성한 흔적으로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신의 작품이 완전한지를 물을 때마다, 어떤 하나의 피조물을 따로 분리해서 고찰해서는 안 되고, 우주 만물 전체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홀로 있다면 매우 불완전하게 보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도, 그것이 세계 안에서 부분의 지위를 가지는 한에서는 매우 완전하기 때문이다.” 

(제일철학에 대한 명상,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1997,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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